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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전원 끄고 정비해야 할 기계가 왜 움직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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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노동청·경찰, 당진 현대제철 사망사고 조사

노동청 “보수 중 기계가 갑자기 작동한 이유 집중 조사”

사고난 것과 같은 설비 쓰는 다른 공장 지금도 가동 중

노조 “사고 파악 전인데 공장 가동 노동청 안일한 대응”



고용노동청은 충남 당진 현대제철 노동자 사망사고 당시 설비 보수 작업으로 멈춰있던 기계가 왜 갑자기 움직였는지 등 사고 원인을 경찰과 함께 조사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2시35분께 충남 당진 현대제철 공장에서 설비 보수 작업을 하던 ㅈ(28)씨가 기계장치에 몸이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대제철에 2014년 입사해 설비 정비·보수 일을 하던 ㅈ씨는 사고 당일 오전 10시부터 에이(A)열연공장의 압연 롤 스탠드 설비(달궈진 강판을 압착하는 기계장치)를 정기 보수했다. 기계 부품 교체 작업을 마친 뒤 상태를 확인하던 중 갑자기 일부 기계장치가 작동해 ㅈ씨를 넘어뜨렸고 ㅈ씨의 몸은 그대로 기계 안으로 끌려들어 갔다.

ㅈ씨와 2인 1조로 일한 동료는 사고 전 생산팀 쪽에 협조를 요청하러 가 현장에 없었다. 근처에 다른 노동자들이 있었으나 미처 사고를 막진 못했다. 애초 알려진 것과 달리 사고 지점에서 4m가량 떨어진 곳에 해당 설비를 멈출 수 있는 비상 스위치가 설치돼 있었다.

천안노동청 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 비상 스위치가 눌러져 있는 상태였지만 사고와 동시에 작동시킨 것인지 그 이후에 눌린 것인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가동을 멈추고 전원을 끈 상태에서 시설 정비·보수를 하게 돼 있는데도 기계가 왜 갑자기 작동했는지 그 원인을 중심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노동청은 지난 11일부터 당진 현대제철 공장에 대한 정기 근로감독을 벌이고 있었다. 사고 당일 당진 현대제철 공장의 다른 지구에서 근로감독을 하던 천안노동청 관계자들은 사고 40여분 뒤인 오후 3시20분께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천안노동청은 사고 당일 구두로만 해당 공장의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고, 다음 날 오전에서야 현대제철에 사고 난 에이열연공장과 그 옆의 에이철근공장의 가동을 멈추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사고가 난 것과 같은 설비를 쓰는 다른 공장들은 여전히 가동 중이다.

노조는 설비 자체의 구조적 결함과 노동청의 안일한 대응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정현철 금속노조 현대제철지회 부지회장은 “사고가 나면 자동으로 기계가 멈추는 자동 정지 시스템이 돼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사고 당일 곧바로 가동 중단을 공지하지 않았고, 사고 원인 파악 전인데도 같은 설비를 쓰는 다른 공장을 계속 가동하게 하는 등 천안노동청의 대응에도 문제가 많다. 사고 조사 과정에 노동자 대표를 참여시키지 않아 노동청에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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