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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단독]용인 사고 크레인 검사업체 합격률 98.3%, 부실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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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공사현장 설치 때 정기 검사

해당 검사업체 합격율 98.3%로 대부분 합격

국토부 "지난달 정기검사 과정 확인계획"

佛, 포테인사 타워크레인 제조연도 의문

현장소장 자리비우고 안전교육 받지 않아

타워 수직 높이는 와중에 트롤리 움직여

고용부, "사고현장 특별감독 벌일 것"

중앙일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용인시청 등의 관계자들이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용신시 기흥구 고매동의 한 물류센터에서 9일 발생한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에 대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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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3%.’

7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용인 물류창고 신축공사현장 내 타워크레인을 20여일 전 정기검사한 민간 대행업체의 합격률이다.

국내 건설 현장이 고층화·대형화하면서 타워크레인이 많이 쓰인다. 도심 속 건설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무너지면 근로자는 물론 주변 건물과 보행자도 위험해진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안전관리를 위해 6개 전문검사기관(민간 5곳·공공 1곳)에 신규등록·정기·구조변경 등 검사를 맡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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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 등록사용 현황 [자료 고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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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에 사고를 낸 용인 타워크레인(프랑스 포테인·모델명 MD1100)은 지난달 16일 A기관으로부터 정기검사를 받았다. 정기검사는 두 가지다. 공사현장 설치 때 받고, 설치 후 6개월마다 받는다. 설치 후 검사를 받은 지 6개월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타워크레인을 해체한 뒤 새로운 공사현장에 재설치할 때에도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용인 타워크레인의 정기검사는 설치 시 검사였다. 타워크레인이 상부에 수직으로 뻗은 지브(jib)를 움직여 중량물을 이동하는 장비다 보니 기계장치의 부식·균열·결함 여부 등을 검사했다고 한다. ‘합격판정’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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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 장치별 명칭. [자료 브리태니커 비쥬얼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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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정기검사를 받은 지 23일 만에 타워크레인이 붕괴했다는 점이다. 34층 높이(85m)의 중간 지점(46m)이 부러지면서 옆으로 넘어진 것이다. 검사가 적정하게 이뤄졌다면 기계적 결함 가능성은 작아진다. 기관의 합격률로 당시 검사과정을 속단할 수 없다.

하지만 건설현장에서는 그동안 검사의 신뢰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검사가 형식적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기관별 불합격률 편차도 심하다는 이유에서다. 검사원의 전문성 부족문제도 지적됐다. 이번 무너진 타워크레인을 검사한 기관의 불합격률은 ‘1.7%’(올 9월 현재 기준·이하 나머지 통계 같음)다.

국토부가 위탁한 6개 검사기관의 중 가장 낮은 수치다. 타 검사기관 중 가장 높은 불합격률(17.9%)과 단순 비교하면 10배 차다. A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5곳 기관의 불합격률 평균은 7.12%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기검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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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용인시청 등의 관계자들이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용신시 기흥구 고매동의 한 물류센터에서 9일 발생한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에 대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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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무너진 용인 타워크레인의 제조년도도 정확히 확인하고 있다. 건설기계 등록현황 상에 나온 제조년도는 지난해인데, 수년 전 제조된 것으로 알려진 데 따른 조치다. 프랑스 포테인사에 확인을 요청 중이다.

일부 노동자들은 프랑스산이 아닌 ‘중국산’이라고 의문을 제기했지만, 포테인사가 중국 기업에 인수된 데 따른 오해라는 게 크레인 전문가의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 수입 크레인을 새로 등록할 때 제작사 인증서나 제작국 등록증의 제출이 의무화돼 있지 않아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

수입사실 증명서류를 통해 타워크레인의 연식을 확인하는데 연식을 허위신고해도 담당 공무원이 이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고 크레인의 연식이 허위로 신고됐는지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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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 구조 및 상승작업 절차 [자료 고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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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크레인의 수직 타워를 높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심을 유지해야 중요한 작업을 앞두고 현장소장은 자리를 비웠고 일부 근로자는 안전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전날(10일) 용인 동부경찰서·국립과학수사연구원·고용노동부·용인시의 합동 감식이 이뤄졌다. 경찰은 기기결함, 작업자 실수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합동 감식과정서 “사고 직전 타워크레인의 지브에 달린 트롤리가 움직였다”는 일부 건설 노동자의 진술이 나왔다.

타워크레인의 수직 구조물인 지브에 달린 트롤리는 갈고리를 여러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장치다. 크레인 높이 조정 작업을 할 때 트롤리가 움직일 경우 자칫 무게 중심을 잃을 수 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특별감독관 14명을 투입해 사고현장 대책본부에 상주하면서 특별 감독을 벌인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고가 난 공사현장에서) 산업 안전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점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용인=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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