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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지진으로 집 엉망이지만"…난리 속 신천지에 빠진 자녀 구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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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CBS 반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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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에 가족을 빼앗긴 피해자들이 24일 오전 울산 중구 성남동에서 신천지를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반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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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버섯 같은 이단 사이비 신천지 조심하세요. 가정 파탄시킨 교주 이만희를 구속수사해야 합니다."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총회장 이만희, 이하 신천지)에 가족을 빼앗긴 피해자들이 24일 울산에서 신천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를 통해 서로 알게 된 신천치 피해 가족들은 이날 중구 성남동의 한 건물 3층을 향해 목이 터져라 외쳤다.

이들 가족의 외침이 향한 곳은 신천지 이론을 가르치는 교육센터.

이 교육센터는 신천지 포교의 1단계인 '공부방' 다음 단계로 알려진 곳이다.

집이나 카페 등에서 포교 대상자에게 개괄적인 신천지 이론을 한두 달 정도 가르치는 것이 공부방이라는 이름의 성경공부다.

이어 포교 대상자가 관심을 보이고 마음이 열렸다 싶으면 교육센터에서 속칭 '단어잇기', '비유풀이' 같은 이론을 가르친다.

이날 중구의 교육센터는 건물 안과 밖에 간판과 같은 표식이 없고 보통의 학원처럼 강의실과 상담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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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에 빠진 아들이 어머니에게 시위를 하지 말라고 보낸 문자메시지. '문을 부시든' '차를 부시든' 이라고 적혀 있다.(사진 = 신천지 피해가족 제공)


◇ 포항 지진보다 무서운 게 신천지

"포항 지진으로 집이 여전히 엉망이죠. 그런데 어쩌겠어요. 신천지에 빠진 아들과 딸 구해내는 게 더 급한데…"

경북 포항에 사는 주부 양모(53·여)씨는 지난 2일부터 신천지 피해 다른 가족들과 함께 부산, 경주, 과천, 화성 등지를 다니고 있다.

신천지교회와 교육센터로 알려진 곳에서 신천지 폐해를 알리고 신천지에 빼앗긴 가족이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울산 중구 신천지 교육센터 앞에서 만난 양씨 역시 신천지로부터 아들 이모(25)군을 빼앗겼다.

포항 지진으로 집 안이 어수선하지만 아들을 구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살림살이는 이미 뒷전이다.

양씨가 사는 곳은 북구 우현동. 진앙지에서 5km가량 떨어진 아파트에 사는 양씨는 본진과 여진을 고스란히 느꼈다.

그녀는 "지진이 나서 집이 엉망인데 신천지에 빠진 아들이 더 급하니까 이렇게 다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에 합격하고 학교에 잘 다니는 줄만 알았던 아들이 신천지에 현혹돼 집에 나간 게 지난 2015년 12월이다.

양씨는 "집으로 성적표가 왔는데 전 과목이 올 에프(F)였다. '도서관에서 공부한다', '군 입대 앞둔 친구들과 놀고 있다'는 게 다 거짓말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 다녀오겠다던 아들이 출석하지 않고 밤늦게까지 쫓아다닌 곳이 신천지였다"며 "그렇게 3년을 감쪽같이 가족을 속였다"고 했다.

양씨는 아들의 가방 속에 있던 신천지 교리 책을 발견한 이후, 이단 상담소를 찾아다니는 등 아들을 설득했다.

그러자 한 겨울, 아들은 슬리퍼 차림으로 집을 나가버렸다.

양씨는 신천지 폐해를 알리고 다니니깐 최근 아들이 밤늦은 시간 문을 두들기고 가거나 휴대전화로 협박문자를 보낸다고 했다.

양씨는 "이단 사이비 신천지 폐해 알리는 거 그만하라는 거죠. '집 문을 부순다', '차를 부순다', '감옥 가면 그만이다'고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천지에서는 청년들이 26살이 되면 교리 강사로 세울 건지 판단하는데 가족들 때문에 자기가 강사가 못 된다고 막 화를 냈다"고 덧붙였다.

여느 보통의 부모 마음과 똑같다는 양씨는 신천지에 빠지기 전 아들의 모습을 되찾고 싶다고 했다.

온 가족이 함께 살 부딪히고 사는 평범한 삶이 이다지도 힘든 줄 몰랐다며 답답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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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에 가족을 빼앗긴 피해자들이 24일 오전 울산 중구 성남동에서 신천지를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 = 반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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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가출 등 가정파탄 피해호소 잇따라

"딸이 자기를 낳아 준 엄마에게 이년, 저년 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정상적인 부모자식 관계라고 할 수 있겠어요?"

신천지피해자연대 포항 대표를 맡고 있는 최모(53·여)씨는 지진피해와 관련해 주민센터에서 계속 전화가 오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포항 지진으로 2층짜리 주택건물 벽에 금이 간 상태인데 이를 빨리 처리해야 함에도 전혀 신경 쓰지 못하고 있다.

신천지에 빠진 22살 된 딸 김양을 찾느라 전국을 다닌다고 생업을 포기했다. 어머니 최씨를 돕기 위해 김양의 남동생도 학업을 중단한 상태다.

김양은 지난 7월 휴학하고 두 달 뒤인 9월 아예 집을 나갔다.

최씨는 "결혼한 지 5년 만에 얻은 첫 딸이에요. 그런 딸이 신천지에 빠지고 나서 부모에게 욕설하고 가족 관계까지 끊었는데 지진피해가 눈에 들어오겠냐"고 토로했다.

김양도 대학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차츰 귀가 시간이 늦어지기 시작했다. 토익과 자격증 준비로 친구들과의 공부모임 때문에 늦는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딸의 얼굴에 웃음기가 없어지고 늘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최씨는 전했다.

최씨는 "가족끼리 외식이나 여행을 가자고 하면 딸은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고 움직였다. 마치 누군가의 허락을 받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특히 김양이 일주일 중 월, 화, 목, 금에 귀가 시간이 더 늦었고 수요일과 일요일에는 흰색 상의에 검은색 하의를 입고 외출을 했다는 거다.

최씨는 귀가 시간이 늦은 날은 성경공부 등 신천지 활동 때문이었고 수·일요일에는 복장을 갖추고 신천지교회서 예배를 드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딸이 '기존 목회자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성경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식으로 기독교 교회를 자주 비판하기도 했다는 거다.

지금도 딸은 '신천지 관련 시위하지 말라',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자기 말만 하고 교주 이만희와 신천지 폐해에 대해서는 듣지 않으려 한다고 최씨는 전했다.

신천지와의 싸움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는 최씨는 "신천지는 자신들의 교리에 세뇌되기 전까지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봉사 등 온갖 방법으로 선행을 베푼다"고 말했다.

이어 "신천지 교리에 한 번 빠지게 되면 인간영생 등 자기들 만이 진리임을 강조하면서 결국, 가정과 사회생활 단절을 가져오게 하는 이단 사이비 종교 사기꾼 집단"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는 지금까지 신천지 신도 수는 약 20만 명.

이 중 절반이 가출과 학업 포기부터 단순등록까지 20대 신도 수는 10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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