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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흑인 가정 순자산 단돈 8달러" 차별 가장 심한 美 도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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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글로브지 "30년 전과 다를 바 없어"

흑인 비율 7%, 흑인 시장 단 한번도 안 나와

집주인도 흑인 이름으로 보낸 메일은 무시

중앙일보

2017년 8월 19일 보스턴에서 반인종주의 시위대 수천명이 백인우월주의자들에 맞서 거리 행진을 벌였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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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 "인종차별이 가장 심한 도시"를 검색하면 보스턴이 튀어나온다. 실제로 그럴까.

보스턴 글로브지의 스포트라이트 팀이 미국 주요 도시의 흑인과 백인 삶의 격차에 대해 다각도로 조사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사 결과 보스턴 인구 470만명 중 73%는 백인이고, 흑인은 7%(33만4000명)에 그쳤다.

반면 뉴욕은 주민 16%가 흑인, 48%만 백인이었다. 워싱턴 DC는 25% 대 47%, 필라델피아는 20% 대 63%, 애틀랜타는 33% 대 49%였다. 샌프란시스코는 6%만 흑인, 54%가 백인으로 흑인의 비율은 높지 않았지만 백인의 점유율은 상대적으로 떨어져 인종 다양성이 높았다.

단순 인구 비 때문에 흑인이 소수자에 그치는 건 아니다. 보스턴 보다 흑인 비율이 낮은 미니애폴리스, 덴버, 시애틀 등에선 흑인 시장이 적어도 한번은 배출됐다. 보스턴에선 전혀 없었다.

보스턴에 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가구의 순자산은 8달러(8700원)에 불과했다. 갖고 있는 자산만큼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반면 백인 가구는 24만7500달러(2억7101만원)에 달했다. 중산층 진입도 어려웠다. 연간 소득이 7만5000달러 이상인 가구의 4%만 흑인이었다.

하버드·MIT 같은 명문대가 즐비하지만 흑인 학생의 비율은 수십년째 한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보스턴의 어느 언론사를 가더라도 흑인저널리스트를 보기는 어렵다. 보스턴 레드 삭스로 대표되는 야구 경기장 객석에서도 흑인은 드물게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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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을 찾은 보스턴 레드 삭스 팬들 중에서도 흑인의 비율은 극히 낮다고 한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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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글로브지는 자사 기자들이 1983년 조사했던 인종 평등 지수와 현재를 비교했다. 그 수치는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1983년 당시 흑인 노동자의 4.5%만 공무원, 관리자였고 2015년엔 4.6%였다. 1983년 보스턴의 가장 강력한 기업 리더 조직 '볼트(Vault)' 회원 20명 중 흑인은 없었고, '뉴 볼트'로 이름을 바꾼 지금도 마찬가지다. 백인에 비해 흑인의 실업률이 2배에 달하는 것도 변함없었다.

보스턴 글로브는 집주인들의 편견을 확인하기 위해 600개의 임대 광고를 분석했다. 집주인의 45%가 대널 워싱턴이나 케이샤 잭슨 같은 흑인 같은 이름으로 보낸 이메일의 45%를 무시했다. 반면 브렌든 위버나 메러디스 맥카시 같은 백인처럼 보이는 이메일은 36%만 건너뛰었다.

백인 이름을 쓰는 사람에겐 '집을 일요일에 볼 수 있다'고 답하는 반면, 같은 조건으로 문의하는 흑인으로 추정되는 이메일엔 답변을 하지 않는 식이다.

보스턴 글로브는 예전처럼 시끄럽고 폭력적인 형태로 인종 차별이 나타나지는 않지만 부·권력의 불평등과 차별적 태도는 여전히 강력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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