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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삼성·LG세탁기 美 수출 ‘반토막’ 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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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 세이브가드 최종 보고서 / “물량 절반이상 줄고 가격은 상승” / 업계 “美 소비자위한 생산” 여론전 / 보호무역 압박에 모든 수단 강구 / 고율관세 다른 업종은 법정공방

세계일보

미국 정부가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수입산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권고안을 적용하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수출이 50% 이상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ITC는 지난 4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세탁기 세이프가드 권고안’ 보고서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ITC는 지난달 21일 ‘향후 3년간 매년 120만대를 초과하는 세탁기 수입에 첫해 50%를 부과하고 2년차에는 45%, 3년차에는 40% 관세를 부과하는 저율관세할당(TRQ)’을 골자로 한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발표했다.

ITC가 백악관에 최종 제출한 보고서에는 해당 권고안 적용 시 “세탁기 수입이 절반으로 감소하면서 미국 세탁기 산업의 판매량, 매출, 영업이익이 2016년 대비 상당히 증가하고 판매가격도 약간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담겼다. ITC의 경제모형에 따르면 120만대 TRQ를 적용할 경우 세탁기 수입 물량이 2016년 대비 절반 이상 감소하고 수입 세탁기 가격은 약 3분의 1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이프가드로 인해 삼성과 LG의 현지공장 건설 및 운영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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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만대라는 TRQ는 세탁기 수입이 급증하기 전인 2012∼14년 평균 수입 물량을 바탕으로 산정했다고 ITC는 밝혔다. 다만 삼성과 LG가 제시한 TRQ 145만대는 너무 많다고 봤다. 미국의 세탁기 수입이 정점을 찍고 자국 세탁기 산업의 영업적자가 최고에 달했던 2016년 수입 물량의 절반 수준이기 때문이다. 월풀이 요청한 ‘전체 수입에 대한 50% 관세’에 대해서는 “관세가 과하고 소비자와 유통업체에 지나친 부담이 될 수 있어 채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ITC와 월풀, 한국 정부와 기업 등은 비공식적으로 백악관 참모를 대상으로 한 일종의 여론전과 설득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월풀의 일방적인 주장을 문제 삼는 단계는 지났다고 보고 ‘미국 소비자를 위한 공장과 세탁기 생산’ 호소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가 이미 미국에서 적지 않은 인원을 고용한 데다 현지 공장이 가동되면 더 많은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공장이 들어서는 주의 주지사나 장관 등 고위급 인사가 백악관을 찾아 중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세탁기 외에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고율의 관세를 맞은 한국 기업들은 마지막 대응수단으로 미국 정부와 법정 공방에 나서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달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미국 정부가 한국산 합성고무에 부과한 반덤핑 관세가 부당하다는 내용의 소송을 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7월 합성고무의 일종인 ESBR를 수출하는 우리 기업에 반덤핑 관세 44.30%(금호석유화학·포스코대우) 등을 부과했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 6월 미국 정부의 탄소합금 후판 반덤핑·상계관세의 부과 증거가 불충분하고 적절치 않다는 소송을 냈다. 지난 4월 유정용 강관(OCTG)에 대한 반덤핑 최종 판정에서 예비판정보다 높은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은 현대제철과 넥스틸도 “최종 판정이 증거가 불충분하고 합법적이지 않다”며 CIT에 제소한 상태다. 현대중공업도 지난 3월 미국으로 수출하는 대형 변압기에 대해 예비 판정의 20배에 달하는 61%를 부과받자 즉시 CIT에 제소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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