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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혹한의 날씨에 아파트 보일러 가스가 샌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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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자료사진. 아파트 가스보일러©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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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ㆍ경북=뉴스1) 정지훈 기자 = "삐~삐~삐~"

경북 경산시에 사는 김희영씨(38·가명·주부)는 지난 11일 가스안전점검을 위해 방문한 가스안전진단원으로부터 "보일러에서 가스가 샌다"는 말을 듣고 겁이 났다.

진단을 마친 가스안전진단원은 "배관 부위에서 가스가 누출되고 있지만 미미하고 천연가스라서 환기만 잘 시키면 된다. 당장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며 안심시킨 뒤 "관리사무소에 알리고 보일러에 적힌 연락처로 연락해 보라"고 안내했다.

이후 김씨는 보일러실 문을 열 때 마다 나는 옅은 가스냄새에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 보일러를 끌 엄두가 나지 않는다.

김씨의 연락을 받고 찾아온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이곳저곳을 살펴본 후 "전문가가 아니어서 가스배관이나 보일러 배관을 직접 만지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김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해 보일러업체 서비스센터의 전화를 받았지만 "이쪽 업무가 아니다. 배관설비 업체로 연락하라"는 답변에 힘이 빠졌다.

김씨는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가스공급업체와 보일러설치업체가 서로 책임을 미뤄 화가 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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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경북 경산 아파트 단지의 모습©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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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은 가스공급업체, 관리는 집주인

12일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전국에서 접수된 가스보일러 관련 피해구제 신청건수는 2013년과 2014년 각각 39건, 2015년 49건, 2016년 64건이다.

올들어 지난 10월까지 49건이 접수되는 등 해마다 피해구제 신청건수가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측은 "업체 측의 과실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구제신청 건수와 직접적인 구제건수에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가정에 설치된 가스보일러에서 가스가 새는 경우 가스공급업체나 보일러업체에 전화하면 "우리쪽 소관 업무가 아니다"는 답변을 듣기 일쑤다.

아파트의 경우 가스보일러나 가스배관 누출 문제는 가옥 내부냐 외부냐를 기준으로 개인 가정이나 아파트관리사무소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스배관이나 보일러 가스 누출 수리는 차후 문제다. 당장 가스 누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냐가 중요한데 서로 '누구의 소관 업무냐'를 따지는 상황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대구와 경북 일부 지역에 가정용 가스를 공급하는 대성에너지 측은 "우리는 '가스 공급이 제대로 되느냐 안되느냐'만 안내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이외의 부분은 우리의 의무가 아니다"고 했다.

김씨의 가정에서 벌어진 상황에 대해 "현장점검원이 개선권고서를 고객에게 전달하고 관련 조치 내용을 안내하는 등 매뉴얼에 따라 잘 대처했고 이후 상황실로도 신고가 접수돼 해당 가정을 방문해 점검을 했다"고 답했다.

대성에너지 관계자는 "고객이 신뢰하고 불안하지 않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 부분은 아쉽게 생각한다. 추후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매뉴얼은 무용지물"

안전전문가들은 김씨 가정의 사례에 대해 "가스사용 안전문제와 관련한 안전매뉴얼과 업무 프로세스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측은 "사용시설에 대한 안전관리 규정에 따라 가스공급업체에서 정기점검을 시행하고 있고, 가스가 새면 밸브를 잠궈 시공 자격자가 수정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기업의 자율안전관리 측면을 요구하고 있으며, 업체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은 없다"고 말했다.

현장 상황에 대한 세세한 규정 보다는 안전을 우선으로 한 기업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중진 (사)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서로 '내 업무가 아니다'고 미루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가스안전과 관련된 매뉴얼과 업무처리 프로세스는 잘 구축돼 있지만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으면 아무리 프로세스를 잘 만들어도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총장은 "각 가정에서도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은 내가 챙긴다는 생각이 필요하고 위급시 가정 안팎에 있는 가스차단시설의 위치를 파악하고 작동법을 숙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aegu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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