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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혹시나” 하루 종일 가슴 졸인 포항 … 4차례 여진에도 수능 무사히 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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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된 수험장 앞엔 가족들로 빼곡

시험 시작 후에도 못 떠나고 기도

재난본부, 안전요원 배치해 대비

규모 5.4의 포항 지진으로 일주일 연기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3일 전국 고사장에서 무사히 치러졌다. 여진 불안 속에서 수능을 치른 포항 지역 수험생들의 표정은 홀가분해 보였다.

이날 오후 4시45분쯤 경북 포항시 유성여고 앞.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속속 고사장을 빠져나왔다. 최승희(18)양은 어머니 얼굴을 보자마자 눈시울을 붉혔다. 최양은 “지진이 날까봐 좀 무서웠는데 무사하게 치러 다행이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시험 내내 마음을 졸였다. 정용욱(47)씨는 “아들이 고생했으니까 원 없이 했으리라 믿는다. 수능까지 연기되면서 일주일간 더 고생했으니 좋은 결과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아침 포항의 12개 시험장 풍경은 지진 여파로 어느 해, 어느 지역보다 긴장감이 높았다. 이날 오전 7시30분쯤 포항시 남구 이동중 앞은 수험생과 가족들로 가득했다. 박동서(51)씨는 “매일 학교에 데려다 주는데 오늘은 괜히 더 마음이 찡하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포항시 남구 포항제철중 앞엔 수험생을 응원하러 나온 100여 명이 모였다. 이날 포항의 아침 최저기온은 1.5도로 낮았다. 시험장 앞에선 1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추위를 이겨낼 핫팩을 쌓아놓고 나눠줬다.

오전 9시 학생들의 입실이 모두 끝난 시간이지만 상당수 학부모는 시험장 주변을 떠나지 못했다. 일부 학부모는 시험장 건물을 향해 기도하거나 눈물을 흘렸다.

포항교육지원청 수능상황실에서도 시험장 앞만큼의 긴장감이 흘렀다. 입실 시간 전 강한 지진이 일어나면 포항 수험생들을 예비시험장으로 긴급 수송해야 했다. 다행히 입실 전 지진은 일어나지 않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만일의 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포항 지역 12개 시험장에 안전요원 156명을 배치했다. 비상수송버스 244대도 배치했다.

이날 2교시 시험이 치러지던 오전 11시35분쯤 규모 1.7 여진이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서 발생했다. 이를 포함해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사이 포항에선 2.0 미만 지진이 네 차례 발생했다. 하지만 수능은 별 탈 없이 치러졌다. 부산 등 다른 지역에서도 수능이 무사히 마무리됐다.

경남 거제와 양산에선 갑작스러운 복통 탓에 응급실로 옮겨진 수험생 2명이 각각 병원에 마련된 시험실에서 수능을 쳤다. 서울에서도 전날 이대목동병원에서 급성 맹장염으로 수술을 받은 남윤영(18)양이 병실에서 시험을 봤다.

경기도 안양에선 수험생의 방 문고리가 고장 나 119소방대원이 출동하기도 했다.

포항=김정석·최규진·백경서·하준호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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