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취재파일] 종교인 과세, 이낙연 총리의 '국민 눈높이' 발언 해설

댓글 6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 입법예고 된 시행령 개정안은 종교계의 의견을 비교적 많이 수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언론과 시민사회 등은 종교인 소득신고 범위나 종교단체 세무조사 배제 원칙 등이 과세의 형평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가 지적하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종교계 의견을 존중하되 국민 일반의 눈높이도 감안하면서 조세 행정의 형평성과 투명성에 관해 좀 더 고려하셔서 최소한의 보완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2017.12.12 이낙연 총리 국무회의 발언

이낙연 총리의 어제(12일) 국무회의 발언입니다. 기획재정부의 종교인 과세 개정안(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민 일반의 눈높이’에 맞지 않으니까 보완하라는 취지입니다. 이낙연 총리는 특히 ‘형평성’을 두 번 언급했습니다. 내년부터 종교인 과세를 차질 없이 시행하는 것이 물론 중요하지만, 종교인과 다른 직종 간의 조세 형평성이 무너져서는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정확히 파악한 발언입니다. 특혜를 없애기 위해 시행한다는 종교인 과세가 또 다른 특혜로 누더기가 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종교인 과세를 2년 더 유예하자는 김진표 의원의 법안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고, 현재 ‘내년부터 시행’되는 건 기정사실입니다. 이낙연 총리의 발언은 세금을 어떻게 걷을 것인지, 세무조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얘기입니다.

● “종교인 소득신고 범위, 형평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가 지적”, 무슨 뜻인가?

이 총리는 언론과 시민사회 등은 “종교인 소득 신고 범위가 과세의 형평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가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건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19조를 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19조는 ‘비과세 되는 종교인 소득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는데, 원래는 “종교인이 종교 활동을 위해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의복이나 물품을 비과세 해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재부가 11월 30일 입법 예고한 것은 그 비과세 해주는 종교 활동비를 무엇으로 할지, 그 판단 권한을 종교 단체에 넘긴 것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종교 단체가 어떤 종교인한테 월 300만 원을 지급한다고 할까요. 그럼 종교 단체 판단에 따라 100만 원은 소득, 나머지 200만 원은 종교 활동비, 이렇게 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100만 원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하고, 200만 원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습니다. 이렇게 납세자가 자신의 소득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게 한 겁니다.

그럼 일부 종교 단체는, 에이 50만 원만 소득으로 하고, 250만 원을 종교 활동비로 하자고 정할 수 있습니다. 물론 더 줄일 수 있습니다. 종교인 말고 이렇게 할 수 있는 직종은 없습니다. 종교인의 소득 신고 범위가 과세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다는 이 총리의 말은 이런 뜻 같습니다.

참여연대가 이번에 기획재정부에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냈는데, 의견서에서 이 부분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종교인 소득의 범위를 종교 단체가 스스로 정하게 함으로써 종교인 과세의 취지를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 과세 시행을 명분으로 조세 정의가 무너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참여연대는 종교인을 개인사업체와 비교하면서, 지금 종교인에게 허용해주려고 하는 것은 개인이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매출 가운데 무엇을 그리고 얼마를 소득으로 볼지 스스로 정하게 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종교인이 아닌 다른 납세자에게는 있을 수 없는 조항입니다.

더 황당한 것은, 세금을 매길 기준이 되는 종교인 소득을 종교 단체가 셀프로 줄일 수 있게 해 놨는데, 그걸 얼마든지 줄일 수 있도록 제한을 하지도 않았고, 바꿔 말하면 비과세 되는 종교 활동비의 상한선도 두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이 기재부에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의견서에서 비과세 혜택을 받는 금액은 “사회 통념상 적정하다고 인정되는 성격의 돈을 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인정”해주고 있다면서, “근로 소득과 동일하게 금액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참고로, 선원과 경찰공무원은 월 20만 원, 교원과 연구원도 월 20만 원, 언론의 취재수당도 월 20만 원 한도로 비과세 처리되고 있습니다. 종교인만 ‘월 얼마’ 상한선이 없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종교 단체 세무조사 배제 원칙 등이 과세의 형평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가”, 이건 또 무슨 뜻?

이낙연 총리는 “종교 단체 세무조사 배제 원칙 또한 과세 형평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가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발언은 이런 뜻입니다. 앞서 예를 든 ‘월 300만 원’ 종교인을 떠올리면 쉽습니다. 종교 단체 마음대로 세금을 매기는 소득을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종교 단체는 종교인에게 지급하는 소득을 50만 원으로 줄이고, 비과세 되는 종교 활동비를 250만 원으로 늘릴 수 있게 된 상황인데요. 그럼 국세청은 원래 100만 원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할 종교인이 50만 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는 것 아닌지 의심할 수 있습니다. 그럼 세무조사를 해봐야 합니다.

그런데 그 종교 활동비 장부를 따로 관리할 경우에는 세무조사를 원천적으로 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놨습니다. 기획재정부 시행령 개정안 222조입니다. 보수 개신교계가 “종교 활동비를 세무조사하는 것은 교회 사찰이다, 헌법상 정교 분리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니까 기재부가 이 조항을 선물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교회에 대한 세무조사가 ‘정교 분리 원칙 위반’이라는 것은 황당한 주장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한국헌법학회장이자 숭실대 법학부에 재직 중인 고문현 교수는 “교회 세무조사가 정교 분리 원칙의 위반이라는 말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기득권의 발언일 뿐이다. 세무조사는 헌법의 위임을 받아 만들어진 국세기본법 등 세법 규정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교 분리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총리가 ‘종교 단체 세무조사 배제 원칙’을 언급한 것도 비슷한 취지로 보입니다. 헌법상 아무 문제 없으니까 나올 수 있는 말입니다.

참여연대는 특히 ‘세금 탈루’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국세청이 비과세 되는 종교 활동비 장부를 제출하라고 명령할 수 없기 때문에 종교 단체가 “종교 활동 관련 비용으로 기재할 유인으로 작용해 탈루할 수 있는 원인을 제공하는 규정”이라고 지적한 겁니다.

쉽게 얘기해, 종교 활동비가 200만 원이던 종교인의 경우 그걸 250만 원으로 높여 잡으면 얼마든지 세금 줄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뜻입니다. 참여연대는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의견서에 현재 개정안은 “종교인 및 종교 단체는 탈세가 가능하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밖에 없고, 종교인에게 세무조사 전 자기시정 기회를 먼저 부여하는 것은 다른 대상자에 비해 탈세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 이낙연 총리 “국민 눈높이 감안해 최소한의 보완할 것”

이 총리는 개정안 몇 조, 몇 조를 콕 찍어 표현하진 않았지만, 그 규정을 ‘국민 눈높이’에서 들여다보면 시행령에서 손 봐야 할 지점을 또렷하게 지적한 셈입니다.

첫째로 개정안 19조, 종교인 과세 소득의 범위를 종교 단체가 ‘셀프’로 정할 수 있게 한 조항. 둘째로 개정안 222조, 종교 활동비에 대한 세무조사를 원천봉쇄하고 종교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무력하게 만든 조항. 이 둘은 국민 눈높이에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현재 개정안이 종교계 의견을 비교적 많이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 총리의 말이 그래서 나온 겁니다.

총리 지시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보수 개신교계와 대화하면서, 종교인 '특혜'보다 과세 '형평'에 무게를 둬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습니다. 숙제를 해결해야, 종교인 과세 시행이 빛이 날 수 있습니다.

[박세용 기자 psy05@sbs.co.kr]

☞ [나도펀딩] 공부하고 싶은 아이들 학업 지원하기
☞ SBS에서 직접 편집한 뉴스 여기서 확인!

※ © SBS & SBS I&M.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