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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정책 현실 ①]“육아휴직 하라더니 어린이집 고작 6시간” 전업맘 울리는 맞춤형 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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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朴정부 보육재정 부담 줄이려 전업맘 차별

-긴급바우처 사용 7~10시간…복지부 “개선안 마련 중”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인천의 한 공기업에 다니던 이모(35)씨는 그동안 육아를 도와주시던 시부모님의 짐을 덜어드리기 위해 육아휴직을 했다. 일에 대한 고민 없이 육아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어서 좋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어린이집 때문에 고민이 생겼다. 그동안 종일반에 잘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육아휴직을 했으니 6시간 동안만 아이를 봐줄 수 있다고 통보해왔기 때문. 이 씨는 “처음에는 내가 집에 있는데 6시간 정도만 어린이집에 가 있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넘쳐나는 집안일에 허덕이다보면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시간이 두렵게 느껴진다”며 “한달에 15시간 긴급보육바우처를 쓸 수 있다지만 이런저런 일을 하다보면 주어진 바우처를 다 써버리기 일쑤”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씨가 아이를 6시간 이상 맡길 수 없게 된 것은 박근혜 정부 시기였던 지난 2016년 7월부터 도입된 맞춤형 보육 때문. 기존에 전업맘와 워킹맘 모두 어린이집 종일반에 아이를 보낼 수 있었지만 맞춤형 보육이 도입되면서부터 전업맘은 하루 6시간만 아이를 돌봐주는 맞춤반에 보내야 한다. 종일반을 이용하려면 부모 모두 직장건강보험이나 고용보험에 가입된 맞벌이 가구여야 한다. 부모의 질병이나 학교 방문 등 긴급한 상황으로 추가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려면 시간당 4000원을 내는 긴급보육바우처를 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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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보육 실시 1년이 넘었지만 도입 당시 우려됐던 전업맘 차별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어린이집 수업을 받고 있는 아이들. [헤럴드경제DB]


맞춤형 보육은 도입부터 전업맘과 워킹맘을 차별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우리나라 영유아 보육시설 이용률이 OECD 권고치인 30%를 훌쩍 넘은 38%에 달해 보육재정 낭비가 심하고 어린이집 당 보육 아동수가 늘면서 아동학대 등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는 명분을 내세워 맞춤형 보육을 추진했다. 하지만 전업맘 입장에선 복지 재정 삭감으로 인한 부담을 육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을 포기해야 하는 여성들에게 떠넘기고 워킹맘과 전업맘을 차별한다는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특히 육아시간이 늘어나면서 구직활동을 할 시간이 줄어들어 경력단절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주부 김모(36) 씨는 “요즘 세상에 처음부터 일을 하지 않은 엄마들이 어디있냐”며 “대부분 출산하면서 일을 그만 두게 되는 건데 전업맘들이 놀고 있다고 보고 보육 정책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시각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맞춤반 6시간의 보육시간은 대부분의 주부들에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에 따르면 맞춤형 보육 시행 1년 간 긴급보육바우처 사용 추이를 살펴본 결과 국공립 어린이집은 평균 7.2시간(48%), 민간어린이집의 경우 10.8시간(72%)의 바우처를 사용했다. 가정어린이집의 경우 바우처 사용시간이 11.7시간(78%)에 달했다. 워킹맘 자녀에게 우선순위가 돌아가는 국공립어린이집과 달리 전업맘 자녀 비율이 높은 민간ㆍ가정어린이집의 맞춤반 비율이 28~33%에 달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어린이집 측 역시 맞춤반 아동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종일반의 80%에 불과해 맞춤형 보육 시행 직전 집단 휴업에 돌입하는 등 반발이 심했다. 이라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가정분과위원장은 최근 열린 가정어린이집 보육료현실화 국회 토론회에서 “국가에서 하라는 것들을 다했더니 지금 보육현장은 죽을 지경”이라며 “최저임금 수준인 보육료 16.4% 인상과 함께 맞춤형 보육 폐지를 요구했다.

맘까페 등에서는 “일부 어린이집은 등ㆍ하원 시간을 긴급보육바우처 사용 시간으로 산입하거나 엄마가 아이를 10분만 늦게 데리러와도 1시간 분의 긴급보육바우처를 소진한 것으로 계산하는 편법을 사용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같은 비판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맞춤형 보육제도를 폐지하고 종일반을 기본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가 취임식에선 “개선해 취지를 살리겠다”고 말을 바꿨다. 이후 맞춤반과 종일반을 부모 자율로 결정하고 정부가 현금으로 보육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개선한다는 언론보도가 있었으나 확정된 안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맞춤형 보육 개선은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학부모와 어린이집들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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