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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인터뷰]세월호 가족 "김현태, 적폐 아냐..'뼈 비공개'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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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조은화 양 모친 이금희 씨 "9월 이별식 전에 요청"

"은화·다윤 뼈 두차례 수습 사실도 요청해 비공개 돼"

"김현태 부단장, 가족 배려하려다 판단 미스한 것"

"해수부 진상조사 때 비공개 정황 진술하겠다"

이데일리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단원고 고 조은화 양의 가족이 “김현태 부단장에게 ‘뼈 확인 소식을 언론에 실시간으로 알리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이 세월호 유골수습 결과를 악의적으로 닷새간 은폐한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조은화 양 어머니 이금희 씨는 24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저희 가족과 다윤이네 가족이 이별식(9월23~25일)을 하기 전에 그런 요청을 했다”며 “뼈가 수습되면 우리는 ‘돌아와 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뼛조각도 못 찾은 가족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진상조사 결과 해수부 세월호후속대책추진단 이철조 단장·김현태 부단장은 지난 17일 발견된 뼛조각 수습 사실을 비공개하기로 했다. 이어 미수습자 5명의 발인식이 끝난 20일 오후 김영춘 장관에게 첫 보고를 하고 21일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 조은화·허다윤 양 어머니에게만 상황을 설명했다. 미수습자 5명의 가족 측에서 반발하고 언론이 관련 취재를 하자 닷새 만인 22일 오후 뼈 수습 사실을 공개해 은폐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이 씨는 지난 17일 발견된 뼛조각은 일부 가족 측의 부탁을 고려해 비공개 된 것으로 풀이했다. 그는 “지난 20일 해수부 서기관은 전화로 ‘17일 발견된 게 은화·다윤이의 뼈일 확률이 높다. 은화·다윤이 어머니가 언론에 이를 알리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알리지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해수부는 이들 가족의 요청에 따라 이번 건 외에도 뼛조각 수습 사실을 비공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는 “9월 말 이별식을 한 뒤 해수부에서 전화로 ‘발견된 은화의 뼈가 너무 작아 DNA 검사 과정에서 소진됐다’고 알려왔다. 이 사실을 언론에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씨는 “해수로부터 11월 초 DNA 검사 결과 은화·다윤이 뼈로 수습된 게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뼛조각도 못 찾은) 다른 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말자고 했다. 언론에 수습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은화·다윤이 뼈를 아직 찾으러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철조 단장·김현태 부단장이) 미수습자 5명의 가족에게 얘기를 안 한 것, 장관에게 바로 보고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면서도 “김 부단장이 수습 소식이 언론에 알려질 경우 비공개를 요청한 가족들의 상황 등을 걱정한 것 같다. 가족들을 배려하려다가 판단 미스를 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특히 이 씨는 김 부단장이 ‘적폐 공무원’으로 지목된 것에 대해선 “세월호 참사 이후 고생했던 공직자 중 한 분이지 적폐 공무원이 아니다”며 “고생하는 현장 공무원들을 ‘적폐’라고 지목하는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이 씨는 “적폐라고 이렇게 낙인 찍으면 앞으로 어느 공무원이 적폐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세월호 현장에 오고 싶겠나”라며 “해수부의 진상조사 과정에서 인터뷰에서 밝혔던 이런 얘기를 진술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씨와의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이데일리

-김현태 부단장에게 뼛조각 비공개를 요청?

△저와 다윤이 엄마가 뼈 확인 소식을 언론에 실시간으로 알리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뼛조각을 찾은 결과가 실시간으로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우리 아이의 뼛조각이 발견됐을 때 ‘돌아와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마음이 아팠다. 뼛조각도 못 찾은 가족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별식(조은화·허다윤 9월23~25일)을 하기 전에 그런 요청을 했다.

-이런 요청 때문에 지난 17일 선체에서 뼛조각을 수습하고도 비공개했다고 보나?

△우리 부탁이 비공개하는 결정에 영향을 준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그동안 선체에서 나온 뼈는 다윤, 은화, 이영숙 씨 등 3명이었다. 김 부단장은 은화·다윤이의 뼈일 것이란 확률이 높다고 본 것 같다. 그래서 김 부단장은 이 수습 소식이 언론에 알려질 경우 비공개를 요청한 가족들의 상황 등을 걱정한 것 같다.

-해수부로부터 비공개 사유를 직접 들은 적 있나?

△지난 20일 세월호 현장수습본부 해수부 서기관이 그런 설명을 했다. 이 서기관은 전화로 ‘17일 발견된 게 은화·다윤이의 뼈일 확률이 높다. 은화·다윤이 어머니가 언론에 이를 알리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알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언론에 알리지 않은 뼛조각 수습 결과가 있나?

△있다. 9월 말 이별식을 한 뒤 해수부에서 전화로 ‘발견된 은화의 뼈가 너무 작아 DNA 검사 과정에서 소진됐다’고 알려왔다. 그래서 이 사실을 언론에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해수부로부터 11월 초 DNA 검사 결과 은화·다윤이 뼈로 수습된 게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윤이 엄마·아빠와 목포신항으로 찾으러 갈지 상의했다. (뼛조각도 못 찾은) 다른 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말자고 했다. 언론에 수습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은화·다윤이 뼈도 아직 찾으러 가지 않았다.

-김영춘 장관 등 해수부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이런 사실을 밝히지 않았는데.

△그래서 제가 김현태 부단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뼛조각 발견 사실을 알리지 말아달라고’ 했던 제 요청을 얘기하라고 했다. 김 부단장은 ‘제 부족함으로 이런 일을 겪게 해서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제가 죄인입니다’라고 문자를 회신했다.

-그렇더라도 17일 뼛조각을 발견하고 20일에야 장관에게 첫 보고를 했다. 미수습자 5명의 가족들에게는 알리지 않은 문제는 있는데.

△장관에게 보고를 바로 하지 않은 것도 잘못이다. 바로 보고했다면 김영춘 장관이 결단을 내렸을 것이다. 다만 이철조 단장은 어제 브리핑에서 ‘18일 추모식을 오전 9시부터 하려고 했는데 전날 세워 놓은 제단이 밤 사이에 강풍에 스러졌다. 새벽부터 추모식 장소를 실내로 부랴부랴 바꾸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이 단장, 김 부단장은 각각 국·과장급이다. 추모식에 정부 고위관계자들, 국회의원들이 오니까 거기서 장관을 봤더라도 선뜻 얘기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김 부단장, 이철조 단장 등 해수부가 미수습자 5명의 가족에게 얘기를 안 한 것은 잘못이다. 당시엔 김 부단장이 이 사안이 이렇게 커질 것이란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저는 이번 사태를 이분들(김현태·이철조)이 가족들을 배려하려다가 판단 미스를 한 것으로 본다. (미수습자 5명의) 가족들이나 김 장관에게 곧바로 보고하거나 상황을 알렸다면 이렇게 꼬이지 않았을 것이다.

-김 부단장이 박근혜정부에서 임명돼 진상규명을 방해한 적폐 공무원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김 부단장은 적폐 공무원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고생했던 공직자 중 한 분이다. 발령이 나서 갔고, 가서 일했던 것이다. 적폐라고 이렇게 낙인 찍으면 앞으로 어느 공무원이 적폐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세월호 현장에 오고 싶겠나. 그리고 이 세월호 현장에서 오래 있다 보면 현장 공무원들도 트라우마가 올 수 있다. 상처가 있는 사람들을 상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생하는 현장 공무원들을 ‘적폐’라고 지목하는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

-해수부 감사관실이 진상조사를 진행 중이다. 직접 가서 인터뷰에서 했던 얘기를 진술할 의향이 있는가.

△얘기하겠다. 우리 부탁을 들어줘서 그렇게 비공개했다면 얘기를 하는 게 당연하다. 주변에선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 은화 엄마가 곤란한 처지에 처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괜찮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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