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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Top-Notch]㊾ 구글은 '디지털 빅 브라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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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악몽의 독재자 ‘빅 브라더(Big Brother)’의 디지털 버전일까?’

구글이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이용자의 위치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해 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지전능한 구글(Mighty Google)'의 가공할 위력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이용자의 사생활을 팔아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는 ‘디지털 공룡’이 돼버린 구글을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전지전능한 독재자 ‘빅 브라더’ 비유하는 시각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인공지능(AI), 생체 인식, 빅 데이터 등 최근 눈부시게 발전하는 IT 기술들은 사실 기업들이 디지털 이용자나 소비자들의 행동을 더 빨리, 더 자세히 파악, 돈을 벌기 쉽게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 기기 이용자들은 편리성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개인 자유의 기초가 되는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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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안드로이드폰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한 사실이 공개돼 파문을 일으키면서 구글을 독재자 ‘빅 브라더’에 빗대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그래픽=방성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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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쿼츠’, “구글, 동의없이 위치 정보 무단 수집”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쿼츠’는 지난 11월 21일(현지시각) “안드로이드폰이 올해 초부터 사용자 동의와 무관하게 개인 위치 정보를 모아 구글 서버로 자동 전송했다”고 보도했다.

쿼츠는 “구글의 정보 수집은 사용자가 안드로이드폰의 위치 서비스를 꺼 놓은 상태에서도 이뤄졌다”며 “구글의 무단 위치정보 수집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은 한국 스마트폰 시장의 80%를 차지한다.

구글은 휴대폰 사용자가 전화를 걸면 가까운 이동통신사 기지국과 연결되는 기지국 정보(셀 ID 코드)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지국 한 개가 커버하는 범위가 반경 300~500m 가량이어서 접속한 기지국 정보를 알면 휴대폰 이용자의 위치를 상당히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다.

구글은 “올해 1월부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메시지 수신 속도와 성능을 향상하기 위해 셀 ID 코드를 사용하는 옵션을 고려했다”며 “하지만 이 코드는 구글 네트워크 동기화 시스템에 통합되지 않았고 해당 데이터는 도착하는 즉시 폐기하고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구글은 “다른 시스템에 연동해 (광고와 같은) 다른 용도로 쓴 적이 없다”며 “시스템 업데이트를 통해 더 이상 셀 ID 코드를 수집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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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기능 개선 목적'이란 구글의 해명에도 수익 사업에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사진=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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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 정보 광고 활용 의혹” 파문 일파만파
하지만 구글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외신들은 단말기 해킹으로 위치정보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쿼츠도 “위치가 드러나면 안 되는 공무원이나 가정폭력 피해자 등의 위치 정보도 구글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무엇보다 구글이 이용자 몰래 수집한 정보를 광고 등 수익 사업에 썼을 가능성이 이용자들을 분노하게 있다.

‘데이터 기업'임을 자처하는 구글은 검색, 이메일, 클라우드 스토리지, 구글 맵 등 여러 서비스 제공 대가로 이용자 정보와 데이터를 수집, 광고로 돈을 벌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지난 3분기 매출 277억달러 가운데 광고 수익이 240억달러로 매출의 87%를 차지한다.

특히 구글이 자랑하는 ‘맞춤형 광고’에는 이용자의 위치 정보가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용자의 위치를 알아야 이용자의 필요와 기호에 맞는 맞춤형 광고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구글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안드로이드 페이’로 수집된 구매 관련 데이터에 위치 정보가 결합되면 특정 지역을 방문한 이용자에게 그 지역 상점들의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타겟 마케팅’ 또는 ‘쪽집게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나아가 구글 광고를 본 이용자가 실제 상점을 방문해 제품을 구입했는지 여부까지 추적, 광고주에게 구글 광고의 효과를 제시하고 더 높은 광고료를 받을 수도 있다. 구글 서비스를 이용할 때 위치 정보 제공 여부를 묻는 메시지가 시도 때도 없이 뜨는 이유다.

광고업계는 디지털 광고 시장의 대세로 떠오른 맞춤형 광고의 세계 시장 규모가 1조2000억달러 가량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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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통위 ,“조사 방침”··· 사법 처리 관심

구글의 무단 정보 수집과 이용 관련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구글 서비스의 안전성은 2014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가안전보장국(NSA)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이 구글이 가입자의 개인 정보를 미국 정보기관에 제공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심한 타격을 입었다.

스노든의 폭로로 구글이 자사의 이메일 서비스인 ‘지메일(Gmail)’ 사용자의 개인 메일을 엿본 사실도 밝혀졌다. 구글은 2014년 이후 서비스 약관을 고쳐 이용자의 이메일을 분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예 ‘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공공기관 등은 보안이 필요한 내용은 이메일 사용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최근 출시한 인공지능(AI) 스피커 ‘구글 홈 미니’의 오작동으로 이용자들의 대화가 무작위로 녹음된 사실이 드러나 녹음 기능을 삭제하기도 했다.

한국에선 사진 지도 서비스 ‘스트리트뷰’를 제작하면서 와이파이망의 개인 정보를 무단 수집한 사실이 드러나 2014년 1월 방통위로부터 과징금 2억1000만원을 부과받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구글 만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기업이 거의 없고 검색, 이메일, 지도, 동영상, 클라우드 서비스 등 구글 제품을 일상에서 자주 쓰는 이용자들이 구글과 완전히 단절하고 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방송·통신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의 무단 위치 정보 수집에 대해 실태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위치 정보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은 이용자 동의 없이 위치 정보를 수집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이 ‘빅 브라더'에 필적할 만큼 커버린 구글을 어떻게 다룰 지 관심이다.

방성수 기자(ssba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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