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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금리인상 손익 셈법에 바빠진 항공·車..전자업계는 환율 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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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영향 최소화에 기업별 역량 집중..재계, 금리인상 기조 전환엔 신중 입장 당부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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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개월만에 단행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산업계의 손익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금리 인상 자체로 보면 국내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지만, 원화 강세 압박으로 이어지면서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는데다 채무가 많은 기업들의 경우 이자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업종별로도 금리 인상의 효과가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기업별 역량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관계자는 30일 "기업들은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비용 상승에 철저히 대비하는 한편 환리스크의 적극적 헤지 등 와환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항공업계 외화부채 감소 '긍정적'..할부금융 의존 車업계는 '우려'

이날 산업계에 따르면 우선 항공업계는 금리 인상 등으로 환율 하락(원화 강세) 압력이 커지면 외화부채가 감소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대부분 장기 할부나 리스로 항공기를 구입하는 항공업체들은 외화(달러)를 갚아야 하기 때문에 환율이 내리면 그만큼 유리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외화순부채가 9월말 기준 81억달러(약 8조7500억원)로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약 860억원의 외화환산이익이 발생한다. 달러 결제는 항공기뿐 아니라 연료유류비, 정비비, 보험비 등 영업비용 대부분에 걸쳐 있다.

하지만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이자비용도 동시에 증가한다. 국내 항공업체들은 외화 부채와 국내 부채를 약 7대3의 비율로 갖고 있다. 항공기 리스는 외화로 하지만, 국내 금융기관에서 운영자금을 빌린다.

대한항공의 경우 9월말 기준 고정금리 부채가 4조8000억원, 변동금리 부채가 9조7000억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2조2653억원, 2조1839억원이다. 대한항공은 변동금리 부채에서 금리 1% 변동시 97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218억원의 이자비용 증감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일단 우려하는 분위기다. 통상적으로 금리 인상은 자동차 할부금리를 끌어올려 판매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판매 중 할부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육박하고 있다"며 "할부금리가 올라가면 차량 구매 욕구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가 차종들의 신용 판매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중대형차, 레저용차량(RV) 등 고부가가치 차종들의 판매가 더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비중 큰 전자·철강업계 환율 변동 '주시'..조선업계 이자비용↑

대표적인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축으로 하는 전자업계는 금리 인상이 가져올 환율 변동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금리 인상이 원화 강세(달러 가치 하락)로 이어지면 수출 기업들의 수익성이 떨어져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다만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향후 움직임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내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자금조달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선·철강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일감 부족에 시달리면서 차입금으로 일부 운영자금을 해결하고 있는 조선업계의 경우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비용 증가가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철강업계도 원화 강세로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어 금리 인상에 따른 환율 흐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정유·화학업계는 상대적으로 민감하지 않은 편이다. 원료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동시에 제품 70% 가량을 수출하는 구조상 원화 가치가 뛴다 해도 원료 구입비용 절감과 수출 부문 수익 저하 효과가 서로 상쇄되기 때문이다.

한편 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심화되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산업계 전체적으론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여행은 물론 자동차·전자제품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날 "경기회복의 온기가 일부 업종에 머무르고 있는 만큼 본격적인 금리인상 기조로의 전환엔 신중을 기해달라"고 한 것도 이를 의식한 요청으로 볼 수 있다.

산업1부, 정리=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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