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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의사 부족한 외상센터, 어이없는 예산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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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모르는 정부 예산 운용

아주대·부산대 등 환자들 몰려

사흘마다 야근, 다음날 또 근무

의사 지원 기피에 예산 못썼는데

정부, 인건비 지원액 39억 줄여

중앙일보

이국종 센터장이 14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에서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이곳 외상센터에는 중증 외상 환자가 밀려들지만 병실도, 인력도 모자란 상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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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24일 오전 8시40분 중환자실 40베드가 꽉 찼다. 국립중앙의료원 전원조정센터와 경기소방재난본부에 “환자를 더 받을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경기도 광주의 교통사고 환자가 이송돼 왔다.

아주대 센터는 지난해 6월 정식 문을 연 뒤 밀려드는 중증 외상 환자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병실이 꽉 차서 환자를 못 받는 일이 수시로 생긴다. 김지영 외상프로그램 매니저(간호사)는 “병실을 더 늘려 달라고 요청해도 통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최근 외상외과 전문의 2명이 그만뒀다. 조현민 센터장은 “3일에 한 번꼴로 당직을 서면 생체리듬이 깨지고 체력이 뚝 떨어진다”며 “힘들어서 그만두면 남은 사람에게 과부하가 걸려 또 그만둔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사명감으로 시작해도 충분한 보상이 없으면 포기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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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 환자 이송을 위해 헬기장으로 나선 이국종 센터장. 수원=신성식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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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외상센터의 열악한 현실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내년 예산이 되레 9%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8년 예산안에 따르면 중증외상진료체계 구축 예산은 400억4000만원으로 올해(439억6000만원)보다 39억2000만원(8.9% 감소) 줄었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예산이 7.8% 준 데 이어 2년째 감소다. 진영주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2016년 외상센터 예산 중에서 다 쓰지 못한 불용(不用) 예산이 있어 삭감됐다”고 설명했다.

불용예산 101억원 중 56억원이 외상센터가 의사를 채용하지 못해 남은 것이다. 외상센터에는 처음에 설치할 때 80억원을, 매년 운영비로 7억~27억원(대부분이 의사 인건비)을 지원한다. 전담 전문의 1명당 최고 1억2000만원을 지원한다.

모든 전담의사를 지원하는 게 아니다. 5명 의사를 국비로 지원하면 병원이 1명을 자비로 충원해야 한다. 이 때문에 아주대병원 외상센터는 전담의사 18명을 두고 있지만 12명만 국비 지원을 받는다.

외상센터 의사의 노동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사흘마다 12시간 야간 당직을 선다. 다음날 아침에 집에 가는 게 아니라 정상 진료를 한다. 이런 패턴을 반복한다. 간호사도 마찬가지다. 아주대병원 김지영 매니저는 “13일 북한 병사 귀순 이후 집에 한 번도 들어가지 못했다. 간이침대에서 잔다”고 말했다. 이 센터 중환자실 간호사는 “두세 명의 환자를 한꺼번에 보는데 양쪽에서 비상신호가 오면 정신을 차리기 힘들다”고 말한다. 아주대병원 간호사 이직률은 35%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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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센터장이 22일 아주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JSA 귀순 북한병사의 상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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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 체계도 엉망이다. 이국종 센터장은 “외상환자는 어디 다쳤는지 몰라 무조건 배를 연다. 출혈과 망가진 부위를 찾아 닦고 꿰맨다. 미세혈관·장간막(장 사이의 막) 등도 손대야 한다”며 “그런데도 정부가 한 군데의 치료 부위만 100%의 수가를, 다른 한 군데는 70%만 인정한다. 나머지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외상센터를 기피한다. 서울·경남에 외상센터가 없는 이유다. 아주대병원 센터에는 경기뿐만 아니라 충청·서울 등지에서 환자가 몰린다.

조현민 대한외상학회 이사장(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에게 외상센터의 대책을 들었다.



Q : 인력난이 심한가.



A : 경험·지식을 가진 전문인력 확보가 힘들다. 외상외과를 지원하는 젊은 의사가 부족하다. 우리 병원(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은 6명이 부족하다. 중증외상센터 17곳이 모두 문을 열면 외상전문의가 391명 필요하다. 2010~2016년 228명밖에 배출되지 않았다. 절반은 힘들어서 그만둔다.


Q : 적자인가.



A : 부산대병원 외상센터는 지난해 20억원 적자가 났고 정부 지원으로 메웠다. 정부는 의사 외에 지원인력(응급구조사·간호사 등)에는 인건비를 지원하지 않는다. 신규 간호사 절반이 1년 이내에 그만둔다. 수술 가격(수가)도 일반 환자의 5~10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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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센터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가 일주일 만에 20만명을 넘어섰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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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외상센터 지원을 늘리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가 일주일 만에 20만명을 넘었다. 이낙연 총리는 24일 "외상센터의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 방안을 검토하라"고 복지부에 지시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민영·백수진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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