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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北에 아이들 두고 中으로 팔려간 탈북 여성들, 남아도 떠나도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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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09년 4월 워싱턴 DC 내셔널프레스센터에서 탈북여성이 '북한인권위원회'가 주최한 북한여성 인신매매 인권보고서 기자회견장에서 증언하고 있다. [사진 소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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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일자리를 구해주겠다는 브로커들에 속아 중국 농촌 총각에게 팔려간 탈북 여성들의 삶이 공개됐다.

13일 AP통신은 인신매매된 탈북 여성 7명과 중국인 남편 3명의 심층 인터뷰를 전했다. AP는 “전문가들은 1990년대 중반 수십만 명이 굶어 죽은 북한의 심각한 기근 이후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의 북한 여성들이 인신매매로 국경을 넘어 신부로 팔렸다고 추산한다”고 전했다.

AP에 따르면 많은 북한 여성은 고향에 아이들을 둔 채 국경지대 3개 성에 있는 가난한 농부에게 팔려온다.

보도에 등장한 한 여성 A(53)씨는 2006년 돈을 벌기 위해 북한에 두 아들을 남겨둔 채 중국 국경을 넘었다.

중국에서 일자리를 구해주겠다는 브로커의 말을 믿었지만, A씨는 소아마비 장애가 있는 중국인 농촌 총각(55)에게 2100달러(약 229만원)에 팔리는 신세가 됐다.

A씨는 “처음에 왔을 때 북한에 있는 애들 걱정에 온종일 술만 마셨다. 제정신이 아니었다”며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지만, 중국에서 낳은 딸과 남편이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깨달아 남한으로 탈출 기회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중국인 남편과 그의 친척은 북한에 남겨진 A씨의 두 아들 근황을 살펴주고 있다.

A씨는 “남편이 옥수수와 돼지를 판 돈으로 브로커를 고용하고, 북한 아이들을 키워주는 삼촌에게 2260달러(약247만원)을 보내주는 등 잘 대해 주고 있다”면서도 “북한에 있는 아이들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전했다.

A씨처럼 중국인 남편의 경제적 여력이 되면 그나마 낫다. 2007년 인신매매된 B씨(여·46)는 너무 가난해 사람을 고용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에 두고 온 아이들이 어떻게 사는지 확인도 할 수 없다며 눈물을 보였다.

또 이들은 중국 공안에 잡혀 강제북송돼 고문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자신을 이방인 취급하는 이웃들의 멸시를 지난 11년 간 견뎌야 했다고 고백했다.

중앙일보

탈북여성


중국인 남편의 학대를 피해 남한으로 탈출을 시도한 여성들도 있다. 한 여성은 실패해 몇 시간동안 기둥에 묶여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여성은 남한으로 탈출해도 불행은 계속된다고 전했다. 중국인 남편들이 중국에서 낳은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중국에 아들을 두고 남한으로 건너온 또 다른 여성은 “일부는 나를 냉정하다고 말하겠지만, 나는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고 마음 먹고 집을 떠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인신매매됐던 북한 여성들이 남한으로 탈출하자 이웃들은 남아 있는 탈북 여성들을 향해 암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 여성은 “우리가 알을 낳고 다른 곳으로 도망가기 때문에 진짜 엄마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북한에 남은 아이들의 경우 엄마에게 버림받은 아이라고 놀림을 받는다”며 “북한 출신 엄마가 도망간 친구들을 본 아이들은 엄마가 자신을 두고 도망갈까봐 정말 말을 잘 듣는다”고 주변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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