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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이국종, 카메라 꺼지고 “언론에 간곡히 부탁한다” 말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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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등외상센터장이 22일 오전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곳 중환자실에서 치료중인 JSA 귀순 북한병사의 상태에 대해 설명했다. 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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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총상을 입고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 병사가 의식을 회복했다. 이에 수술을 집도한 이국종 아주대 교수가 22일 오전 브리핑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오늘 환자 상태에 대한 브리핑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앞서 벌어진 이른바 '인격 테러' 논란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이 교수는 이날 언론에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인격테러' 논란..."환자 쉽게 생각 안 해"
이날 오전 11시 방송사 카메라와 내외신 기자들 앞에 이 교수가 섰다. 그러나 그는 환자 상태보다 다른 할 말이 더 많은 것처럼 보였다. 이 교수는 여러 차례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고 말 하기를 반복했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문제들을 먼저 언급했다.

이 교수는 "최근 며칠 동안 벌어진 일련의 문제들 때문에 저희 병원장이 격노했고, 제가 병원장실에서 두시간 동안 불려가 있었다. 어제도 한 시간 반 있었다. 견디기가 힘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서 "외부에서 나쁜 의견이 제기되거나 그랬을 때 우리 같은 작은 신생 의과대학은 견딜 힘이 없다. 병원장께서도 브리핑 취소하라 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의사들이 환자에 대해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저는 칼을 쓰는 사람이다. 외과 의사와 살인자들이 쓰는 칼은 칼 잡는 각도만 다르다. 의사 전체 영역 중에서 외과 의사들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굉장히 전문화된 일에 특화된 사람들"이라며 "말이 말을 낳고, 낳은 말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말의 잔치가 돼 버리는 복잡한 상황을 헤쳐나갈 힘이 없다"고 했다.

그는 "여러 기자분께 환자분 정보를 드리지 못해 자괴감을 느끼게 됐다"며 "환자를 보고 치료하는 것은 이벤트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북한 병사와 이 교수를 둘러싸고 인격권 논란이 벌어졌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기생충이나 병사의 건강 상태 등을 세밀하게 전한 이 교수의 앞선 1차 브리핑과 언론에 인격권 침해 문제를 제기하며 '의료법 위반'일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이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7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이번 북한 병사의 인격권 주장을 이어나갔다. 김 의원은 "우리가 북한보다 나은 것이 뭔가"라고 되물으며 이 교수의 '이런 환자는 처음'이라는 기생충 관련 브리핑 등을 겨냥해 인격권 테러라고 밝혔다.

이후 김 의원의 주장은 격렬한 논쟁으로 번졌다. 이 교수가 이날 브리핑에서 말한 "최근 며칠 동안 벌어진 일련의 문제들"은 이러한 논란을 두고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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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의원 페이스북]


이어서 "그런데 만약에 한국에 살면서 사고가 났는데, 정작 그때는 환자가 갈 데가 없고 전화할 곳이 없고 관료, 정부 관계자 아는 끈이 없어서 응급실에 쳐 깔려 있다가 허무하게 생명을 잃는다면 이 사람이 왜 넘어왔겠느냐"며 "거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이 자리에 계신 언론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의 해당 발언이 나오는 대목에서 이날 그의 브리핑을 카메라로 생중계하던 일부 방송사는 스튜디오로 화면을 전환하기도 했다. 카메라가 다른 곳으로 돌아간 뒤에도 이 교수의 하소연은 계속 이어졌다. 그는 한국의 중증외상센터를 비롯한 환자 관리 시스템 전반에 걸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중증외상센터 및 보건복지부 정책에 대해 감사원 감사가 이뤄지고 있다. 많은 문제가 있었고 국민의 혈세를 투입한 중증외상센터가 제 기능을 못 할 때 창피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된 '의료계 폭행' 사건과 관련한 보도를 거론하며 "전공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 의사들조차 저를 보면 폭행하고 때리고 무게 잡는 의사라고 얘기 많이 하는데, 폭행도 때릴 전공의가 있어야 한다"며 "외과에서는 다 없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희가 미래를 보면 대한민국에서 (중증외상센터는) 지속가능성이 없다"며 "미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중증외상센터 안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은 현실에서 앞날이 한치도 보이지 않는 미래를 보고 갈 때 까지만 간다는 게 팀원들"이라고 하소연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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