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비트코인 고점 대비 44% 폭락
규제ㆍ수급ㆍ기술 리스크 동시 터진 탓
비트코인 가격 상승 랠리가 꺾였다.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8일 1만8302달러까지 급등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10일 1만3370달러까지 추락했다. 이틀 새 약 27% 급락했다.
국내는 상승 랠리가 꺾인 게 아니라 거의 ‘패닉(panic)’ 수준이었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8일 2499만원까지 폭등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10일 1391만1000원까지 떨어졌다. 44% 폭락했다. 100만원을 투자했다면 56만원만 손에 남았다는 의미다.
비트코인 가격. 출처: 업비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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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해외 시세로는 1만3300달러선, 국내선 1400만원선을 바닥으로 다시 비트코인 가격은 상승했다. 11일 오전 10시 10분(한국시간) 현재는 1만5489달러, 1862만원을 기록 중이다.
그렇다면, 고점 대비 44%(해외는 27%) 폭락하는 일은 왜 벌어졌을까. 지난 ‘피의 주말’은 암호화폐 시장의 세 가지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바로 규제 리스크, 수급 리스크, 기술 리스크가 동시에 터졌다.
①규제 리스크…코리아 쇼크, ‘패닉 셀’을 부르다
특히 시장에 신규 진입한 이들, 일명 ‘뉴비(New Bitcoiner)’들이 ‘패닉 셀(panic sell)’을 감행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거래소는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한국거래소(KRX)와 같은 중앙 기관이 없다. 주식을 사고 팔 때는 어떤 증권사를 이용하건 한국거래소가 제공하는 시세에 따라 매매를 한다. 키움증권에서 하건, 미래에셋대우증권에서 하건, 삼성전자와 매수ㆍ매도 가격은 같다.
그런데 암호화폐는 거래소별로 가격 차이가 크다. 연계 은행 계좌 개설 등이 어려운 해외 거래소보다는 국내에서 언제나 10% 안팎 비싸게 거래된다. 일명 ‘김치 프리미엄’이다. 그런데 지난 주말 폭락장에서 국내 거래소 간에도 비트코인 가격이 순간 50만원 안팎까지 벌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카카오톡 가입자라면 쉽게 계좌 개설이 가능한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경우, 뉴비들이 매물을 쏟아내며 다른 거래소보다도 가격이 낮게 형성되기도 했다(반대로 상승장에서는 업비트 가격이 다른 거래소 가격보다 높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규제한다고 해서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하락할지는 의문이다. 사실 규제 리스크의 원조는 중국이다. 중국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상승 흐름을 이어왔다.
비트코인 가격이 2000만원도 넘어섰던 지금은 그래프 상에 잘 보이지도 않지만, 연초 비트코인은 중국발 규제 소식에 급락했다. 1월 1일 110만원(빗썸 기준)선에서 출발한 비트코인 가격은 1월 4일 140만원선까지 올랐지만, 중국발 규제 움직임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12일에는 80만원선까지 급락했다.
중국 정부가 규제 시그널을 시장에 준 건 비트코인을 통한 위안화 밀반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였다. 지난해 위안화 가치는 6.5% 떨어지며 사상 최대 절하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 내 비트코인 가격은 145% 폭등했다. 작년 하반기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 규모의 98%가 위안화를 통한 거래였다. 중국 인민은행이 중국 3대 비트코인 거래소 관계자들을 만나 이와 관련한 우려를 표명하고 경고했다.
지난 9월의 폭락도 중국발 규제 때문이었다.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조달 행위(ICOㆍInitial Coin Offering) 전면 금지 조치와, 10월부터 비트코인의 위안화 환전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가장 큰 시장이던 중국에서 거래가 막히자 9월 초 500만원을 웃돌던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 9월 중순엔 330만원선까지 밀렸다.
두 차례 규제 파도 비트코인 상승 흐름을 꺾을 순 없었다. 중국 거래 비중이 제로로 줄어드는 대신 엔(일본)ㆍ달러(미국)ㆍ원(한국) 등 거래 비중이 급증하며 가격을 끌어올렸다.
이런 거침없는 상승세는 비트코인의 특성 때문이다. 법정화폐(fiat currency)와는 달리 비트코인은 국가 간 경계가 없다. 한 국가가 거래를 막으면 다른 나라의 거래소를 이용하면 된다. 곧, 전 세계 정부가 일시에 ‘암호화폐 거래 금지’를 발표하지 않는 이상, 규제 리스크가 비트코인의 큰 흐름을 꺾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입장이다.
②수급 리스크…‘선물’이 ‘독’이 되다
뒤늦게 비트코인 선물 출시 계획을 밝혔던 경쟁사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는 실제 거래 시작 시점은 CME보다 8일 빠른 10일(현지시간)로 잡았다. 한국시간으로는 11일 오전 8시 장을 시작했다.
출처: CBO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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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OE는 비트코인 선물 거래의 이점으로 “비트코인 투자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다”고 표시했다. 선물은 미래의 가격을 예상하고 현재 시점에서 거래하는 상품이다. 현물만 있을 때에는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해도 현재 가지고 있는 걸 파는 방법밖에는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지만 선물 시장이 열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선물을 활용해 리스크를 헤지할 수도 있고, 하락장에서도 돈 벌 수 있는 방법이 생긴다.
또 “비트코인을 보유하지 않고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을 챙길 수 있다”고도 제시했다. 비트코인 가격 변동 자체의 리스크를 피할 수는 없지만 비트코인 현물이 아니라 선물을 거래함으로써 해킹 위험이나 거래소 횡령 등의 리스크에서는 자유롭다는 이점이 있다. 제도권 안에 있는 거래소를 이용함으로써 거래하면서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같은 이점 때문에 막대한 기관 자금이 비트코인 시장에 들어오면서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다들 예상했다. 그런데 막상 선물 거래 개시 시점이 다가오면서는 선물 거래가 가져올 부작용에 시장이 더 주목하기 시작했다. 기관들이 비트코인 선물을 활용해 미래 비트코인 가격 하락 쪽에 베팅하면 비트코인 현물 가격이 되레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0년 중국에서 주가지수 선물이 출시되면서 주가가 단기간 급락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비트코인 선물 출시가 우려할 만한 악재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비트코인 거래량이 늘어나면 유동성 공급자(LP) 역할을 해야 하는 거래소(CBOEㆍCME)가 비트코인 보유량을 늘릴 수밖에 없고, 기관들도 선물 결제ㆍ청산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비트코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트코인 매입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③기술 리스크…‘고딩’이 하드포크 사기를 치다?
하드포크는 암호화폐에서의 체인 분리 현상으로 하드포크를 통해 새로운 암호화폐가 탄생하기도 한다. 새로운 암호화폐가 떨어져 나오는 하드포크는 원래는 암호화폐 생태계 구성원들 간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벌어지는 일종의 악재로 봤지만, 지난 8월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 이후에는 호재로 인식이 바뀌었다. 원래의 비트코인은 전혀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비트코인캐시라는 코인이 덤으로 생겼기 때문이다. 곧, 하드포크가 일종의 ‘암호화폐 배당(crypto dividend)’으로 여겨졌다.
비트코인의 49만8533번째 블록에서 BTP가 분리ㆍ생성되는 하드포크가 예정됐다. 블록 생성 주기로 볼 때 대략 10일 오후 5시쯤에 하드포크가 될 것으로 봤다. 이 시점 비트코인을 가진 사람에게 BTP가 동일 수량 지급되는 만큼, 일단 팔더라도 BTP는 받고 팔자는 게 투자자들의 심리였다.
그런데 하드포크를 몇 블록 안 남겨두고 갑자기 BTP 공식 트윗 계정에는 하드포크를 연기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돼 하드포크 작업을 50만 번째 블록으로 미룬다는 소식이었다. 당초 BTP는 지난달 말 하드포크가 예정돼 있던 걸 10일로 한 번 미뤘다. 한 번 미룬 걸 또 미룬다니 뭔가 낌새가 이상했다.
그리고 그간 영문으로 소식을 알리던 트윗에 우리말로 쓰인 트윗이 등장했다. “그러게 누가 비트코인 사랬냐 숏 개꿀띠”.
투자자들은 갑자기 뭔가 싶었고, 이어 IP 등을 추적해 공식 트윗 계정과 홈페이지를 만든 사람의 신상을 추적했다. 그 결과 현재 모 대학에 예비 합격한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출처: 암호화폐 커뮤니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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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커뮤니티의 분석 결과, BTP는 지난 10월 하드포크된 비트코인골드의 오픈 소스 코드를 그대로 따왔다고 한다. 실제 BTP의 홈페이지에 나온 특징을 보면, 비트코인골드가 내세우는 강점과 상당히 유사하다. 다른 점이라면 사전 채굴이 없다는 것인데, BTP를 지지하는 확실한 세력도 없는 상황에서 ‘자발적인’ 개발자들만의 노력으로 BTP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그런데 11일 오전(한국시간), BTP 개발진이라는 측에서 트위터 계정에 해명 글을 올렸다. 내용은 이렇다. “BTP는 사기가 아니다. 우리(BTP 개발진)는 그런 글을 올린 적 없다. 개발팀에 고등학생이 있기는 하지만 문제가 된 것과는 관계가 없다. 우리는 1만 달러의 기금으로 운영된다. 서버나 유지보수 비용에 쓰인다. 그리고 하드포크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혹시 BTP를 사칭하는 이들이 있으면 제보해 달라.”
출처: https://twitter.com/bitcoinplatinu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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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뭐가 진실인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암호화폐 전문가는 “암호화폐에 온갖 루머와 유언비어, 사기가 넘쳐나지만 어떤 중앙의 신뢰기관도 없는만큼, 투자자 스스로가 어떤 정보가 참인지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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