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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환경권은 뒷전” 이번 개헌에선 전면 배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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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 ‘충분한 햇볕을 쬘 권리’도 헌법에 담길 수 있을까. 개헌 논의가 한창인 국회에서 새 헌법에 담길 환경권 조항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환경특별위원회 위원장 강병원 의원과 한국헌법학회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헌, 방향을 논하다: 환경권을 중심으로’ 토론회를 공동개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축사를 통해 “이번 개헌은 국민참여 개헌으로 만들어져야 되는데 기득권의 권한을 국민께 돌리는, 국민 기본권을 높이는게 핵심 중의 핵심”이라며 “기후변화가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곳 중 하나가 한반도인데, 우리 국민이 살아가는 한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어쩌면 환경권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진레이온 사건, 가습기 살균제 사건, 발암 생리대 사건 등이 구체적인 위협으로 우리 눈 앞에 와 있는데 4대강을 파헤치는 일을 했으니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된 것”이라며 “그간 환경은 말이 좋아 환경, 환경했지 우리 사회에서 환경 가치는 뒤로 밀려도 저 뒤만큼 밀려 있다”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의 말처럼 ‘환경권’에 대한 강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환경권 조항은 1980년 제정된 8차 헌법에 처음 등장했다. 현행 헌법인 9차 헌법도 35조 1항에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1980년~1990년대 산업화와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한국의 환경권은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을 수행하는데 그쳤다.

국회 헌법개정 특별위원회(개헌특위) 민주당 간사인 이인영 의원은 토론회에서 “환경 관련 규범이 처음으로 명시된 80년대는 역사적·시대적으로 공해 추방이라는 시민적 의식이 막 자리잡던 시기였고 그 후로 30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는 공해추방, 오염으로부터의 방지·예방 수준을 넘어서는 광범위한 사회적 문제, 삶의 문제로 생태·환경이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점을 받아들이면서 현행 헌법을 넘어서 환경권을 헌법 전문에 규범적 가치로 반영하는 문제, 총강에 반영하는 문제, 영역을 생태 전반으로 확대하는 문제, 국토 자원 개발과 환경권이 충돌할 때 적용할 수 있는 가치 규범의 마련이랄지 우리 시각이 확대될 시점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헌특위 자문위원회가 제시한 헌법 개정안의 헌법 전문에는 ‘생명 존중’,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 ‘지속 가능성’ 등의 가치가 담겼다. 헌법 전문에 이를 명시함으로써 경제 조항이나 국토개발 조항에서도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을 강조할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강병원 의원은 “개헌을 추진하며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 미래세대를 위해,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해 환경권 문제는 의미있고 무겁게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헌특위 소속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도 “87년 헌법 조항을 보면 환경권이 일반적인 국민 권리라기 보다는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것으로 서술돼 있다”며 “그런 부분을 바꿔야 된다는 여론이 개헌 특위 논의에서 많이 나왔고, 환경권도 이제는 좀 시대에 맞춰서 조항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적극적인 의미의 환경권을 헌법에 담아 시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스위스·그리스·포르투갈·스페인·스웨덴·네덜란드·독일 등은 환경보호를 국가의 목표조항으로 규정해 환경권에 대한 국회 입법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헌법 전문에 ‘2004년 제정한 환경헌장을 준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2004년 환경헌장은 ‘환경은 인류의 공동재산’이며 ‘환경의 보존은 국가의 다른 기본적 이해관계와 마찬가지로 추구되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더 나아가 환경에 대한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때는 과학적으로 불확실하더라도 행정부가 나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헌 과정을 통해 환경권의 진일보가 이뤄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국회 개헌특위가 지난 9월 작성한 ‘헌법개정 주요 의제’에는 ‘환경권’ 관련 사항이 빠졌다.

안병옥 환경부 차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이번 개헌 과정에서 환경권이라는 것이 우리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인가라는 문제제기가 충분히 고려되서 헌법 전문에 인간만이 아닌 인간과 더불어 사는 많은 생명체가 함께 누려야할 권리로 표현될 수는 없을 것인지 이런 부분에 대한 토론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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