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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fn이사람] 창작 뮤지컬 '달콤한 철쭉' 무대 선 탈북 여배우 강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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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겸 방송인 강나라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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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다 정말, 사람이란 게. 무섭다 정말, 마음주는 게. 엄마한테처럼 버림받을까, 무섭다 정말…."

최근 파이낸셜뉴스와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공동주최로 서울 대학로 두레홀에서 공연된 탈북청년 3인의 자전적 스토리를 그린 연극 '달콤한 철쭉' 공연장. 아담한 체구에서 나오는 맑고 가녀린 목소리로 읊조리는 '무섭다 정말' 노랫가락에 관객들이 홀린 듯 빠져들었다.

탈북 청년들이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들을 무겁지 않게 풀어내 호평을 받은 연극 '달콤한 철쭉'을 더 주목받게 한 건 현재 방송인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탈북민 강나라씨(21·사진)다. 탈북 청년들의 자전적 스토리를 담은 창작 뮤지컬인 만큼 북한에서 온 '은아' 역에 강씨보다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낭독극으로 시작한 공연이 뮤지컬로 커졌어요. 재밌을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 연기해야지, 춤춰야지, 노래해야지 뮤지컬은 정말 힘들더라고요." 밝은 목소리와 생기 넘치는 몸짓, 털털한 성격이 달콤한 철쭉 속 은아와는 완전히 반대였다.

함경북도 청진 출생인 그는 북한에서도 청진예고와 청진예대를 다닐 만큼 끼가 넘쳤다. 18세였던 2014년 12월 한국으로 온 강씨는 연기와 방송에서 꿈을 키우고 싶어 올해 서울예대에 진학했다. "실기시험에서 '도시처녀 시집와요'라는 북한 노래를 불렀어요. 면접관들의 관심을 받았죠. 서울예대가 워낙 유명해 붙을 수 있을까 조마조마했는데 운이 좋았습니다."

강씨는 한국 사회의 '경쟁'에 놀라고 적응해 가는 중이라고 했다. 워낙 치열한 경쟁 끝에 잊지 못할 굴욕도 맛봤다. 단역이지만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연기 경험을 쌓는 동안 수많은 배우들을 제쳤는데(?) '따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했던 북한인 역할 오디션에서 떨어진 것이다. 강씨는 "북한사람 역을 지원한 건 처음이었어요. 제가 '원어민'인데 당연히 될 줄 알았죠. 그런데 제가 북한 사투리를 전수해 준 배우가 결국 그 역할을 땄어요. 정말 '웃픈' 경험이었어요."

강씨는 북한에 있을 당시 한국에 대한 소식을 어렵지 않게 접했다고 한다. 주로 장마당 뒷골목에서 한국 드라마나 노래가 담긴 USB를 얻을 수 있었는데 북한 돈으로 2만원, 쌀 4㎏에 해당하는 가격이라고 했다. 한국 드라마를 즐겨 봤지만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자란 강씨는 굳이 한국행은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의 빈자리가 컸던 그는 결국 한국행을 결심하게 된다. 강씨는 먼저 한국으로 간 어머니가 보내준 브로커를 따라 압록강을 건너 중국 칭다오·쿤밍, 미얀마, 태국을 거쳐 한국으로 왔다.

강씨의 모친은 유명 안무가인 최신아씨다. 현재 '최신아예술단'에서 북한 전통무용을 전수하고 있다. '탈북 선배'인 최씨 덕에 서울 적응이 그나마 수월했다고 강씨는 말한다. 한국으로 넘어온 탈북민 가족이라고 해서 당국의 가혹한 압박이 가해지지는 않는다고 강씨는 전했다. "물론 한국에서 북한 체제를 헐뜯으면 북한에 남은 그의 가족들이 압박을 받지만 단순히 가족이 탈북했다고 받는 불이익은 없어요."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치킨이라는 강씨는 "영화, 드라마를 통해 자주 찾아뵙고 싶다"며 앞으로도 연기 활동에 매진할 뜻을 밝혔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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