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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한미 FTA ‘이익균형’ 한목소리 “관세 부활 안돼..농업 추가개방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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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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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코엑스에서 한·미 FTA 개정 관련 2차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300여명의 방청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9시30분부터 3시간여 동안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다. 패널 토론자들이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초 재개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제조업 분야의 관세 부활 등 역진(逆進) 금지,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 불가 등 이익균형의 원칙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일 열린 '한·미FTA 개정 관련 2차 공청회'에서 정부는 농축산분야 추가 협상은 없을 것이라는 '농업 레드라인' 방침을 재확인했다. 농축산 업계는 불리한 조항이 많은 FTA를 폐기할 것을 주장했다. 두 차례 공청회에 참석하지 않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농축산업계와 만나 의견을 듣겠다고 정부는 약속했다.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2차 공청회에는 통상 및 법 전문가, 농축산업계 대표, 정부 관계자 등 토론자들과 농축산업계를 비롯 3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토론에 앞서 '한·미 FTA 산업별 영향' 주제 발표에서 이진면 산업연구원 산업통계분석본부장은 "제조업 분야는 보호무역으로 회귀가 아닌, 역진하지 않는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FTA 역진은 이미 구축된 양국 기업간 거래관계, 투자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개정협상 기조를 이행의무 준수 및 (무관세 철회가 아닌) 추가 개방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역협회 이동복 통상연구실장은 "미국은 만성적인 적자를 보고 있는 자동차, 철강, 의약품(의료기기) 분야에서 개선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자동차 부품 소재의 원산지 규제 강화 등은 우리 수출에도 영향이 크다. 특히 환경, 안전성, 연비 등 자동차 관련 국내 규제 완화를 압박할 것이다. 현재 철폐된 자동차 관세 부활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초음파영상진단기기, 내시경 등 대미경쟁력이 약한 의약품에 대해 관세 조기철폐를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전기차 부분의 관세철폐 규정이 남아있는데, 이를 미국이 공세 카드로 쓸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부품소재 수출품의 역내 부가가치 비중에 대한 정확한 파악 △섬유산업의 관세특혜물량 유지 △전문직 상호인정협정(MRA) 제안 △투자-서비스 국가분쟁해결(ISDS) 상소제 도입 등 이익균형 차원에서 미국 측에 주장할 사안을 구체적으로 들고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또 농업 분야에 대한 추가 개방 불가와 불합리한 FTA 규정 철폐 등 여러가지 이슈가 제기됐다.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은 TRQ(저율관세할당) 복리증량 철폐 등 개선,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 낙농품 포함 등 개선을 요구했다. 그는 "한·미 FTA에서 분유, 치즈 등 주요 낙농가공품들은 TRQ(저율관세할당)가 기간제한 없이 매년 3%씩 복리로 증량하는 것으로 미국에 양보했었다. 낙농품은 농산물 세이프가드 적용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이처럼 정부는 국내 수급과 무관하게 엉터리로 FTA 협정을 체결했다. FTA 이후, 우리 낙농업계는 죽어가는데, 미국 낙농업계는 수출이 86% 증가하는 등 한·미 FTA를 좋은 본보기로 삼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개정 협상이 불가피할 경우 관세(25%) 동결 및 관세 철폐기간 20년으로 재설정해야 한다. 유명무실한 쇠고기 세이프가드 발동 물량(15년차 기준 35만t 한도)도 대폭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석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모형정책지원실장도 주제발표에서 "한·미 FTA로 농산물 수입 증가→가격 하락→농가소득 감소 피해의 악순환이 되고 있다. 농업 분야에선 공세적 개정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의 미국과 협상시 소극적 대응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백일 울산과학대 교수는 "미국의 한국브랜드 세탁기 반덤핑 관세 사례는 미국 이익을 전제로 한 무역구제가 얼마나 비합리적으로 전개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FTA가 한국 측에 유리한 실적을 낳은 것으로 착각하는 우리 관계당국의 두리뭉실한 총량적 무역수지론에 따른 저자세 협상 태도가 문제다. 한·미 FTA 체결 당시 조급한 협상전략을 반성하고, 협상 당시부터 배제됐던 비합리적 비관세 장벽의 무차별 행사 규제 쪽에 강하게 주장해야 할 것"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FTA 폐기도 감수할 수 있다는 강한 자세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송기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에 쫓기듯이 하는 밀실협상이 돼선 안된다. 정부는 객관적이고 충분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부도 "농업분야 추가 개방은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정일정 농림축산식품부 국제협력국장은 "한·미 FTA 이후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이 68억달러로 수출(7억달러)과 10배 차이가 난다. 농업분야는 추가로 양보할 수 없다. 여러 시나리오로 대응책을 세우는 중"이라고 했다. 유명희 산업부 통상정책국장도 "농업을 희생하면서 FTA 개정을 추진하지 않겠다. 미국이 개정을 요구하는 것에 상응해 이익균형 원칙으로 협상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는 농축산업계의 시위로 무산된 1차 공청회와 달리 오전 9시30분부터 3시간 이상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다. 다만 패널토론 개회 직후, 농축산업계가 사회자의 편향성을 문제삼으면서 회의가 잠시 차질을 빚기도 했다. 농축산업계 피해 보전에 대한 정부 측의 확답을 듣자는 의사진행 발언에 대해 사회자(좌장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이번 토론(패널)에 농민단체가 과도하게 많다"고 한 발언을 문제삼았다. 결국 강성천 통상차관보가 상생협력기금이 조속한 조성에 정부가 노력하고,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농축산업계가 만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하면서 토론이 재개됐다. 이날 강 차관보는 "정부는 한·미 FTA 개정에서 국민 의견을 최대한 경청하고 투명하게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공청회로 통상절차법에 따른 의견수렴 절차를 완료하고, 경제적 타당성 검토 결과를 반영해 통상조약체결계획을 수립한다. 이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확정하고, 국회에 보고하는 절차에 들어간다. 국회보고를 끝으로 정부는 개정협상 개시를 선언한다. 국회에서도 FTA 개정 찬반을 놓고 여야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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