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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한겨레 사설] 비트코인, ‘거래 금지’ 않을 거라면 ‘과세’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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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암호화폐(가상통화) 투기거래 대응방안을 내놓은 13일 국내 거래소에서 암호화폐 가격은 큰 변동이 없었다. 암호화폐의 미래에 대한 거래자들의 믿음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다른 나라에도 거래 참여자가 많으니, 우리 정부 대책이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어차피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대책을 통해 정부가 암호화폐를 제도적으로 수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한 것에 더 의미를 둬야 한다. 거래자들은 정부가 더 강력한 추가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정부는 암호화폐가 금융상품도 아니고, 화폐는 더욱 아니라는 견해를 분명히 했다. 금융기관의 가상통화 보유와 매입, 담보 취득을 금지한 것에 그런 시각이 담겼다. 비트코인 거래시장에 금융기관 자금이 공급되는 것을 막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부는 암호화폐를 재화로 인정할지는 명확한 태도를 밝히지 않았다. 일부 당국자들의 말대로 암호화폐 거래가 ‘폰지 사기극’이라면 거래를 금해야 마땅하다. 그렇게 단정하기 어렵고 자유 거래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 재화로 보고 거래에 세금을 매겨야 할 것이다. 정부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과세 문제를 검토하기로 했다. 거래를 금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기 때문일 텐데, 그렇다면 과세를 서두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투기 심리는 한번 불붙고 나면 정부 대책으로 가라앉히기가 매우 어렵다. 오로지 가격에 낀 거품의 크기를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을 때 투기판이 깨질 뿐이다. 정부가 암호화폐 가격이나 거래량을 봐가며 조급하게 굴지 말아야 할 이유다. 그보다는 우려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더 신경을 쓰고 대책을 보완해가야 한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협조를 얻어 고교생 이하 미성년자의 계좌 개설과 거래를 금지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거래 투명성 확보와 투자자 보호 강화 조처는 서둘러야 한다. 다단계·유사수신 방식의 암호화폐 투자금 모집에 대해서도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

거래 규제가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 해를 끼칠 것이라는 주장에 정부는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암호화폐 거래가 활성화된다고 해서 블록체인 기술개발 기업으로 돈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거래업자만 돈을 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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