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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현장 열기는 줄었지만 설렘은 여전 "열시간 대기해서 반값 TV 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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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블랙프라이데이 현장 가보니

매일경제

블랙프라이데이를 하루 앞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에 위치한 베스트바이 매장에서 쇼핑객들이 `도어버스터` 행사에 참여해 삼성 50인치 UHD TV를 고르고 있다. 이 TV의 판매가는 699.99달러지만 이날은 한정된 수량으로 43% 저렴한 399.99달러 가격표가 붙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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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리셨습니다. 30초 후 도어버스터(Doorbuster) 행사를 시작합니다."

블랙프라이데이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5시(현지시간) 미국 뉴욕주의 베스트바이 매장 앞. 정문에서 60m가량 긴 줄을 형성한 300여 명의 쇼핑객은 오랜 기다림이 끝났다는 안도감에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첫 번째 입장객인 카를로스 무태어 씨는 "아침 7시부터 기다렸다"면서 "샤프 4K 울트라 TV(50인치)를 살 수 있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판매가 500달러인 이 제품은 이날 할인 폭이 큰 '미끼상품'으로 179.99달러(약 19만원)에 나왔다. 무려 64% 할인율이다.

입장이 시작된 지 3분 만에 "샤프 TV가 품절됐다"고 직원이 큰소리로 알려주자 뒷줄에서 입장 순서를 기다리던 쇼핑객 사이에서 작은 탄성이 터져나왔다. 베스트바이는 레노버 노트북PC, LG전자 4K 블루레이 플레이어, 소니 와이어리스 헤드폰 등을 반값에, 삼성전자·LG전자·소니 TV를 30~40% 할인된 가격에 내놨다. 가전과 카메라, 프린터 코너도 소비자들로 북적였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끈 품목은 삼성·LG TV였다.

삼성 50인치 UHD TV 두 대를 고른 브라이언 스티븐 씨는 "거실에 한 대를 놓고, 아들 집에도 하나 놔주려고 한다"면서 "매장에서 직접 물건을 고르는 게 쇼핑의 제맛"이라고 말했다. 추수감사절에 매장에 나오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블랙프라이데이 '열혈 쇼핑족'인 셈이다. 그가 산 삼성 TV의 당초 판매가는 699.99달러지만 이날은 43% 저렴한 399.99달러(약 44만원) 가격표가 붙었다.

베스트바이는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보름 전부터 시작했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도어버스터 행사에 상당한 무게를 두는 모습이었다. 베스트바이 매장의 한 매니저는 "현장 할인 행사가 작년에 비해 활기를 띠는 것 같다"며 "미국 경제가 좋으니 소비자들이 선뜻 지갑을 여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아마존 등 온라인 쇼핑몰이 갈수록 위세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연중 가장 큰 쇼핑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을 붙잡기 위한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의 경쟁은 여전했다. 이날 미국 백화점 로드&테일러는 도어버스터 흥행을 위해 선착순 500명에게 20달러 기프트카드를 내걸었다. 지난 9월 파산을 신청한 완구 업체 토이저러스는 지난 22일 밤 9시부터 블랙프라이데이 온라인 쇼핑을 개시한 데 이어 23일 오후 5시에 매장을 열고 레고·바비인형 등 40~50% 할인 품목을 대거 제시했다.

백화점 JP페니는 경쟁 업체보다 이른 23일 오후 2시부터 문을 열고 판매 경쟁에 뛰어들었다. 할인 카탈로그는 무려 72쪽짜리 책이다. 월마트는 일반 상품과 블랙프라이데이 이벤트 상품을 구분하기 위해 매장에 할인 제품을 대형 포장지로 감춰두다가 오후 6시부터 일제히 포장지를 벗기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메이시스, 타깃, 시어스 등 다른 대형 유통 업체들도 블랙프라이데이 하루 전인 추수감사절에 매장 문을 열었다.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밤새워 줄을 서며 매장 문 열기를 기다리던 도어버스터 열기는 조금씩 식어가고 있다. 조사기관 PwC에 따르면 올해 미국 소비자의 13%가 추수감사절에 오프라인 쇼핑에 나서는 반면 28%는 집에서 온라인 쇼핑으로 해결하겠다고 답했다. 일명 '방콕 쇼핑족'이 오프라인 쇼핑객의 두 배나 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업체 어도비는 올해 11월 23일 추수감사절부터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까지 온라인 판매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선 1074억달러(약 11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보다 13.8% 늘어난 수치다. 어도비는 또 23일 오후 5시 현재 휴대폰을 이용한 모바일 쇼핑이 전년보다 15% 늘었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매장 앞에서 줄을 서는 대신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휴대폰으로 간편하게 쇼핑을 즐기고 있다"면서 달라진 블랙프라이데이 풍경을 전했다. 뉴저지주에 사는 윌리엄 스미스 씨는 "이미 온라인으로 선물을 구매했다"며 "추수감사절은 가족과 함께 식사하고 집에서 영화를 봤다"고 말했다. 에밀리 샤인 씨는 "사이버먼데이에 온라인 쇼핑을 해도 전혀 늦지 않는다"며 여유를 보였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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