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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기타뉴스][오래전 ‘이날’]12월9일 목욕탕 주1회 '의무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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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이날’]은 1957년부터 2007년까지 매 10년마다의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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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2월9일 목욕탕 주1회 ‘의무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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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황당하게 들리는 이같은 조치는 한국 경제사상 최악의 위기로 불리는 ‘IMF 외환위기’ 때 벌어진 일입니다. 한보와 대우 등 굴지의 기업들이 줄줄이 부도를 맞고 쓰러졌습니다. 전쟁의 상흔을 딛고 일어난 ‘한강의 기적’을 자랑하던 한국은 다른 나라에 손을 벌려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습니다.

1997년 11월21일 오후 10시, 임창열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 1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외환시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IMF에 유동성 조절자금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하기로 결정했다”며 구제금융 신청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국가부도 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불과 20여일 전만 해도 강경식 당시 경제부총리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이 튼튼하다”라며 호언장담했습니다.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실업률 등 경제지표가 양호해 위기는 없다고 일축한 것입니다. 하지만 곧바로 한국 경제의 거품은 처참하게 꺼졌습니다. 정부는 IMF에 200억 달러 이상의 유동성 조절자금을 요청했고, 같은 해 12월3일 IMF는 한국에 총 210억 달러의 구제금융 지원을 승인했습니다.

IMF의 구제금융 승인이 떨어지고 국가적 위기가 확실시되자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맸습니다. 이날 경향신문은 “서울시가 경제난 극복을 위해 내년 1월1일부터 시내 목욕탕·수영장·이발소 등 업소에 의무휴일제를 적용한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당시 물과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업소들은 1주일에 하루씩 휴무일을 정해 영업을 하지 말아야 했습니다. 대형 전광판과 네온사인도 조도를 낮추거나 가동시간을 줄였습니다.

기업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직장에서 쫓겨나고,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어둡고 처절한 시절이었습니다.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은 ‘금 모으기 운동’까지 벌였습니다. 이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IMF 시대’를 악전고투하며 빠져나왔지만 고위 관료들에겐 어쩌면 잠깐의 ‘해프닝’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강경식 당시 부총리는 동부그룹 금융보험부문 회장을 거쳐 농심 사외이사가 됐습니다. 임창열 당시 장관은 경기도지사를 거쳐 킨텍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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