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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양적완화로 전세계 풀렸던 10경원…회수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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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어 英·캐나다도 저금리 시대 종식 선언

'경기 위축할까…' 日 등은 여전히 속도조절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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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째 돈을 찍어내던 주요국 중앙은행이 지금껏 풀었던 막대한 돈(10경원 추정)에 대한 회수에 나서는 분위기다. 그 중심에 있는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타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사실상 종용하고 있다.

◇美 이어 英·캐나다 잇따라 기준금리 인상

차기 연준 의장으로 내정된 제롬 파월 연준 이사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미 의회 인준 청문회에서 “기준금리를 정상화할 때가 됐다”며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때 기준금리를 인상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대로면 미 기준금리는 내달 1.25~1.50%가 된다. 2년 전만 해도 미 기준금리는 0.00~0.25%였으나 지난 2년 0.25%포인트씩 다섯 번의 인상으로 현 수준에 이르렀다. 예상보다 낮은 물가 상승률 탓에 앞으로의 속도조절에 이견은 있으나 내년 중 3~4차례 금리 인상이 유력하다. 연준은 또 시장에 돈을 풀어 경기를 활성화하고자 매입했던 4조5000억달러(약 4900조원)의 자산 역시 3~4년에 걸쳐 절반 이상 줄이기로 했다. 2008년 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고자 시행했던 양적 완화 시대를 종식하고 ‘정상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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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양적완화 종료는 다른 나라 중앙은행의 저금리 탈피를 사실상 종용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인상과 자산매입 축소로 시장의 돈을 빨아들이기 시작하면 달러화 가치가 올라가고 국외에 있던 달러 자산이 미국으로 되돌아간다. 미국 외 국가, 특히 신흥국은 달러 자산의 이탈에 따른 시장 충격, 이른바 ‘테이퍼링 텐트럼(긴축 발작)’을 막기 위해서라도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방어가 필요하다. 전 세계 경기가 회복하면서 완만한 금리 인상으론 자국 경기가 얼어붙지 않으리란 자신감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근거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이달 2일 정례통화정책위원회에서 금리 인상(0.25→0.5%)을 결정했다. 2007년 6월 이후 10년 만이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란 악재 속에서도 앞으로의 경기 회복을 자신한 것이다. 실제 영국은 경기 회복의 주요 지표인 물가상승률(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 9월 목표치인 2%를 넘어 3%를 기록했다.

캐나다중앙은행도 올 7월 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0.50→0.75%)한 데 이어 9월 다시 한번 인상(0.75→1.00%)했다. 두 달 새 두 번 금리를 인상하는 강수를 둔 것이다. 캐나다 경제성장률은 지난 2분기 4.5%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 역시 양적완화 축소와 함께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말 통화정책회의에서 내년 1월부터 채권 매입 규모를 월 600억유로에서 300억유로(약 38조원)로 절반 축소키로 했다. 유로존 내 경기회복 속도가 미국에는 못 미치지만 양적 완화 규모 축소에 나설 시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제로(0)’로 묶여 있는 기준금리 역시 내년 중 인상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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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 고수 日도 탈출 시점 두고 ‘고심’

여전히 공격적인 양적 완화에 무게를 둔 일본도 내부적으론 고심하는 모양새다. 제로금리 동결과 지속적인 양적 완화를 고수하고는 있지만 미 금리인상 기조에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NHK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일본은행(BOJ) 금융정책결정회의 땐 금융 양적완화 추가 실시에 대해 아홉 명 위원 중 여덟 명이 반대했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양적 완화 기조에 내부 견제가 들어온 셈이다. 나카소 히로시 BOJ 부총재도 지난 29일 한 행사에서 큰 위험까지는 아니라는 전제 아래 장기간 이어진 제로금리로 시중 은행의 수익성에 부담이 있다고 언급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달 초 일본의 내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20~30%로 전망하며 “BOJ는 돈을 계속 찍어내겠지만 전 세계적 양적 완화 추세를 상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건은 회복 추세인 일본 경기가 목표했던 물가상승률 2%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 시점이 언제쯤일지다. 돈을 풀고도 목표한 물가상승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일본은 막대한 부채에 내몰리게 된다. 일본의 현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은 0.7%에 그치고 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도 이달 1.75%인 현 기준금리의 인상 시기를 2019년 3분기에서 2019년 2분기로 앞당겼다. 물가상승률이 내년 2분기에는 목표인 2%에 도달하리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원래는 2019년 1분기가 돼서야 2%에 도달하리라 전망됐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종료가 본격화하면 지난 10년 동안 시장에 풀렸던 10경원에 가까운 자금이 회수를 시작하게 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의 전 세계 통화공급량이 2016년 기준 87조9000억달러(약 9경5300조원)이라고 일본경제신문(닛케이)가 세계은행 통계 등을 바탕으로 추산했다. 같은 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보다도 16% 많다. 유통 통화가 급격히 줄면서 자산 가치 거품이 붕괴하거나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으리란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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