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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전문가도 모르는 '가짜 뉴스'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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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진실(post-truth)'.

옥스퍼드 사전이 2016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이 단어는 객관적인 사실보다 개인적인 신념이나 감정이 여론 형성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2016년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가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는 미국 대선을 거치며 디지털 시대에 진실과 사실이 이전처럼 중요하지 않게 되자 사람들은 '탈진실'이라는 단어에 더욱 주목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가 2016년 3억7600만명의 페이스북 사용자가 900개 이상의 뉴스 매체와 상호 작용하는 과정을 분석한 결과, 사람들은 뉴스가 사실을 담았는지 아닌지를 보는 대신 자신의 견해와 일치하는 뉴스가 어떤 것인지 찾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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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미국 대선 직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64%는 가짜 뉴스가 사회에 혼란을 일으킨다고 응답했고 23%는 실수 또는 의도적으로 가짜 뉴스를 공유했다고 답했다.

◆ 가짜 뉴스는 앞으로도 사회를 지배할까

앞으로도 잘못된 정보, 이른바 가짜 뉴스가 범람하는 환경에서 살게 될까?

퓨리서치센터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엘론대학교 인터넷 센터와 함께 과학자,학자,실무자,사상가 등 각 분야 전문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에는 향후 10년간 가짜 정보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 등장해 가짜 정보를 차단할 수 있을지, 혹은 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품질과 진실성이 악화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퓨리서치센터가 19일(현지시각)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설문 조사에 참여한 각 분야 전문가 1000명 중 51%는 미래의 온라인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고, 49%만 미래 상황이 나아지리라 전망했다.

부정적으로 바라본 51%는 "정보 환경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며, 온라인 환경에서 가짜 정보와 기타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방법은 정보 환경 개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고 답했다.

이들은 가짜 뉴스는 인간의 가장 깊숙한 본능과 연계돼 있기 때문에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간이 가진 성공,권력에 대한 욕구가 가짜 뉴스와 결합하며 온라인 정보의 질을 더욱 저하시킨다는 것이다. 응답자 중 일부는 민족,국가,개별 정치인 등이 자신의 주장을 확산시키기 위해 정보를 자주 조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기술 변화는 인간의 두뇌 회전 속도에 맞설 수 있을 만큼 빠르게 변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짜 뉴스의 확산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짜 뉴스를 막으려는 프로그램이 도달 범위와 효율성을 높이는 사이 인간은 더욱 더 많은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이에 현혹된다는 것이다.

워싱턴D.C 소재 한 대학 교수는 "가짜 뉴스는 너무 광범위하게 생산되기 때문에 대규모 솔루션으로 방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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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속도의 진화, 인터넷 서비스의 발전으로 더 많은 사람이 가짜 뉴스를 즉각적으로 전파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왔다.

존 마크오프 뉴욕타임스(NYT) 기자는 "인터넷상의 익명성이 사라지지 않는 한 가짜 뉴스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회의적이다"라며 "가까운 장래에 익명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 전문가 51% "가짜 뉴스 지속될 것"

나머지 전문가 49%는 "향후 10년 동안 온라인상의 가짜 정보 및 잘못된 정보를 줄이기 위해 고안된 방법이 거짓 정보의 확산을 줄일 것이다"고 답했다.

이들은 기술이 가짜 뉴스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정반대의 견해를 내놓았다. 이들은 인터넷, 앱 발전 속도, 기술 도달 범위가 가짜 뉴스와 잘못된 정보 확산을 저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신뢰할 수 있는 사실 기반의 뉴스 출처를 홍보해 사람이 정확한 정보를 접할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하기도 했다.

또한, 이들은 인간이 가짜 뉴스를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류는 지금까지 항상 변화에 적응해 왔으며, 가짜 뉴스라는 도전 과제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여론을 조작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그보다 더 똑똑한 이들이 이를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프랭크 코프먼 평화 행동주의 프로젝트 창립자는 "TV가 대중화 되었을 때 사람들은 TV에서 나오는 모든 정보가 사실이라고 믿었지만, 사실이 아닌 것도 있음을 깨달았다"며 "항상 인간사는 개선됐기 때문에 뉴스의 질도 향상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일부에서는 제도적으로 가짜 뉴스의 확산을 저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윌리 커리 통신 전문가는 "인센티브가 없는 상황에서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이 가짜 뉴스 확산을 자체적으로 막기는 어렵다"며 "유럽 등지에서 선거를 앞두고 해당 플랫폼에 제재를 가하려는 시도는 가짜 뉴스를 막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IT조선 정미하 기자 viv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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