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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목포서… 야유받은 안철수, 계란맞은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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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서 둘로 갈라진 국민의당

바른정당과 통합추진 安대표, 반대파에 "간신배" 소리 듣고 安지지 여성은 朴에 계란 던져

일부에선 "합칠 바엔 민주당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박지원 의원이 10일 전남 목포에서 열린 김대중(DJ) 전 대통령 관련 행사에서 각각 상대 지지자들로부터 막말과 야유를 들었다.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 통합 추진을 이유로 "간신배"라는 소리를 들었고, 이를 반대하는 박 의원도 계란을 맞았다. 안 대표는 당초 12월 안에 바른정당과 통합 추진을 공식화하려고 했다. 이에 반발해 온 호남계 의원들과 타협하고 통합·연대를 늦출지, 아니면 분리를 각오하고 추진할지 결정할 시점이 다가오면서 갈등이 비등점을 향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아내 김미경씨와 함께 목포에서 열린 '제1회 김대중 마라톤 대회'를 찾았다. 전날부터 2박 3일로 호남을 찾은 안 대표는 가는 곳마다 바른정당과 통합을 강조하며 "우리 당이 살기 위한 다른 대안이 있으면 제시해달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목포가 지역구인 박지원 의원도 이날 같은 행사장을 방문했다.

DJ 행사 참석자들은 바른정당 통합 문제를 놓고 둘로 갈라졌다. 반대하는 쪽은 안 대표에게 "안철수 물러가라. 김대중을 그렇게 해놓고!", "간신배 같은 안철수"라며 야유를 보냈다. 안 대표는 표정이 굳어졌지만 곧바로 이어진 축사에서 "인내하고 뛰는 것이 마라톤의 본질"이라며 "묵묵히 참고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목표에 도달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별명인 '인동초(忍冬草)'를 언급하기도 했다. 꿋꿋하게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통합 찬성파들은 박 의원에게 계란을 던졌다. 안 대표 지지자로 활동 중인 한 여성은 "영혼과 양심까지 팔아먹지 말라"고 소리질렀다. 박 의원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조용히 손수건을 꺼내 계란을 닦아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나 "내가 맞아서 다행 아닌가"라며 "(안 대표가) 목포에서 끝까지 아무런 사고 없이 유종의 미를 거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를 향해 "네가 맞아야 할 것을 내가 맞았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어 안 대표가 광주(光州) 조선대에서 연 통합·연대 관련 토론회 직전에도 국민의당 지지자들은 몸싸움을 벌였다. 통합 찬성파, 반대파 당원은 각각 '호남의 맏아들 안철수'. '안철수 지도부 총사퇴' 등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들은 안 대표가 토론회장에 도착할 시간이 되자 서로 현수막을 빼앗으려고 고성을 내며 싸웠다.

국민의당은 당분간 안 대표를 중심으로 한 바른정당 통합파와 호남 중진이 주축인 반대파로 나뉘어 계속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지방선거가 정확히 6개월 남았다"며 "제가 생각한 대안은 바른정당과의 연대 내지 통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자유한국당, 더불어민주당과 합당하는 일은 결코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안 대표는 내년 6월 지방선거 전에 바른정당과 통합을 마무리 짓기 위해 올해 12월 중순쯤 통합 추진을 공식화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안 대표 측은 "이번 호남행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호남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전부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계속 설득해나가겠지만 설득이 어려우면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 대표는 조만간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를 만나 통합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통합 반대파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박지원·정동영·천정배·유성엽 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호남계다. 이들 일부에서는 "바른정당과 합칠 바엔 민주당과 합치자"는 주장도 나온다. 안 대표 탈당을 요구하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12월에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요구하는 쟁점 법안에 대한 국회 처리 협상에 들어갈 텐데 국민의당이 또다시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는 태도를 취하면 국회의원이 아닌 안 대표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국민의당 호남계는 민주당을 상대로 몸값을 높일 것이고 안 대표가 계속 통합을 주장하면 분당으로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윤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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