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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카터가 석방시킨 北억류 미국인, 들판에서 불에 타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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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왼쪽)이 7개월 동안 북한에 억류돼 있었던 미국인 아이잘론 곰즈(오른쪽)와 포옹하고 있다./신화 뉴시스


2010년 북한에 억류됐다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석방된 미국인이 불에 타 사망했다.

21일(현지시각) AP통신, 데일리메일,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 등에 따르면 샌디에이고 경찰은 아이잘론 곰즈(38)가 지난 17일 숨졌다고 밝혔다. 사고사인지 자살인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그는 지난 17일 오후 11시 30분쯤 샌디에이고 벌판에서 불길에 휩싸인 채 지나가던 경찰관에게 발견됐다. 경찰관은 곰즈를 발견한 뒤 지역 소방서에 신고하고 구조를 시도했다. 그러나 곰즈는 화상이 너무 심해 현장에서 사망했다.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쳤던 곰즈는 2010년 1월 중국을 거쳐 북한에 불법 입국했다가 체포돼 8년간의 노동교화형과 7000만원(북한 원화 기준) 벌금을 선고받았다. 그러다 약 7개월 만인 같은 해 8월 북한을 방문했던 카터 전 대통령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갔다.

곰즈는 귀국한 뒤 북한에서 겪은 일을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그는 책에서 '세계 평등'에 대한 신념이 자신을 북한으로 이끌었다며 당시 경험한 심문과 감금의 고통을 자세히 밝혔다.

그의 모친 재클린 매카시는 곰즈가 손목을 긋거나 음식을 거부하는 등의 방식으로 감금 중 수차례 자살 시도를 했으며, 북한에서 풀려난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으로 돌아온 이후 곰즈는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과 소통 역시 문자로 대신했다.

매카시는 사망 소식을 들은 뒤 "내 아들이 자기 자신에게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을 상상할 수가 없다"며 "내 아들은 항상 욕심이 없었고, 자신의 마지막 것까지 모두에게 나눠주는 그런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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