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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이식수술 환자의 간(肝)에 자기 이름 ‘이니셜’ 새긴 英의사, 혐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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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 의사가 수술 과정에서 고의로 환자 두 명의 장기에 자기 이름 머리글자인 ‘S’와 ‘B’를 새긴 혐의로 기소됐다고, 14일 영국의 더 타임스가 보도했다.

영국 우스터셔 레디치에 사는 사이먼 브람홀(53)은 버밍엄 퀸엘리자베스 병원의 간 센터에서 간·비장·췌장 외과의사로 12년간 근무하면서, 의대 대학원생들을 총괄 지도하기도 했다.

그런데 2013년 2월과 8월, 두 차례 장기 이식수술을 하면서 상식 밖의 행동을 저질렀다. 마취된 환자의 장기에 의료용 빔인 아르곤 빔으로 자기 이름 머리글자인 ‘SB(Simon Bramhall)’글자를 새긴 것이다. 피해 환자는 여성 한 명, 남성 한 명이었다.

간 외과의사는 보통 출혈을 막기 위해 지지고, 수술 계획 도안을 간의 표면에 그리는 용도로 ‘아르곤 빔’을 사용한다. 보통의 경우 아르곤 빔을 이용한 마크는 곧 사라지며 위험하지 않다. 하지만 브람홀이 새겨놓은 ‘SB’ 머리글자는 사라지지 않았고, 이 수술 뒤에 피해 환자가 후속 수술을 받으면서 다른 의사가 이 이니셜을 발견했다.

영국 검찰은 브람홀을, 두 차례의 ‘구타로 인한 폭행(charges of assault by beating)’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브람홀은 버밍엄 형사 법원에서 환자의 장기에 이름을 새긴 것은 시인했으나, 실제 신체에 상해를 범하는 폭행이 아니므로 해당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에게 수술을 받았던 다른 환자는 브람홀을 옹호하기도 했다. 그는 “이식된 간에 자기 머리글자를 새긴 게 그렇게 나쁜 일이라고 볼 수 있나?”라며 “내 간에 그런 일을 저질렀어도, 결과적으로 내 생명을 구해줬으므로 상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고.

토니 바데노크 검사는 “형법상 전례 없는 사건”이라며 “도덕적으로 잘못됐을 뿐 아니라 형사법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런 ‘폭행’이 반복됐고,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만큼 매우 고의적인 범죄라는 것이다. 또 환자가 무의식 상태에 있을 때 의사의 권한을 남용한 점도 지적했다.

사이먼 브람홀은 다음 달 내려질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김유진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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