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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與 혁신 외치더니…높은 지지율에 긴장감 떨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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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정당발전위원회 혁신보고회


뉴시스

최고위 모두발언 하는 추미애 대표


高 지지율에 지방선거 압승 전망

정당혁신안 의결은 '차일피일' 미뤄
20% '현역 컷오프'도 적용 않기로
"지지율은 신기루, 조심해야" 지적도

【서울=뉴시스】윤다빈 기자 = 집권 후 당 혁신을 약속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개혁 작업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당혁신안이 최고위원회에서 표류하고,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기득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내려지는 탓이다.

민주당은 최근 70~80%대의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을 바탕으로 50%에 이르는 유례없는 당 지지율과 권리당원 150만 명 돌파 등 '호황'을 누리고 있다. 야권의 지리멸렬까지 겹치면서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TK)을 제외하고는 전 지역 광역단체장을 석권하는 것 아니냐는 때 이른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당직을 맡은 한 의원은 "지방선거 분위기가 좋은 것은 사실"이라며 "최선을 다한다면 모든 지역 입성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근 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국민 이념조사를 한 결과 과거보다 '보수층'이 줄어들고 '중도진보층'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이에 민주당 내에서는 장기집권의 토대가 마련됐다는 해석도 나왔다. 당내에서는 "한국 사회의 적폐청산을 위해서는 최소 20년은 집권해야 한다"고 자신감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총선과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승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팽배하면서 당초 약속했던 '혁신'은 뒤로 밀리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정권교체 이후에 본격적으로 당을 혁신하겠다며 정당발전위원회(정발위)를 출범시켰다. 정발위가 두 달에 걸쳐 '현역의원 경선 의무화', '당원모임에 대의원 추천권 부여' 등과 같은 혁신안을 5차까지 발표했음에도 아직 최고위에서 의결된 사항은 단 하나도 없다. 최고위원 상당수가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면서 혁신안 논의에 별 관심이 없는 분위기다.

정발위의 활동기한이 이달 28일까지라는 점에서 당내에서는 정발위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열리는 최고위에서 혁신안 일괄 의결을 시도할 계획이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정발위 소속의 한 관계자는 "당직이나 공직선거 관련 규정이 하나라도 통과되면 성공인 상황"이라며 "혁신안은 그냥 다음부터 전향적으로 논의한다고 하는 선에서 흐지부지 끝날 것 같다"고 푸념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시도당 위원장의 사퇴 시점을 선거 전 120일에서 180일 전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논의했다.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도당 위원장이 지자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을 '줄 세우기' 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17개 시도당 위원장들이 집단으로 반발하면서 일주일여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이에 대해 광역단체장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인사는 "시도당 위원장이 공천권을 거의 대부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통제 시스템이 없어졌다"고 비판했다.

공천 과정에서도 개혁보다는 온정의 논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은 선거 전망이 어두웠던 20대 총선에서는 현역의원 20%를 일괄 컷오프 했으나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컷오프 규정을 없애고, 하위 20% 현역 자치단체장이 획득한 점수의 10%만 깎기로 했다.

당에서는 "아무래도 당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현역은 일괄 컷오프 하는 게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컷오프는 당 지지율이 낮고 위기 상황일 때 쓰는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현직의 재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물갈이 필요성이 낮아진 현실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지면서 당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조직을 관리해야 할 지역위원장들이 지방선거 출마로 방향을 바꾸고, '묻지 마 입당'이 늘어나면서 대부분 지역에서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계산 아래 '줄 세우기', '선거용 당원 모집' 등의 폐단도 나온다.

지난달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의 지역위원장 공모 과정에서 의정활동에 집중해야 할 현역 비례대표 의원 다수가 특정지역의 지역위원장 자리를 요구하기도 해 이춘석 사무총장이 막아서는 일도 있었다.

이와 관련, 당내에서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내 비주류에 속하는 한 의원은 "지금 당이 너무 자기도취 돼 있는 느낌이 있다. 누구든지 잘 나갈 때가 가장 위험한 것"이라며 "지지율은 신기루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당의 한 중진의원은 "여당이면 관료를 다룰 줄 알아야 하는데 아직 당이 그럴 능력이 없다"며 "집권 중반기에도 개혁의 역량을 가지려면 지지율 환상에서 벗어나 당 전체가 좀 실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fullempt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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