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장관은 11일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에 의해 “주요 혐의인 정치 관여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속 상태였다. 이후 22일까지 구속영장 발부 때와 비교해 특별히 달라진 사정이 없다. 그런데도 법원이 겨우 열하루 간격을 두고 한 번은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하고, 또 한 번은 혐의에 다툼이 있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하면 그런 법원을 누가 신뢰하겠는가.
2000년 이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2013년 중수부 폐지 이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나 특별수사본부에서 구속 기소한 주요 권력형 비리 사건 피의자 가운데 형이 확정된 119명 중 10.1%인 12명이 5월 기준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일반 형사 합의사건 무죄율 2.3%를 크게 웃돈다. 무죄인 피의자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해 준 것은 바로 법원이다. 법원은 영장재판도 재판의 일종이므로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전에, 과연 존중받을 만한 영장재판을 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영장재판은 일반적인 재판과 달리 공판(公判), 즉 공개된 재판이 아니다. 그런데도 영장담당판사는 한두 줄짜리 상투적인 사유만 달랑 기재하고 영장을 발부하거나 기각한다. 그것으로는 판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근거로 구속하거나 불구속하는지 알 수 없다. 특히 검찰이 권력형 사건에서 여론의 힘을 빌려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판사가 간단히 사유를 기재하는 관행 뒤에 숨어 여론의 비난을 피하는 데만 신경 쓰는 경우가 없지 않은 듯하다.
검찰도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기만 하면 반발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범죄 혐의가 의심스럽거나 다툼의 여지가 있을 때는 피고인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판단해야 한다. 구속이 정의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죄가 있으면 재판에서 유죄 선고를 받아내는 것이 정의를 세우는 것이다. 수사는 불구속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이다. 최근 일련의 과거 정권 수사에서 검찰도 법원도 이 대원칙을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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