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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9명 중 5명 잘렸다··7530원의 역습 셀프주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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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7530의 그늘] ①가속도 붙은 무인화
내년 1월 1일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이 기존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 오릅니다. 전례 없는 인상폭이라 노동시장에 가져올 변화도 큽니다. 현장에서는 이미 크고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일터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담아 보도합니다.

글 싣는 순서
①가속도 붙은 무인화

②쉴 새 없어지는 알바

③인건비 감당 어려운 농어촌

④유혹 커진 외국인 편법 고용

⑤“왜 세금으로 임금주냐” 분분

무인화(無人化) 바람 거세진 주유소

중앙일보

서울 방학동의 이 주유소는 지난달 셀프 주유소로 전환했다. 절반 넘는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주유소 업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주유소 무인화에 가속도를 붙일 것으로 예상한다. 여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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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방학동의 A주유소는 지난달 6일 셀프 주유소가 됐다. 원래 있던 주유대 6대를 철거하고 셀프 주유기 5대를 들여놓았다. 세차장도 셀프 세차장으로 전환했다. 셀프 주유기의 대당 가격은 1800만~2000만원이다. 일반 주유기 값의 약 두 배다.

사장 한모(45)씨는 주유기 값으로만 약 1억원을 투자했지만 내년 안으로 투자금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0월까지 9명이었던 직원을 4명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현재 직원 1인당 인건비는 한 달에 200만원 안팎이다. 한씨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1인당 인건비가 약 230만원까지 오를 걸로 예상했다. A주유소는 근무 시간이 길어 현재의 최저임금을 적용해도 1인당 한 달 임금이 200만원에 육박한다.

직원 5명을 줄여 한씨가 한 달에 얻는 이득은 1150만원(230만원×5명)으로 추산된다. 셀프 주유소로 전환한 것 때문에 매출액이 줄지만 않는다면 주유기 교체 비용 1억원을 9개월 뒤쯤에 회수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A주유소는 셀프 주유소로의 전환 뒤에 기름 값을 내리지는 않았다. 한씨는 “셀프 주유소를 불편해하는 손님도 있어서 예전 같으면 사람을 썼을텐데 임금 인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바꿨다”고 말했다.

2018년 셀프 주유소 40% 가까이로 급증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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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업계에서는 A주유소처럼 셀프 주유소로 전환하는 곳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12일 기준으로 전국의 주유소 1만1784개 가운데 셀프 주유소는 약 3215개(27.2%)다. 최근 한 해 사이에 셀프 주유소로 전환한 곳이 525곳 늘어났다. 2016년에는 셀프로 전환한 곳이 45개에 불과했다.

주유소협회에서는 내년에 1000개 이상의 주유소가 셀프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장은 “셀프 주유기 제작 업체에 문의하는 상황을 보면 내년에 최소 1000개는 더 전환될 것으로 짐작된다. 내년 말이면 전체 주유소에서 셀프 주유소가 차지하는 비율이 40% 가까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점주들은 셀프 주유를 불편해 하는 고객들 때문에 전환에 비교적 소극적이었다. 주유기를 바꿀 때가 돼야 “기왕이면 셀프로 바꾸자”고 생각하는 주인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저임금 상승이 무인화에 속도를 붙였다. 김문식 회장은 “도시 외곽이나 지방의 경우 셀프 기계는 뒀지만 직원이 사용법을 알려줘야 하는 '세미 셀프'로 운영되는 곳들이 있다. 그런 곳도 속속 '완전 셀프'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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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의 맥도날드 매장. 가운데에 보이는 무인 주문기들이 반대편에도 설치돼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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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무인화 널리 퍼진 패스트푸드점
패스트푸드 업계에서는 무인 주문시스템 사용이 나날이 늘고 있다. 2014년에 처음 무인 주문기 사용하기 시작한 롯데리아는 전국 1350개 매장 중 약 45%인 610개 매장에서 이를 운영하고 있다. 맥도날드도 전국 430개 매장 중 200개(46%) 매장에 무인 주문기를 설치했다. 맥도날드는 내년에 50곳 이상의 매장에 무인 주문 시스템을 추가로 갖출 계획이다.

업체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이 최저임금 인상이나 인건비 절감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무인 시스템은 고객 편의 차원에서 도입했다. 도입 이전에 비해 고용 인력 변화도 없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 구성원인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업체들이 정부 정책에 엇박자 내는 얘기하기는 부담스러울 거다. 업체마다 인건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임금 인상에 대비해 고용을 최소화 하는 곳들도 점차 늘고 있다. 중국과의 외교 갈등으로 관광객이 급감해 울상을 짓는 숙박업체들도 고용 인력을 줄이고 있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유스호스텔을 운영 중인 김모(33)씨는 10명이었던 직원을 최근 3명으로 줄였다. 김씨는 "사람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최저임금 7530원으로의 인상은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다"고 말했다. 서울 남산동의 한 호스텔 업체도 2개 업체의 운영을 통합해 매니저를 6명에서 3명으로 줄이려 하고 있다.

한영익·최규진·여성국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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