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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사드를 사드라 말하지 않은 시진핑의 달라진 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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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서대청에서 열린 양해각서(MOU) 서명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리를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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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한중 관계 개선의 걸림돌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가 ‘봉합’ 상태를 지나 ‘봉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거론하기는 했지만 이전 정상회담에 비해서는 한결 수위가 낮아진 표현을 사용했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이 거북해할 수 있는 이른바 '3불’과 ‘쌍중단’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3불은 ‘한국이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에 편입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 동맹관계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쌍중단은 북한 핵 미사일 도발과 한미 군사 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것이다.

양 정상은 한반도 문제에 관한 4대 원칙에 합의했다.

시 주석은 기자들에게 공개된 확대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모두가 아는 이유 때문에 중한 관계는 곡절을 겪었다”라고 말했다. 취재진을 의식해 사드라는 말을 하지 않고 ‘모두가 아는 이유’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시 주석은 확대정상회담에 이어 열린 소규모 정상회담에서는 사드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적절히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고 관리를 잘 해 나가자”는 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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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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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정상회담에는 양국 장관 등 12명이 참석했지만 소규모 회담에는 5명만 회담장에 들어갔기 때문에 예민한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다.

확대정상회담은 이날 오후 4시 35분(현지시간)부터 5시 40분까지, 휴식시간을 거쳐 5시59분에 시작된 소규모 회담은 7시 9분에 끝났다.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이상 길어진 2시간 15분 동안 정상회담이 이어진 것이다.

시 주석이 이날 사드와 관련해 언급한 내용은 지난달 베트남 다낭에서 있었던 한중정상회담 때 보다 한결 완화됐다. 당시 시 주석은 사드와 관련해 ‘한국의 책임 있는 자세와 결정을 촉구’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시 주석은 또 지난 10월 31일 양국 간 사드 합의 이후의 상황을 평가하면서 "관계개선의 모멘텀이 됐다"고 강조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최근 양국 간 일시적 어려움도 오히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한중 양국이 10· 31 사드 협의를 발표하면서 한국은 사드 문제를 ‘봉인’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중국 측에서는 ‘봉합’이라고 표현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회담이 끝난 뒤 한국기자단 프레스센터가 마련된 베이징 페닌슐라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 주석이 사드를 언급했지만 새로운 관계 회복에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언급이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시 주석이 3불을 언급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양국 정상이 사드문제를 다시 이슈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공동인식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런 맥락에서 중국 측이 강조해온 소위 '3불' 입장도 거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 핵·미사일 해법과 관련해 쌍중단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언급한 ‘북한과 조건없는 대화’와 관련해서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런 언급이 없었던 건은 아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 정확한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두 정상이 4대 원칙을 합의한 것과 관련해 한반도 문제를 놓고 양국 정상의 일치된 시각과 인식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반도 4대 원칙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을 확고하게 견지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모든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평화적으로 해결한다 ▲남북한 간의 관계 개선은 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베이징=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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