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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박승근의 붕붕드론] Local Data Mode,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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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조선

최근 미육군의 DJI솔루션 사용금지관련 보도가 알려지자, 국내 무인기산업계는 기다렸다는 듯 쾌재를 부르는 모습을 보였다. 요점은 간단하다. 그리고 실망스럽다.
1. DJI솔루션이 비행과 관련된 정보를 유출할 수 있다.(비행위치를 포함한 포괄적인 비행정보와 취득한 사진/영상 등)
2. 미육군이 그런 내용에('사실'이 아니라) 대한 대비차원에서 DJI솔루션을 배터리까지 분리시켜 보관하라는 내부 지시를 내렸다.
3. 국내 무인기산업계는 DJI에 대한 그간의 열세가 자신들 탓이 아닌, 보안 취약점을 가진 DJI가 문제였으니, 이제 정보누출 위험이 없는 국내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자.

◆ DJI의 정보누출?

외신보도와 국내언론이 인용한 해당 내용을 살펴보면 미육군은 어떤 내용이 유출되는지, 유출된 적이 있는지, 유출이 우려되는 데이터가 정말 중국 서버로 가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사실로 제시하지는 못했다. 비행위치, 운항정보 등의 데이터가 인터넷이 접속된 상황에서 DJI앱을 통해 해당 서버와 연결된 상태라는 것, 그리고 그 데이터가 의도적으로 수집될 수 있다고 밝힌 정도다.

이에 대해 DJI는 로컬모드(기체-GCS/RC)간 데이터 통신은 유지하되 GCS/RC와 서버가 연동되지 않는 로컬모드를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 대응에 들어갔다.

DJI는 공식 발표를 통해, 지금까지 의도적으로 세계를 대상으로 비행정보를 수집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DJI에게 경쟁의식으로 포장된 패배의식을 느끼고 있는 여러 입장에 놓인 사람들이 그 말을 그대로 인정하지는 않는 것 같다.

◆ DJI앱과 서버, 데이터사용의 문제

DJI솔루션의 가장 큰 힘은 사실 기체가 아니라, DJI앱과 앱의 사용성에 있다. 산업계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인 "기체 수준은 우리도 동등한데 대중이 모르고 있다"를 최대한 인정한다고 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DJI의 시장점유율을 뺏어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DJI는 기체가 아니라, DJI앱으로 사용자를 흡수하고 붙잡아 둔다. 한번이라도 DJI앱을 경험하면 그 외 다른 제어앱이 구질구질하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빠르고 안정적인 사용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애플에게 설계지원과 최적화 환경유지를 맡긴지 제법 됐다. 안드로이드를 버렸다고 대놓고 이야기는 못하지만, 작년을 지나면서 DJI 기체에 안드로이드를 붙여 쓰는 비율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었다. DJI 내부적으로는 안드로이드계열은 이미 버린 것 같다. 필자의 책상에도 사양 좋은 멀쩡한 안드로이드 패드가 방치되고 있는 형편이다. 비행 한번 하는데 안드로이드가 선사하는 접속과 부팅의 Adagio를 겪고 나면 '일하는데 사용할 장비는 아니구나'를 깨닫게 된다.

DJI앱은 이동통신망을 이용해서 비행에 필요한 데이터를 가져온다. 비행지역의 지도가 데이터 사용의 대표적인 부분이다. 최신 기체는 DJI앱 상에서 업데이트를 지원하는데 이것 역시 데이터를 사용한다. 매우 무식하게 표현해서, 문제가 된 미육군의 정보유출 문제는 패드의 데이터통신을 차단한 상태로 사용하고 비행로그를 서버와 연동시키지 않으면 정보유출이 안 된다는 몇몇이 주장한 대응책이 있지만 꼭 그러한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확답을 가진 상황(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이 아니다.

논리적으로 보자면 DJI가 무차별적인 비행정보 수집이 없다고 했을 때, 정보누출이 된다고 주장하는 쪽은 실제로 유출된 정보가 무엇인지 밝히면 되는데 그런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

만약 DJI제품이 모든 기체의 비행정보를 백도어를 통해 수집한다고 치자, 그렇다면 국내에서만 3만~4만대 분량의 데이터, 전 세계로 보자면 상상할 수 없는 용량의 데이터가 중국 어디쯤에 매일 엄청난 양으로 저장된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누군가가 주장하는 'DJI기체가 촬영하는 사진이나 영상도 중국 서버로 날아간다'고 봤을 때 최소 화질인 720사이즈만 하더라도 수백만대의 기체 수를 곱하면 통신망에서 벌써 감지되고도 남았을 일이다. 감지 할 수 없을 만큼 DJI앱에서 낮은 용량의 파일로 날아간다면, DJI는 드론 장사 접고 그 압축/분산전송 기술을 도태로 한 인프라 사업을 하는 편이 훨씬 낫다.

◆ 국내기술은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고 있던 것

국내 무인기산업계가 실망스러운 것은 미육군에서 시작된 DJI정보유출 우려 내용에 대해서 발전적 고민거리로 삼는 것이 아니라 안도와 정신승리에 먼저 취해있다는 점이다.

'DJI제품의 보안성이 취약하니 공공기관이나 그에 준하는 분야는 국내 기업 제품을 적극 도입해야 된다'는 말이 가장 먼저 나왔다. 'DJI솔루션은 보안누출 위험이 있다고 그 전부터 주장했다, 내 말이 맞았다'는 말도 뒤를 잇는다. DJI정보유출 이슈를 정신승리로 받아들이는 국내 산업계의 분위기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자사 제품의 보안성이 그보다 뛰어난지, 혹은 우리도 타깃이 될 수 있는지 점검하는 일로 바빠야 한다. 해커들의 관심 대상조차 되지 못해서 아직까지 해킹되지 않았을 뿐이지 국내 기업의 시스템은 오픈소스 기반이 가진 취약점을 그대로 내포한 상태다.

국내 무인기산업계가 솔직히 돌아봐야 될 부분이 또 있다. 예를 들어 국내 어느 기업이 무인기를 100대 납품했다고 하자. DJI처럼 필요에 따라서 전체 시스템을 상대로 업데이트 이슈가 주어질 때, 사용자가 직업 제어프로그램에서 쉽게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을까?

미국의 어느 조사에 따르면, DJI업데이트 이슈가 발생하면 사용자의 70%가 3~4개월 안에 업데이트를 마친다고 한다. 물론 사용빈도가 높은 표본을 대상으로 했지만, 기체가 풀린 규모를 생각하면 엄청난 사용자 반응성이다.

지금 상황에서 국내 기업 제품은 한 대 한 대 불러들여서 일일이 손봐야 하는 구조다. 누군가는 소량 생산품의 한계, 그런 수준의 제어프로그램 개발미미, 개발자금 부족 등을 이유로 대겠지만 최종적으로는 DJI수준의 소프트웨어 파워를 따라갈 의지도 노력도 부족한 상황을 둘러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혹자는 DJI와 시장경계를 구분하며, 촬영에 특화된 DJI시스템과 산업용 시스템은 다르다고 주장하며 인터페이스와 제어프로그램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도대체 촬영용 기체는 그렇게 평가절하를 당하고 산업용 범주에 넣기 모자랄 만큼 미천한 분야인가? 게다가 DJI가 잠식한 촬영용 시장은 산업이 아닌가? 촬영용과 산업용은 무슨 논리로 왜 구분하나?"에 대해 그렇다고 한다면 DJI수준의 촬영용 기체는 만들 수 있는지를 포함해서 다시 묻고 싶다.

"산업용 인터페이스나 제어프로그램은 항상 투박하고 무겁고 어렵고 복잡하게 보여야만 하는가? 오히려 빠르고 정확한 정보전달을 위해서 더 노력해야 하는 분야가 산업용이 아닌가? 안전이나 사용성과 관계된 업데이트 이슈가 발생하면 재빠른 업데이트를 제공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당연히 연계되는 것이 맞지 않나?"

기존에 나와 있는 오픈소스 프로그램을 메인 프레임으로 삼고, 필요한 부분만 조금 커스텀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먼저 인정하고 발전의지를 내비치는 것이 국내 무인기 발전에 훨씬 도움이 되는 자세다. 곧이어 DJI의 제어환경 전반을 뛰어넘는 운용로직과 인터페이스를 개발할 TF를 기업이 연합한 체제의 연구과제로 상정하고 그 결과를 국내 기업 전원이 베이스를 공유하는 일을 벌이면 어떨까싶다.

글의 초점이 많이 빗나간 것 같은데 어쨌거나 DJI 정보유출 이슈는 장기적으로 DJI의 발전에 더욱 가속을 더한 추진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DJI는 미육군발 소식이 전해짐과 동시에 적극적인 대응을 공식화 했고, 미육군이 반박할 수 없는 정확한 로컬데이터모드가 탑재되고(DJI발표로는 올해 안에 전 제품을 상대로 업데이트를 가능하게 하겠다고 밝혔음) 시장이 그 내용을 인정하는 단계에 접어들면, 그 뒤부터는 보안성마저 뛰어난 DJI솔루션으로 세계시장을 상대하게 된다.

국내 무인기산업계가 그렇게 틈새시장이라 주장하는 산업용(사실 구체적으로 국내 산업용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제는 필자조차 내용이 헛갈리지만) 시장도 DJI제품군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장악 가능한 상황이다. 여기에 대응하는 정부와 국내산업계의 전략은 현재로선 국내솔루션만 도입가능하게 하는 밖에 없다. 그런데 국내개발품이라는 기준도 모호한 현실(부품과 소스코드의 출신이 어딘지 인정한다면)을 감안할 때 종국에는 우기기 전략만 남을 가능성이 크다.

보안성마저 확보된 DJI솔루션이 야금야금 국내 산업용 시장을 잠식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묻고 싶다. 단지 국내산업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중국제품을 못쓰게 하는 지금의 분위기는 불공정한 부분이 있다. 국내산업 보호가 명분이면 해외제품 전체를 못 쓰게 해야 되는데, 지금 우리 현실은 해외제품보다는 중국산이란 단어로 범위가 좁아진 상태고, 더 정밀하게는 DJI라는 암묵적인 인식이 지배하는 상황이다. 독일, 프랑스, 미국 제품은 자국의 수출금지품목에서 해제됐다는 명분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 들어오고 있지만 우리 정부나 산업계는 딱히 막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제3자가 보면 DJI제품에 대한 피해의식으로 보이기 딱 좋다.

정말 불굴의 노력으로 제품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국내 기업도 여럿 있다. 문제는 그런 기업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는 구조에 있는데 이 부분은 산업계 내부에서 아무리 지적해도 구조적인 문제로 치부되며 고쳐지지 않는다.

최근 어느 공공기관의 무인기 도입사업과 관련해서 도입규모가 제법 큰 입찰건이 있었다. 도입 기준으로 제시된 무인기 기준사양을 보면 누가 봐도 미국의 특정 기체 스펙과 유사하다. 그 기준을 충족하는 국내 기업은 현재로썬 전무하다. 정확한 내부사정과 왜 그런 기준이 제시됐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경험으로 비춰보면 그 사업을 진행하는 해당기관 담당자가 무인기에 대해서 잘 모르는 상태가 분명하고, 도입 조건에 맞춘 기체를 어떤 식으로든 찾아서 그 사양을 도입기준으로 제시했을 확률이 높다. 몇몇 항목에서 제시된 기준을 넘고, 몇몇 항목은 제시된 기준을 미달하는 시스템을 가진 국내 기업이 있긴 한데, 입찰 규정 등 진행과정에서 적용되는 많은 기준을 생각하면 애초에 입찰에 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 기업의 경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해외 기업들과 협력하며 시제품 개발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상품성 있는 제품을 개발했음에도 만약 정부 주도형 사업에서 국내제품이 아니라고 그어 놓은 선의 반대편에 위치하게 되면 오히려 좋은 제품을 우리 스스로 활약하지 못하게 시장을 경직시킨 꼴이 된다.

작년부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상관측솔루션을 제공하는 또 다른 기업은 기업의 근원이 무인기가 아니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국내 무인기 대표기업들로부터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 아군에게 공격을 받았지만 어떻게든 생존한 덕분에 지금은 기상관측분야에서 국내 톱이자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 해당 시스템이 중국산 부품을 사용했다고 국내제품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어느 부품까지만 허용되나? 허용기준은 다분히 주관적이지 않을까?

미육군에게 한 소리 들은 DJI에게 정신승리를 만끽하는 동안 우리는 또 쳐지고, DJI는 두발 더 앞선다. 미육군의 화살은 언제든지 다른 기업으로 돌아갈 수 있다. 지금의 미행정부 상황이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미육군에 사용될 만큼 팔리지 않을 테니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자축인지 자괴인지 모르는 소리를 얼마 전에 들었다.

어떻게 해서든 무인기 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선행이 없던 무인기 활용산업의 표준점을 잡기 위해서 초기 기술시험군을 중국 제품으로 선택했다. 논리의 기반에서 보자면 여러모로 합리적인 선택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저 국내산이 아니라고 폄하하는 사람들이 마찬가지로 이 땅의 목소리였다. 기술시험군 결과에 따라 기술대조군이 생성되고 그 기준치로 국내 솔루션이 제작되는 큰 밑그림은 너무 커서 보지 못한 모양이다. 앞에 나오는 단어 한 두 개만 보고 전체 글을 읽었다고 하는데 어찌 보면 우리 산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중국이 아니라 우리의 옹졸한 마음이 아닌가 싶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승근 드론 전문가는 외신 기자 출신으로 국내 학계에 드론 저널리즘을 주제로 최초의 논문을 썼습니다. 드론으로 알려지기 전까지 다큐멘터리 사진가, 수중사진가로서 활동했습니다. 2015년 네팔 지진 당시, 국제구호단체와 협력해 드론을 활용한 구조현장지원팀을 이끌었습니다. 한국연구재단 무인기핵심기술사업 평가위원으로 활동중이며 드론 컨설팅을 제공하는 SM9 SkyTech를 설립해 드론활용 기술개발과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IT조선 박승근 드론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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