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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가고 또 가도…다시 보고 싶은 이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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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태원은 밤과 낮이 따로 없다. 생김새와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드는 세련된 바와 카페, 식당이 많다. 요즘 뜨는 곳을 소개한다.

서울 이태원 핫플레이스 투어

■ 요즘 뜨는 이태원은 여기

“해방촌과 경리단길이 유명해지면서 이태원 분위기가 예전만 같지 않다고들 하죠. 근데 요즘 다시 뜨는 곳이 한남동, 이태원로입니다.”

용산구 이태원로 55가길에 있는 ‘MishMash(미쉬매쉬)’ 김민지 셰프는 “1년6개월 전 한적한 주택가에 처음 문을 열 때는 맛집이 5~6개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20개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태원 해밀톤 호텔에서 한 블록만 벗어나면 요즘 가장 ‘핫하다’는 이태원로 꼼데길이 나온다. 분위기 있는 식당과 카페가 많다. 미쉬매쉬는 ‘2018년 미슐랭 가이드’ 빕 구르망 식당으로 소개됐다. 빕 구르망은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주는 레스토랑을 의미한다. 미쉬매쉬에서 내놓는 음식은 겉보기엔 양식 같지만 실제로는 모던 한식이다. 한식의 다른 맛을 찾는 외국 대사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제철 농산물을 고집하면 맛있을 수밖에 없지요. 미슐랭 출신이나 미슐랭 가이드에 나온 집이라고 비쌀 이유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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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배운 김 셰프는 한국 요리로 코스 요리를 개발해 ‘용수산’과 ‘운산’을 운영하고 있는 김윤영씨의 외동딸이다. 프랑스 파리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김 셰프의 요리를 맛보기 위해 찾는 손님들이 많다. 이 집의 퓨전 메뉴 15가지 모두 인기가 있지만, 가장 잘 나가는 것은 ‘포키포크’다. 보쌈을 덴마크식으로 조리하고, 쫀득한 김치 마말레이드를 쌈장 대신 내놓는다. 바삭하게 장아찌를 튀긴 꽈리고추튀김, 초고추장을 연어알처럼 올린 광어 크루도도 잘 나간다.

와인도 가성비가 좋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등 현지 와인을 직접 골랐다고 한다.

최근 문을 연 ‘cheese flo(치즈 플로)’는 한국산 우유로 만든 치즈를 맛볼 수 있는 집이다. 수작업으로 치즈를 만들어 판매도 한다. 신선하면서도 담백하다. 얇은 햄 같은 살라미도 직접 만든다. 지리산에서 가져온 돼지고기를 염장한 뒤 말린다. ‘치즈 플로’ 조장현 사장은 “국내에서 맛볼 수 없는 세계 각국의 치즈에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반응이 좋다”면서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 가지 않으면 맛볼 수 없는 이색적인 치즈에 와인을 즐기는 젊은층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음식점 ‘Maremma(마렘마)’는 간판도 없는데 파스타와 리소토를 먹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로 연일 북적인다. 모퉁이 골목 2층에 있는 ‘ROOT(루트)’는 샐러드 샌드위치로 유명하다. 바로 옆 대만 국수 전문점 ‘우육미엔’은 가격 대비 양이 푸짐해 가성비가 좋다.

■ 옛 명성 그대로 이태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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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1번 출구로 나와 육교를 건너면 이태원로다. 여기가 이태원 중심가다. 눈에 띄는 건물은 전망 좋은 곳에 우뚝한 모던 스타일의 ‘So Wat(쏘왓)’. ‘쏘왓’은 불교 ‘금강경’에 나오는 “순간조차 잡을 수 없고 시공간은 허구이니 지금 여기”라는 의미를 가진 ‘Be here now’를 테마로 한 태국 북부 요리 전문점이다. 태투를 주제로 꾸민 태국식 의자와 소품이 특이하고 재미있다. 이태원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통유리 창가에 앉아 전문 바텐더가 내주는 ‘뱅쇼’를 살짝 입술에 댔는데 새콤한 레몬이 와인의 풍미를 더했다. 주메뉴인 쇠고기 ‘그릴 디쉬’는 매콤하면서도 고소했다. 무채처럼 쫄깃쫄깃 씹는 맛이 좋은 ‘솜탐’ 한 접시도 금세 비웠다. 카레를 기본으로 한 ‘치앙마이 누들’은 닭고기가 푸석거리지 않고 깊은 맛이 우러났다. 양도 푸짐했다. ‘쏘왓’의 김태응 사장은 “태국 음식문화의 대표 지역은 중국, 인도, 중동 등과 교류가 잦은 북부의 이산 지방”이라며 “태국 음식 마니아들이 자주 온다”고 말했다. 이태원의 야경을 감상하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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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톤 호텔 별관 ‘PROST(프로스트)’는 잘나가는 바다. ‘프로스트’에 들른 날 300~400명의 국적을 뛰어넘은 젊은이들이 세계 각국의 드래프트 맥주잔을 부딪치며 신나게 춤을 췄다. 수제맥주도 인기다. 2층 ‘GLAM(글램)’은 천장 가득 와인잔이 걸려 있고 30대 직장인들이 혼자서도 자주 찾는 라운지 바. 1990년대 추억을 더듬는 중년들에게 인기 있는 곳은 길 건너 ‘GECKO’S(게코스)’다. 국내에 브런치라는 개념을 소개한 개코스는 식당을 겸한 바로 치킨 텐더 등 1만원대 안주가 대부분이다.

외국인과 한국인 유학생들에게 인기몰이 중인 ‘VOLSTEAD(볼스테드)’는 빈티지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바다.

“한국의 칵테일은 술은 적게 넣고 주스를 많이 넣어요. 칵테일의 기본은 진 등 알코올이 45%여야 합니다.” 볼스테드 사장 제임스는 “비율을 정확히 지키기 때문에 다른 집에 비해 도수가 세다고 한다”면서 “진하면서도 톡 쏘는 칵테일 본연의 맛을 찾는 마니아들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제임스가 야심적으로 내놓은 ‘냉(冷)백’은 황당하면서 독특했다. 뉴욕에서 유행 중인 ‘피클백’은 위스키를 원샷으로 마신 뒤 오이피클 국물을 들이켜는데 이 집은 냉면육수로 짠 피클 국물을 대신한다. 볼스테드는 월요일에는 재즈 공연, 일요일에는 키줌바 댄스 수업을 열고 있다.

‘BLACKLIST(블랙리스트)’는 분위기가 아늑해 여성들도 많이 찾는 칵테일 바. 한쪽 벽면에 푹신한 1인용 의자를 두었는데 혼자 한잔 마시기에도 좋았다. 매주 목요일에는 편안하게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며 와인을 나누기도 한다. 이태원은 다른 곳보다 적어도 한 발짝은 유행에 앞서 있는 곳이 틀림없다.

<글·사진 |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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