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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아사드 밀어주며…시리아 내전 ‘열매’ 따기 나선 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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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33만명 희생 ‘6년 내전’ 해결사 자처

소치서 이란·터키 정상과 회담

내전 종식 ‘시리아 국민회의’ 제안

아사드엔 “국토98% 통제…축하한다”

“푸틴 행보, 1945년 얄타회담 연상케”

28일 유엔 주재 평화협상 재개

시리아 반군은 사우디 집결 논의



6년간 33만명의 목숨을 빼앗고 1100만명의 난민을 발생시킨 시리아 내전의 종식을 위한 움직임이 갑자기 활발해졌다.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이 마무리되는 국면에서 내전의 출구를 찾으려는 것인데, 러시아가 주도하는 모양새여서 바샤르 아사드 정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떠오른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2일 러시아 남부 휴양지 소치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만나 시리아 내전 해법을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뒤 “시리아 정부를 반드시 포함한 모든 당사자들의 타협과 양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3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가까운 장래에 시리아 정부와 반군 세력이 소치에서 내전 종식과 헌법 제정을 논의할 ‘시리아 국민 회의’를 열자고 했다.

러시아가 제안한 ‘시리아 국민 회의’는 애초 18일 개최가 추진됐으나 당사자들의 이견으로 연기된 상태다. 러시아는 유엔 차원의 협상이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어 자신들이 중재자로 나섰다는 입장이다. 시리아 정부군이 최근 이슬람국가의 최후 거점인 동부 아부카말까지 탈환해 기존 내전 당사자들의 충돌 격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푸틴 대통령은 3국 정상회담 직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과 전화로 시리아 문제를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최종적 해법은 유엔 몫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아사드 정권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푸틴 대통령의 행보를 선의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보호하고 그의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 선수를 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는 이란·터키 정상을 만나기 이틀 전 소치에서 아사드 대통령을 만났다. 아사드 대통령은 “시리아를 구원해줬다”며 감사를 표했고,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가 테러 그룹에 맞서 거둔 성과를 축하”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튿날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을 만나서는 “시리아 정부군이 국토의 98% 이상을 통제한다”고 말했다.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 근처와 북부 알레포주와 이들리브주, 요르단 국경 근처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아사드 대통령을 내전의 사실상 승자로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의 시리아·이란·터키 대통령 연쇄 접촉은 28일 유엔 주재 평화협상 재개를 앞두고 이뤄졌다. 여러 갈래로 나뉜 시리아 반군 세력은 여기에 보낼 대표와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22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회의를 시작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들이 아사드 대통령 퇴진 요구를 공동성명 초안에 담았다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도 그의 퇴진을 선결 조건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국가와의 싸움 과정에서 아사드 정권이 힘을 회복한데다, 러시아가 중재자 겸 후원자로서 역할을 과시하면서 정치적 국면도 일단 아사드 쪽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아사드 정권에 적대적이지만 러시아와 밀착하는 터키의 미묘한 입장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터키는 최대 반군 세력인 ‘시리아민주군’의 주축인 쿠르드족이 시리아 북부에서 자치권을 얻는 것을 경계한다는 점에서 아사드 정권과 이해가 겹친다. 터키까지 아사드 정권을 묵인하면 주변국들 중 그를 적대하는 나라는 사우디만 남게 된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주 텔레비전 연설에서 “터키, 러시아, 이란은 (시리아에 대해) 공통의 시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카네기모스크바연구소의 드미트리 트레닌 소장은 이번 소치 회담은 미국·소련·영국 수뇌들이 이곳과 가까운 곳에서 2차대전 이후의 국제 질서를 논의한 1945년 2월의 얄타회담을 떠오르게 한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에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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