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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전자석으로 뇌 자극… 음악 싫어하던 이도 음반 사게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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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오종찬 기자




음악에 대한 기호는 잘 바뀌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뇌가 바뀌면 사정이 달라진다. 캐나다 맥길대 로버트 자토르 교수 연구진은 지난 2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행동'에 "뇌 보상 중추와 연관된 영역에 전자석으로 자기 신호를 보내면 음악에 대한 호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음악이 즐거움을 주는 과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질병으로 감정 영역이 손상된 환자를 치료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전망이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 17명에게 여러 음악을 듣게 하고 선호도를 조사했다. 그리고 일정액의 돈을 주고 들었던 음악 파일을 살 수 있게 했다. 그다음에는 두피를 통해 이마 왼쪽의 뇌 배외측 전전두엽 피질로 자기 신호를 보냈다. 실험 결과, 해당 뇌 영역을 자극하는 자기 신호를 받으면 음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자신이 고르지 않았던 음악을 구매하는 데 전보다 돈을 10% 더 썼다. 반대로 이 영역을 억제하는 자기 신호를 받으면 음악에 대한 호감이 줄어들고 음악 구매에 쓰는 돈도 15% 줄었다.

배외측 전전두엽 피질은 뇌 안쪽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선조체의 활동을 조절한다. 도파민은 쾌감을 느끼는 보상 중추의 신호 전달 물질이다. 앞서 연구에서 음악을 듣고 즐거움을 느낄 때 선조체가 활발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자석으로 이마 왼쪽의 뇌를 자극하면 선조체의 활동이 바뀌면서 음악에 대한 기호가 변하는 것이다.

자토르 교수는 "이번 연구는 뇌 보상 중추가 손상된 환자를 치료할 새 방법도 제시했다"고 밝혔다. 파킨슨병이나 우울증에 걸리면 뇌 보상 중추가 작동하지 않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반대로 중독이나 강박장애에 걸리면 보상 중추가 지나치게 작동해 문제가 된다. 두피에 자기 자극을 주는 방법으로 보상 중추의 수위를 적절히 조절하면 양극단의 두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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