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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美트럼프 대북 제재 정책의 산실은 민주주의수호재단(F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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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콘 일파이지만 대북 군사해법보다 제재 해법 신봉

루지에론 선임연구원 정책제언 대부분 시행…맥매스터·폼페오에 "지적 자양분" 제공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미국의 네오콘(신보수주의) 집합소인 미국기업연구소(AEI)가 허드슨연구소와 함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 등 민주주의 전파를 앞세운 공격적 대외 정책에 이론적 배경을 제공했다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엔 역시 네오콘 성향의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이 있다.

연합뉴스

FDD에서 연설하는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조지 퍼코비치 연구담당 부회장에 따르면 "소형이지만 영향력있는 워싱턴의 연구소"인 FDD의 지도부는 지난 2003년 이라크 침공을 주장했고, 지금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장, 사설을 통해 북한의 정권교체를 북핵 해법으로 거듭 주장하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논설진 등에 "지적 연료"를 제공하고 있다.

FDD가 지난달 19일 주최한 토론회엔 맥매스터 보좌관이 참석, 북한 정권이 핵무기로 미국을 위협하는 상황을 "트럼프 대통령은 결단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핵무장을 한 북한을) 받아들이되 억지하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받아들이되 억지하자'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핵정잭 전문가이기도 한 퍼코비치 부회장이 지난 17일 재단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맥매스터 보좌관의 입장을 소개한 것은 멕매스터 보좌관이 수용을 거부한 억지론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자국민에게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야만적인 폭정을 펼치는" 북한엔 억지 전략이 먹히지 않는다고 이유를 설명했으나, 과거 스탈린의 소련과 마오쩌둥의 중국도 자국민을 수백만 명씩 죽였지만 핵 억지력이 통했다고 퍼코비치 부회장은 반박했다.

정권교체론은 북한의 핵 개발만 촉진할 뿐이며 외부의 힘으로 정권교체에 성공하더라도 그 결과는 이라크 등에서 보듯 장담할 수 없다고 그는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의 초점은 정권교체나 대북 군사 타격보다는 북한이 미국의 조건에 따른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종국적으론 북한의 등골을 부러뜨릴 정도로 제재 강도를 계속 올려간다는 제재 전략에 맞춰져 있다.

장기전이 될 제재, 즉 대북 경제전 과정에서 북한 주민의 동요를 바탕으로 내부 힘에 의한 정권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일 수는 있다. 그러나 AEI에 포진한 존 볼턴 전 유엔대사, 토머스 도넬리 연구원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후 다시 불을 지피고 나선 대북 군사해법과는 대비된다.

볼턴 전 대사는 지난 15일 AEI 웹사이트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성까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중국이 대북 경제 지렛대를 이용해 김정은 정권을 "질서 있게" 붕괴시키고 한국식 모델로 한반도를 통일시키거나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새 정권으로 대체하는 '쉬운' 방법이나 ▲중국의 방관 속에 미국이 무력으로 핵 프로그램을 파괴하는 '어려운' 방법 중 택일하는 것만 남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려운' 방법은 "특히 한국에 위험한 전략"이라고 하면서도 북한 핵 프로그램 제거의 "효과"에 방점을 두면서 한국이 겪을 위험은 부수적으로 취급했다.

같은 날 같은 웹사이트에서 도넬리 연구원도 대북 정책의 합리성은 "효과성"에 있다며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에서 "해야 할 일이라면, 빨리해치우는 게 낫지"라는 맥베스의 독백을 인용했다. 그는 "냉혈한처럼"이라고 덧붙이면서 최대한의 무력을 동원, 단방에 해결하는 게 "야만적이지만 합리적 대응"이라는 주장도 폈다.

FDD에서 대북 제재 전략을 가장 체계적이고 구체적이며 전문적으로 주장해온 앤서니 루지에로 선임연구원은 대이란 제재를 모델로 촘촘한 대북 제재 그물망을 짜서 충실하게 집행하면 이란을 굴복시켰던 것처럼 북한에도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루지에로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인 1월 23일 언론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 "대화와 더욱 강경한 행동"을 주문했다.

그의 대화론은 협상론이 아니다. "미국은 마땅히 북한과 언제든 어디에서든 대화해야" 하지만 "북한의 검증 가능한 변화 없이는 북한에 양보하는 협상은 무의미"하며 "양자 형식이든, 다자 형식이든 북한이 변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대응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로서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까지 견지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그가 주문한 행동은 ▲북한을 돕는 중국 기업, 은행, 개인에 대한 제재 ▲기존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새로운 대북 제재 도입▲한국, 일본 등과 대북 억지력 강화이며 이 틀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계속 유지되면서 구체적인 내용이 채워지고 있다.

북한은 이미 더 이상 제재조치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제재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지난 7월 현재 제재 대상국 중 4위에 있을 뿐이며, 북한의 경제체제 특성상 제재 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있으나 북한이 금융 제재 회피 방법을 절박하게 찾고 있는 것을 보면 사실과 다르다고 루지에로 연구원은 반론한다. 중국은 미국의 대북 제재 강화 압박에 굽히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그는 거부한다.

그는 특히 북한과 중국 간 금융관계와 북한과 이란 간 물밑 협력관계를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란의 경우 중국의 석유 공급 중단이나 금융거래 단절 때 그 대안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면 "영광"일 것이라고 트윗을 했을 때도 그는 만나라면서 3가지 조건을 걸 것을 주문했다.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종식하고 인권을 개선하며 미국을 핵전쟁으로 위협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루지에로가 지난 6월 내놓은 정책 건의서는 북한의 제재회피를 돕는 중국 기업 등에 대한 제재, 북한의 노동력 해외 송출을 통한 수입 차단, 북한 관광여행 금지, 모든 북한 선박에 대한 강제 검색, 북한-이란 협력 차단, 유엔 제재의 충실한 이행 등을 제시했는데 북한 선박 강제 검색 외엔 전면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이미 시행되고 있다.

대북 군사 타격론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같은 공격적인 언사나 모욕적인 언사에 대해 루지에로는 위험하거나 불필요한 것이라며 제재 신봉론을 펴고 있다.

"미국이나 동맹국을 향해 발사된 북한 미사일을 쏘아 떨어뜨리는 방어적 타격을 넘어서는 대북 위협은 현 시점에서 위험하고 불필요하다. 미국은 아직 전쟁까지 안 가도 사용할 수단이 많다. 전임 정부들이 시도하지 않았을 뿐이다"고 그는 지난 8월 폭스 뉴스 웹사이트에서 주장했다.

루지에로 연구원은 지난 2005년 북핵 6자회담의 미국 대표단에 비확산 자문관으로 참여한 적이 있으며 미 재무부 등에서 북한, 이란 등의 비확산을 위한 외교 정책 수단으로서 금융 제재 전문가로 20년 가까이 일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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