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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佛노벨상 작가, 서울 누비며 소설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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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빛나' 펴낸 르클레지오, 프랑스 앞서 한국어 번역본 출간

2008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작가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77)가 서울을 무대로 한 장편소설 '빛나-서울 하늘 아래'(송기정 옮김·서울셀렉션)를 냈다. 원작이 내년에 프랑스에서 출간되기에 앞서 한국어와 영어 번역본이 먼저 나왔다.

르 클레지오는 14일 한국출판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나와 우리말로 "한국어를 나날이 배워요"라며 인사말을 건넸다. 그는 한글을 꽤 읽고 쓸 줄 알지만 곧 프랑스어로 "아직 한국어를 유창하게 말하지 못한다"며 "서울시 지원을 받아 한국에 대한 소설을 쓰게 된 것은 내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

서울을 소재로 한 소설‘빛나’를 낸 르 클레지오는“처음부터 외국인의 여행기가 아니라 내가 서울에서 만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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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빛나'엔 지난 10년 동안 정기적으로 한국을 찾은 르 클레지오의 체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1년 동안 이화여대 석좌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이 소설은 전라도에서 상경한 여대생 '빛나'가 겪는 다양한 만남을 통해 서울 곳곳의 풍경을 묘사할 뿐 아니라 한국의 전설과 불교의 윤회 사상도 언급하고, 분단 현실과 도시의 명암(明暗)을 골고루 그려냈다. 남산도서관 벽에 붙은 윤동주의 시를 인용할 정도로 세밀한 관찰력을 보여줬다. 이대에서 가르친 학생들이 들려준 서울 여성들의 폭력에 대한 두려움도 반영했다.

그는 "서울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이 들려준 실화에 내가 꾸며낸 허구를 보태 소설을 쓰고 싶었다"며 어느 실향민의 이야기를 자세히 소개했다. "경찰 출신의 나이 든 남자가 말하길 그가 어렸을 때 전란을 피해 어머니와 함께 월남했는데 어머니가 비둘기 한 쌍을 데리고 왔고, 비둘기들이 계속 번식하는 것을 지켜보며 자란 그 남자는 비둘기가 자유롭게 고향으로 날아가리라는 희망을 지니며 살아왔다고 했다. 무척 감동적이었다. 비둘기의 귀향은 평화의 상징이고, 그 남자의 소박한 이상(理想)이 언젠가 실현되리라고 생각해 이 소설에 집어넣었다."

그는 소설 제목에 대해 "빛이라는 한국어를 특히 좋아했고, '빛나다'라는 동사도 있다"며 "주인공 '빛나'는 살아가기가 쉽지 않은 서울이란 도시에서 빛을 내는 존재를 뜻한다"고 풀이했다. 그는 "한국어엔 내가 좋아하는 속담이 많다"며 또렷한 우리말 발음으로 "책 속에 길이 있다"고 외쳤다. "문학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속담이기 때문에 좋아한다"는 것.

소설에서 '서울은 최선과 최악이 공존하는 곳'이라고 쓴 것에 대해 그는 "최악은 고층 건물과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인한 인간성 상실을 가리키지만, 그럼에도 이 도시에 남아 있는 작은 집과 카페, 골목, 사찰이라든지, 특히 집 마당에 야채를 심어 먹기도 하는 정겨움이 서울의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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