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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월드 톡톡] '필리핀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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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마르코스의 손자, 독재 저항했던 정치인 손녀… 만난지 3년만에 결혼 골인

"결국 사랑이 이겼다. 누구도 두 사람의 사랑은 막을 수 없었다."

조선일보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의 손자인 마이크(오른쪽)와 망글라푸스 전 외무장관의 손녀 카라의 결혼식 모습. /페이스북


필리핀 일간 마닐라불레틴은 27일(현지 시각) "필리핀 정계의 유명한 정적(政敵)이었던 두 가문이 사돈을 맺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필리핀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주목을 받은 주인공은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1917~ 1989) 전 필리핀 대통령의 손자인 마이클 페르디난드 마노톡(마이크)과 그의 독재에 항거했던 라울 망글라푸스(1918~1999) 전 외무장관의 손녀 카리나 아멜리아 망글라푸스(카라)다. 두 사람은 지난 22일 마닐라 인근 교외 도시에서 양가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결혼식을 올렸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과 망글라푸스 전 외무장관은 1965년 대통령 선거에서 맞붙으면서 악연이 시작됐다. 당시 선거에서 승리한 마르코스 대통령은 1972년 장기 집권을 위해 계엄령을 선포했고, 그의 라이벌이었던 망글라푸스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 미국으로 망명해 해외에서 필리핀 민주화 운동을 펼쳤다.

두 사람의 운명은 1986년 '민중의 힘(피플 파워) 혁명'으로 뒤바뀌었다. 축출된 마르코스는 미국으로 망명했고, 귀국한 망글라푸스는 새로 들어선 코라손 아키노 정부에서 외무장관을 지냈다. 망글라푸스 전 장관은 1989년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사망할 때까지 그의 귀국을 반대했다.

변호사인 마이크와 음악가인 카라는 2014년 한 결혼식에서 하객으로 처음 만난 이후 사랑을 키워왔다. 지난해 두 사람 사이에 딸이 태어나면서 양가의 반대가 수그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마닐라불레틴은 "이 작은 아기가 두 가문을 가깝게 만들고, 정치적 이견을 극복할 기회를 제공했다"고 했다.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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