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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friday] '편의점 천국' 일본에선 외식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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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리와 오누키의 friday talk]

조선일보

'먹자고 사는 건가, 살자고 먹는 건가.' 음식 사랑 유난한 한국인을 보고 이렇게 묻는 이들이 종종 있습니다. 집밥 열풍 불지만 한편에선 외식 천국 펼쳐지는 한국 사회가 이방인의 눈엔 어떻게 보일까요.

오누키(이하 오): 한국 부임했을 때 신기한 풍경이 몇 가지 있었어요. 하나는 오전 11시 45분쯤 되면 사람들이 사무실에서 우르르 몰려나오는 거였어요. 무슨 대규모 행사가 있나 보다 했는데 다음 날도, 다다음 날도 똑같은 풍경이었어요. 시간이 지나 회사 사람들이 같이 점심 먹으러 가는 모습이라는 걸 알았어요.

김미리(이하 김): '혼밥'(혼자 밥 먹기) 늘었다곤 하지만 직장에선 여전히 같이들 많이 먹지요. 한땐 상사들 점심 '사역' 참 싫었는데 요즘은 점심 따라오겠다는 후배들이 고마워요. 일본에선 동료하고 같이 밥 안 먹어요?

: 세대 막론 점심은 혼자 먹는 게 기본이에요. 외신부(국제부) 있을 때 부서원들하고 밥 먹은 적이 거의 없어요. 대부분 도시락 싸와서 사무실이나 공원에서 혼자 먹어요. '점심 약속'이란 개념 자체가 낯설지요. 그러니 외식(外食) 비중이 한국보다는 확실히 낮고요. 되레 일본은 요즘 외식이 줄고 있어요. 2013년 20~59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거의 외식을 하지 않는다'가 29.6 %였어요. 외식 횟수는 월평균 6.29 회. 2015년 조사를 보면 외식 제일 많이 하는 연령대가 40대 남자인데 한 달에 5.02회래요.

: 한국과 반대네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통계 보면 월평균 외식 횟수가 2013년 12.5회에서 지난해 15회로 늘었어요. 대강 수치만 봐도 한국의 외식 횟수가 3배 정도 많네요.

: 회사원 점심 풍경만큼이나 흥미로웠던 게 할아버지 손자 같이하는 '3대(三代) 외식'이었어요. 일본에선 3대가 모이는 일도 거의 없지만, 어린애 데리고 식당 가면 주변 사람 눈치 봐야 하니까 아이 있는 가족은 집에서 먹는 걸 편하게 느껴요. 여기 사는 일본 엄마들이 한국은 애들한테 관대해서 외식하는 데 부담이 덜하다고 해요. 그런데 한국은 먹는 걸 중시하는데 왜 밖에서 많이 먹는 거죠? 위생 문제도 있을 텐데.

: 아이러니하게도 먹는 게 중요하니 외식하는지도 몰라요. 한식만큼 손이 많이 가는 음식도 없어요. 재료도 다양하게 들어가고 만드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죠. 소량 만들 거면 사 먹는 게 차라리 싸게 먹혀요. 집밥 열풍 불 때 호기롭게 한동안 집밥 고수했다가 실패했어요. 식재료 사다 보면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거예요.

: 해먹는 게 더 비싸다? 일본과는 반대네요. 지난 10월 '리쿠르트 라이프스타일' 설문 보면 '집밥이 늘었다'가 18.5%고, '외식이 늘었다'는 3.9%였어요. 집밥 비중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가 '음식값을 줄이기 위해서'(45.2%)였고, 다음이 '집에서 만드는 게 더 맛있다'(22.1%), '건강을 위해서'(17.1%) 순이었어요.

: 식문화 차이 탓도 있어요. 일식은 일품요리가 많아 만들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것 같은데 한국은 반찬, 국, 찌개 문화다 보니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려요.

: 한국이 외식하기에 편리한 문화이기도 해요. 설렁탕, 불고기도 포장되고 배달되는 나라잖아요. 외식이 주부의 가사 부담을 줄여주는 방편이란 인식도 있고요. 일본에선 아직 "우리 엄마가, 아내가 해주는 음식이 최고"란 생각이 강해요.

: 워킹맘들은 주말엔 아이와 주중에 못한 걸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요. 미술관, 영화관 부지런히 다니고 여행도 가고 싶고. 그런데 집에서 밥해 먹으면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는 거예요. 집밥이냐 외출이냐 선택의 기로에 놓이면 외출을 선택할 때가 많아요. 요즘은 맛집 찾아다니는 가족도 많으니 외식 자체가 목적인 외출도 늘었고요.

: 그나저나 일본에선 점심 신경 안 쓰던 저도 요즘엔 다이어리에 점심 스케줄이 잔뜩이네요. 오전 11시 반 지나면 배꼽시계 꼬르륵 울고요. 돌아가서 혼밥 하려면 왠지 허전할 것 같아요(웃음).

※한국과 일본의 닮은꼴 워킹맘 기자


[김미리·'friday' 섹션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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