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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세아이 엄마 6급조사관, 탈세 162억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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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임성애 조사관
역외 조세포탈 기업 7년 추적
근무지·담당 바뀌었어도
직접 출장 다니며 증거수집

조선일보

7년의 추적 끝에 160억원대의 역외 탈세를 적발한 임성애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조사관. /국세청


지난 2010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임성애 조사관은 A사(社)의 160억원대 탈세 혐의를 적발했다. 이 회사는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페이퍼 컴퍼니'인 B사를 세운 뒤 자신이 보유한 싱가포르 소재 C사 주식을 헐값에 B사로 넘겼다. 이후 B사는 이 주식을 일본 기업에 제값에 팔아 큰 이득을 봤다. 실제로는 A사가 한몫 잡은 것이다. 임 조사관은 A사를 조세 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국세청이 A사로부터 세금을 받아내는 데는 7년 세월이 걸렸다. 형사소송과 행정소송 하급심에서 "B사가 거래와 대금 수령을 실제로 했기 때문에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한 탈세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임 조사관은 멈추지 않았다. 소송 진행 중에 2년간 근무지가 일선 세무서로 바뀌었지만 A사 오너가 거주하는 싱가포르까지 쫓아가 증거를 수집하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며 탈세 혐의를 끝까지 추적했다. B사가 실제 거래를 했더라도 애초 탈세를 목적으로 세워진 회사이기 때문에 조세 포탈로 봐야 한다는 법적 논리도 구성했다. 결국 대법원도 지난 4월 국세청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사가 탈루한 세금 162억원을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획재정부는 13일 임 조사관의 탈세 적발과 세금 추징을 '2017년 하반기 국가 수입 증대 및 예산 절감 최우수 사례'로 선정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체 25건이 선발됐는데 임 조사관이 근무지와 담당 업무가 바뀌었는데도 7년에 걸쳐 특별한 노력으로 탈세 혐의를 끝까지 추적해 세금을 추징한 점에서 가장 높은 1등급을 받았다"고 밝혔다.

임 조사관은 2007년 7급으로 국세청에 들어왔다. 여성으로는 흔치 않게 '국세청의 중앙수사부'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에 주로 근무해왔다. 임 조사관은 "재판을 진행한 7년 동안 둘째, 셋째 아이를 낳느라 힘들었지만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쁘다"고 말했다.

국가 수입 증대 및 예산 절감 우수 사례에 선정되면 600만~6000만원까지 성과금을 지급받는다. 기재부 관계자는 "임 조사관의 경우 30% 보너스가 추가된 7800만원이 성과금으로 최종 결정됐다"면서 "임 조사관 혼자 이 돈을 다 받는 것은 아니며 참여한 공무원들이 나눠 지급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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