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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37년 집권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 결국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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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7년간 집권했던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결국 사임했다.

올해 93세로 지난 1980년 신생 독립국가 짐바브웨의 초대 총리로 선출된후 1987년부터는 대통령직을 수행해온 무가베는지난 15일 군부에 의해 가택연금 상태로 지내오면서 사임 압력을 받아왔다.

무가베의 사임 소식은 이날 짐바브웨 의회에서 그의 탄핵을 위해 위한 청문회가 진행되던 중 제이컵 무덴다 의장이 사임 성명서를 대신 읽으면서 처음 공개됐다.

무가베는 성명서에서 “나의 사임은 스스로 결정한 것으로 짐바브웨 국민들의 안녕과 순조롭고 폭력없는 정권의 이양을 바란다”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무가베의 사임 소식에 여야 의원 모두 환호했으며 수도 하라레에서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자동차 경적을 울리거나 노래와 춤으로 기쁨을 표시했으며 축출을 주도한 군인들과 악수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BBC는 공석인 대통령직은 무가베에 의해 경질됐던 에머슨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이 승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짐바브웨 헌법에 의하면 펠레케젤라 음포코 현 부통령이 승계해야 되나 집권 자누-PF당은 음난가그와가 22~23일 중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물러난 무가베는 자신의 부인 그레이스에게 대통령직을 넘기기 위한 길을 열어주기 위해 음난가그와를 경질시켰으며 이것이 결국 군부의 개입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었다.

무가베의 사임에도 불구하고 짐바브웨 정치권은 신중한 입장이다.

짐바브웨의 주요 야당 인사인 데이비드 콜라르트는 “독재자를 제거했지만 독재는 아직 남아있다”고 경고했다.

BBC는 야당 인사들의 말을 인용해 짐바브웨에서 앞으로 공정한 자유선거의 실시가 실시돼야 하는 등 정치 환경이 반드시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짐바브웨 내부에서는 앞으로 혹시 있을지 모를 정치적 보복에 대한 경계도 나타나고 있다.

짐바브웨 군사령관 콘스탄티노 치웬가는 국민들에게 친무가베 세력에 대한 보복을 하지 말것을 당부하면서 이를 심각하게 다루겠다고 경고했다.

■존경받던 무가베, 경제 몰락시켜
무가베는 지난 1970년대에 당시 소수 백인이 통치하던 짐바브웨의 전신인 로디지아 정부에 맞서 게릴라 전쟁을 이끌었으며 1980년 흑인이 집권하는 신생 독립 국가로 탄생한 짐바브웨의 초대 총리로 선출되면서 아프리카에서 남아프리카의 넬슨 만델라에 버금가는 존경을 받기도 했다. 그는 교육과 보건 제도를 성공적으로 도입해 세계로부터 주목을 받았으며 인종 화합을 내세우면서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짐바브웨는 제조업과 농업을 바탕으로 수출을 꾸준히 늘려왔으며 1년내내 온화한 기후로 농업이 발전하면서 한때 아프리카 경제의 중심지이자 곡창지대이기도 했다.

그러나 무가베는 야당탄압에 나서 우방인 북한으로부터 훈련받은 군병력을 동원해 지난 1983~85년에 은데벨레 소수 부족 1만~2만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이른바 ‘마타벨레랜드 학살’을 자행하기도 했다
1990년대 들어 장기 집권을 위해 탄압과 뇌물 수수가 만연해졌고 수십년간 이어진 백인들의 토지 소유를 금지시키는데 나서 약 4000명이 농장이 몰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이후 짐자브웨의 농산물 생산이 급감하면서 식량 부족 사태가 이어졌고 가뭄까지 겹치면서 국민들의 고통은 커져만 갔다.

또 중앙은행이 화폐 발행을 늘리면서 물가가 급등해 지난 2008년에는 월간 물가상승률이 79억%까지 치솟았으며 2009년부터 자국 화폐의 거래를 중단하고 미국 달러와 남아공 랜드 등 외국 돈이 통용되기 시작했다.

늘어나는 실업자와 공공업무의 마비, -18%로 떨어진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무가베는 자국내 서방 투자를 몰수하겠다고 위협하면서 투자는 급감했다.

농업 대신 다이아몬드 등 광산업 중심의 경제 정책을 펼치기 위해 중국과 영국 등 외국계를 포함한 민간 광업소를 정부에서 몰수했으며 무가베 일가는 다이아몬드 판매를 통해 막대한 부를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극심한 가뭄을 겪은 후 시민들의 현금 인출(뱅크런)이 잦아지자 짐바브웨 정부는 자금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1달러짜리 통화증권을 발행해야 했다.

전문가들은 짐바브웨가 다이아몬드와 구리, 철광석, 석탄 등 자원이 풍부하다며 현명한 지도자가 나타난다면 경제 상황은 급격히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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