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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기자메모]대박집 신화 검증, 정부가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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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국은 정말 자영업자의 무덤일까. 요즘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프랜차이즈의 모습을 보면 그런 의문이 든다. TV에선 음식점 사장님들이 돈을 세느라 정신없고, 하루 매출이 수백만원에 달한다는 대박집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창업자를 모집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 영세 자영업자 증가를 걱정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정부의 노력이 무색해지기까지 한다.

다들 자영업의 문제를 걱정하는데 왜 창업하는 이들은 끊임없이 늘어날까. 그 이유 중 하나는 대박집 신화를 검증하는 방법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사업자로 하여금 경영정보를 공시하게 하지만, 가맹본부 조사 능력의 한계로 창업자들에게 중요한 가맹점별 영업이익은 찾아볼 수 없다. 또 가맹점별 매출은 확인할 수 있지만 당해 연도분에 국한되며 부풀린 자료도 많다. 이처럼 공적인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창업자들은 가맹본부가 내미는 정보에 속기 십상이다.

그럼 정부는 능력이 없어 가맹점 정보를 파악할 수 없는 것일까. 통계청의 말을 들어보면 그렇지 않다. 앞으로 확보하는 마이크로데이터를 이용하면 특정 브랜드의 가맹점별 매출 정보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은 그간 표본조사를 이용해 충분한 데이터를 모으기 어려웠지만, 조만간 매출의 경우 국세청 행정자료로 대체할 예정이다. 잘만 활용하면 가맹본부에 의지하지 않고도 정부가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게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난관은 있다. 현행법상 통계 자료를 제공할 때는 개인정보를 식별할 수 없는 상태로 해야 하며, 통계청이 특정 업체나 브랜드별로 통계를 구성해 제공하는 것은 전례가 없었다. 공공의 목적으로 승인을 받으면 개인정보 노출이 가능하나 통계청 관계자들은 이 역시 쉽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사실 법령보다 부처 간의 벽이 더 문제란 생각도 든다. 통계청도, 공정위도 각자의 능력을 합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두 부처가 힘을 합쳐 새로운 길을 발견하면, 허위 정보공개서를 뒤지는 수고를 덜 수도 있을 것이다. 대박집의 환상에 노출돼 있는 자영업자들을 생각한다면, 어떤 시도라도 해보는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가 중요한 시점이다.

<박용하 |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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