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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friday] 경쾌한 '퐁' 소리와 '톡톡' 터지는 거품… 특별한 날 더욱 빛나는 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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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령의 일점호화]

조선일보

돔 페리뇽 외노테크 1995


"입안에서 별이 터지는 듯하네!" 보관이 잘못되어 탄산이 생긴 와인을 우연히 맛본 돔 페리뇽 수사가 외쳤다는 이 이야기는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샴페인의 매력을 잘 설명해주는 말도 없다.

마개를 열 때 나는 '퐁' 하는 소리, 미세하게 올라오는 거품, 은은한 황금색. 친구의 생일날에 거품을 뒤집어씌울 때 등장하던 싸구려 발포 음료 아니냐, 달착지근해서 식전 주나 건배 주로 한 잔 마시면 되는 술 아니냐 하는 오해를 받아왔지만 제대로 만든 샴페인은 깜짝 놀랄 만큼 드라이한 맛에서 부드러운 단맛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아니, 아무 데에나 '샴페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부터가 잘못이라고 한다.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진 발포성 와인만을 샴페인이라 부를 수 있기에 이 이름을 붙였던 향수는 소송 끝에 출시 정지를 당했고 우리나라 가전회사도 텔레비전에 이런 이름을 붙였다가 항의를 받고 취소했다. 만드는 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고 그래서 비싸며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까다롭기 이를 데 없는 관리를 하는 것이 바로 샴페인이다.

뵈브 클리코, 볼랭저, 포므리 등 가족 기업으로 이어져온 샴페인 하우스의 성공에는 여성들의 힘이 컸다. 세계 대전이 일어났을 때 독일과 가까운 지역인 샹파뉴에서는 많은 남자가 전쟁에 나가야 했고 또 그중 많은 사람은 돌아오지 못했다. 씩씩한 여성들은 가업을 맡아 샴페인을 저장하던 지하 동굴에서 아이를 키우고 학교를 열고 새로운 제조 기술을 개발하며 힘든 시간을 이겨냈다. 그 후 샴페인은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술이 되었고 화려한 파티와 축하의 자리에 빠질 수 없는 주인공이 되었다.

아주 달거나 매운 음식을 제외한다면, 샴페인은 거의 모든 음식에 잘 어울린다. 캐비어 같은 최고급 음식은 말할 것도 없고, 프라이드 치킨이나 초밥과 함께 마시는 것도 즐겁다(마돈나는 최고급 샴페인에 감자튀김을 곁들여 먹는다고 한다). 전설적인 경제학자인 존 케언즈는 "인생에서 단 한 가지 후회되는 것은 살아 있으며 더 많은 샴페인을 마시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도 나중에 이런 후회를 하지 않도록 기쁠 때, 슬플 때, 축하할 때,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할 때, 목이 마를 때 샴페인을 마실 일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샴페인을 마셔서 특별한 날을 만들면 된다. 한 해 열심히 살아온 나와 내 주위 사람을 위해 따는 샴페인 한 병보다 기분 좋은 격려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샴페인을 즐길 이유는 한 병에 2억5000만개나 들어 있다는 샴페인 거품 수만큼이나 많은 것 같다.

[김은령 월간 럭셔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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