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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역사는 동병상련, 경제는 운명공동체"…문 대통령, 中과 껴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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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오찬 간담회 인사말하는 문 대통령
(베이징=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중국 국빈방문 첫 일정으로 베이징에 위치한 완다 소피텔 호텔에서 열린 재중국 한국인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kjhpress@yna.co.kr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일 맞아 작심하고 "함께 항일투쟁…깊은 동질감"

시주석과의 정상회담 앞두고 사드갈등 넘어 "미래 향해 협력하자" 메시지

경제협력도 '새틀짜기' 모색…한중 FTA 후속협상으로 경협 업그레이드

(베이징=연합뉴스) 노효동 이상헌 기자 = 13일부터 3박4일간 일정으로 중국 국빈방문에 돌입한 문재인 대통령이 '역사'와 '경제'라는 두가지 키워드를 내걸고 대중외교의 신호탄을 올렸다.

과거 일본 제국주의에 함께 맞섰던 아픈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한중 양국이

이 동북아 미래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해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굳건히 손을 맞잡고 가자는 큰 틀의 메시지로 수렴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사드 문제로 불거진 양국간 갈등과 감정의 앙금을 씻어내고 완전히 새로운 관계를 '재설정'하자는 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방중 첫 일정인 재중국 한국인 간담회에서 작심한 듯 역사문제를 꺼냈다.

이날이 난징대학살 80주년임을 상기시키면서 "한국인들은 중국인들이 겪은 고통스러운 사건에 깊은 동질감을 갖고 있다" "한국인들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희생자들을 애도한다" "두 나라는 제국주의에 의한 고난도 함께 겪었고 함께 항일투쟁을 벌이며 어려운 시기를 함께 헤쳐 왔다"는 등의 예민한 언급을 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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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한-중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베이징=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중국 베이징 조어대 14호각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한 뒤 중국 장 쩡웨이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안내를 받고 있다. scoop@yna.co.kr



문 대통령이 역사 이슈를 꺼내든 것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양국간의 역사적 동질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비록 지나간 역사이지만 동병상련을 나는 사이인 만큼 전향적 관점에서 사드 갈등을 뒤로 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난징대학살을 언급하면서 일본의 역사인식을 에둘러 거론한 것은 이른바 3불(不) 중 하나인 한미일 군사동맹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일축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주목할 점은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가 최근 봉합 국면을 보이고 있던 대일관계에 파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언급이 일본 정부를 겨냥하기 보다는 인류보편적 차원의 감성과 정서를 표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방중일정을 협의하다 보니 공교롭게도 도착날짜가 난징대학살 추모일과 겹친 것"이라며 "그러나 이것이 외교적 또는 국제정치 차원이 아니라 같은 경험을 가진 한국의 입장에서 동병상련의 정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입장은 자칫 난징대학살 언급이 대일 외교에 미칠 파장을 의식해 선을 그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14일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모두발언 석상에서는 난징대학살과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그런 한편으로 사드 갈등을 넘어 '미래' 이슈에 해당하는 경제협력을 복원하는데 확실한 무게를 싣는 행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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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기업인 간담회, 인사말 하는 문 대통령
(베이징=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중국을 국빈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중국 베이징 조어대 14호각 목단청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scoop@yna.co.kr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양국 기업인들이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중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과 한중 비즈니스 포럼을 잇따라 연 자리에서 한중 경제협력의 '새로운 25년'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3대 원칙과 ▲8가지 협력방향을 제시했다.

3대 원칙은 ▲제도적 기반 강화 ▲양국 경제전략에 입각한 미래지향적 협력 ▲사람중심 협력이고, 8가지 협력방향은 ▲안정적 경제협력 제도적 기반 ▲교역분야 다양화와 디지털 무역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미래 신산업 협력 강화 ▲벤처·창업분야 협력 확대 ▲에너지분야 협력 강화 ▲환경분야 협력 ▲인프라 사업 제3국 공동진출 ▲사람중심의 민간 교류·협력 활성화를 의미한다.

이는 완전히 새로운 경제협력 어젠다가 아니지만 사드 '봉인' 이후 경제협력의 외연과 질을 새롭게 바꿔놓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문 대통령은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는 한국 속담처럼 이번 방문을 통해 양국의 우정과 신뢰를 다시 확인하고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한단계 더 발전시키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양국 경제인들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 개시를 공식화함으로써 양국 경제협력의 틀을 새롭게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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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한-중 기업인 간담회 인사말
(베이징=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중국을 국빈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중국 베이징 조어대 14호각 목단청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장쩡웨이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회장. 왼쪽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scoop@yna.co.kr



문 대통령은 나아가 문재인 정부의 '사람중심 경제' 정책과 시 주석의 '소강사회' 구상이 일맥상통하는 등 경제정책 측면에서 동질성을 띠고있다고 강조하면서 양국 정부간 협력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회담에 앞서 '역사'와 '경제'를 내걸고 중국 껴안기에 나서면서 14일 제3차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상간에 긍정적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중국이 사드 문제에 대한 입장을 계속 강조할 가능성이 있어 실제로 정상회담 결과에 이 문제가 거론될 지, 또 거론된다면 어느정도 수위로 거론될지가 정상회담의 최대 관전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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