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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한미FTA 폐기해야” vs “개정 협상에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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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계-정부 간담회… 평행선 여전

동아일보

한미 FTA 개정협상 공청회가 파행으로 끝난 지 12일 만에 농업계 대상 간담회가 다시 열렸지만 정부와 농업계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농업계는 “지금처럼 불리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정부는 “일방적으로 불리한 협상은 타결하지 않겠다”며 농민 달래기에 나섰다.

○ “한미 FTA 폐기하라”

22일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aT센터에서 열린 한미 FTA 개정협상 관련 농축산업계 간담회에서 박형태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농업은 레드라인’이라고 언급해 오히려 한미 FTA를 농업에 한정하는 잘못을 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일방적인 주장을 따르느니 폐기 논의를 공식화하자”고 말했다.

김홍길 한우협회장도 “한미 FTA 이후 소 1마리당 소득은 11%, 소 농가 수는 36.1%나 줄었다”면서 “현재 24%의 관세가 남아 있는데도 이 정도인데 관세가 없어지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한미 FTA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국내 농업에 불리한 사항을 오히려 개정하는 기회로 삼자는 의견도 나왔다. 한석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모형정책지원실장은 “개정협상에서는 오히려 농업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공세적인 협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도 “한미 FTA는 다른 FTA와 비교해서도 농축산물 시장을 가장 많이 개방했다”고 지적한 뒤 이익균형 차원에서 한국의 대표적 무역적자 산업인 농업에 대한 양허수준 조정을 요구해야 한다” 고 말했다.

정부 측 인사들은 폐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일단 개정협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은 “미국이 불합리하고 일방적인 요구를 할 경우 끌려가지 않겠다. 농업 부문 추가 개방은 어렵다고 표방해 왔다”고 소개했다. 또 “(한미 FTA) 폐기도 옵션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모든 가능성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폐기할 가능성도 포함한다”고 언급한 것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 농업 적자만 매년 7조 원

이날 간담회에서는 한미 FTA로 인한 농업계 피해 규모도 발표됐다. 한석호 농경원 실장은 “한미 FTA 발효 5년 전(2007∼2012년)과 후(2012∼2017년)를 비교하면 국내 수입은 연평균 9억4000만 달러 증가한 반면 미국으로의 수출은 1억9000만 달러 증가했다”면서 “적자 규모가 연평균 7억5100만 달러(약 8270억 원)씩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농축산물의 대미 무역수지 적자는 64억6500만 달러(약 7조410억 원)이었다.

한미 FTA로 가장 타격이 큰 분야는 축산물과 가공식품, 과일·채소 등이었다. 한미 FTA 발효 이전과 비교했을 때 적자폭이 가장 크게 늘어난 분야가 축산물(7억5000만 달러 증가)로 쇠고기 수입액은 124.3%, 돼지고기 수입액은 42.7% 늘어났다. 과일 중에서는 레몬이 265.7%, 체리가 226.3% 늘어났으며 포도와 자몽 수입액도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한 실장은 “한미 FTA는 국내 농산물 가격 하락을 유도했으며 생산량과 자급률도 감소시켰다. 한미 FTA 외에도 15건의 FTA 효과가 누적되면서 무역수지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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