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파업 끝난 MBC ‘녹화 뉴스’ 여전한 까닭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김장겸 아웃 이후 MBC 근황 알려드립니다

총파업 중단 뒤에도 보도국 제작거부 때문

라디오는 정상화, 피디수첩 내달 귀환

박정희 휘호는 세월호 리본으로 덮어

조리사 복귀해 구내식당도 정상화



한겨레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72일간의 파업은 끝났지만, ‘정상화 투쟁’은 계속된다. <문화방송>(MBC) 구성원들 이야기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방송 장악’을 상징하는 김장겸 문화방송 사장이 지난 13일 해임됨으로써 총파업은 중단됐으나, 부문별 업무거부와 제작거부가 이어지고 있다. ‘파업이 끝났는데 뉴스는 여전히 엉망인 이유’, ‘해직언론인이 여전히 회사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 등이 궁금한 이들을 위해, 김장겸 사장 퇴출 뒤 변했거나 변하지 않은 문화방송 근황을 7가지로 정리했다.

1. 뉴스는 여전히 엉망이다

역대 2번째 규모 강진이 발생한 지난 15일 오후 2시30분, <한국방송>(KBS), <에스비에스>(SBS)는 지진 발생 속보 자막을 내보내고 10분 뒤부터 정규방송 대신 뉴스 특보를 내보냈다. 반면 문화방송은 원래 편성됐던 애니메이션 <프리파라2>를 끝까지 내보내고, 지진 발생 1시간7분이 지난 뒤에야 자체 제작한 속보 자막을 띄웠다. 뉴스 특보는커녕, 재난 상황에서도 ‘녹화 뉴스’는 그대로 진행됐다. 이날 <뉴스데스크> 날씨 리포트의 첫 멘트는 “어느 때보다 긴장되는 수능일, 수험생들은 따뜻하게 챙겨입으셔야겠습니다”였다.

한겨레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보도 부문 조합원들은 제작거부를 이어가며 매일 오후 1시40분께 보도국 사무실에서 손팻말 시위를 벌인다. 여전히 간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보도 참사’ 책임자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다. 조합원들은 정상화된 <뉴스데스크>를 대비한 특별취재팀을 자체적으로 꾸린 상태다.

<이브닝뉴스>, <뉴스투데이> 등이 초유의 ‘녹화 뉴스’로 계속되는 이유는, 보도 부문 조합원뿐만 아니라 기술 부문 조합원도 제작거부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노조는 기술 부문 등을 ‘필수 인력’으로 분류해 파업에서 제외해왔지만, 이번에는 전 조합원을 예외 없이 파업에 참여하도록 했다. 문화방송 정상화를 위한 구성원들의 절실함이, 유례없는 규모의 총파업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때문에 문화방송 보도국에는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기자 40여명, 간부 20여명이 존재했지만, 뉴스를 생방송으로 내보낼 수 있는 기술 인력은 모두 빠졌다. 회사 쪽은 조합원이 아닌 기술 인력 1명을 황급히 투입해 <뉴스데스크>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2. <피디수첩>은 다음 달에 돌아온다

지난 7월21일, <피디수첩> 피디와 작가진이 경영진·간부진의 제작 자율성 침해를 비판하며 제작거부를 선언했다. <시사매거진 2580> , <엠비시 스페셜> 제작진 등이 합류했다. 이는 총파업 돌입 2달 전의 일로,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은 가장 오랜 기간 결방을 기록 중이다. 파업이 끝난 뒤에도 제작진의 제작 자율성을 침해해온 간부진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제작진은 다음 달 중순 방송을 목표로 제작 활동을 시작했다. <피디수첩> 일부 피디들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 방송 장악 실태 및 문화방송 보도 참사를 반성하고 성찰하는 언론 관련 두 편짜리 기획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아이템 검열 등을 일삼아온 간부진과의 업무 협의는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3. 대전 MBC는 전면 파업을 유지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서울지부와 전국 16개 지부는 총파업을 잠정 중단했으나, 대전지부만은 ‘전면 파업’을 거두지 않았다. 이들은 이진숙 대전문화방송 사장이 물러날 때까지 파업을 유지할 계획이다. 대전지부는 지난 15일 지역방송 정상화를 위한 ‘파업 0일, 리셋선언’을 했다. 지역 문화방송 사장의 임명권은 사실상 서울 본사 사장에게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는 “16개 지역 문화방송이 공영방송으로서 지역 시청자들에게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하는 것이야말로 엠비시 새 사장의 시대적 책무라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4. 문화방송 구내식당은 다시 문을 열었다

지난 9월 총파업 돌입 뒤,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 본사 구내식당도 처음으로 운영을 멈췄다. 정규직 조리사 11명과 영양사 1명도 파업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구내식당 직원들이 파업에 동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들이 매일 만들던 1500인분의 식사는 간편식 등으로 대체됐다.

파업이 끝난 지난 15일부터 구내식당은 정상 운영을 시작했다. 양식과 한식, 간식까지 모두 제시간에 제공된다. 1986년 문화방송 구내 조리사로 입사해 31년 만에 처음으로 주걱을 내려놓았던 임형욱 주방장은, 노보를 통해 “동료들이 좋은 방송을 만들 수 있도록 식당 직원들은 건강한 음식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겨레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5. 음악만 나오던 라디오는 다시 방송을 시작했다

파업 기간 진행자 없이 음악만 나오던 라디오는 지난 20일 오전 5시 문화방송 표준에프엠(FM) <건강한 아침 이진입니다>, 에프엠포유(FM4U) <세상을 여는 아침 이재은입니다>를 시작으로, 양대 라디오 방송이 모두 정상화됐다. 특히 문화방송의 간판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인 <시선집중>은 첫 출연자로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을 섭외해, ‘문화방송 정상화’의 시작을 알렸다. 지난 8월 문화방송 라디오 피디 40여명은 제작거부 돌입 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함께 세월호 참사가 보도통제가 가장 심한 아이템이라고 폭로한 바 있다. 세월호 관련 아이템을 다루더라도 ‘정부’, ‘해경’, ‘헬기’ 같은 단어를 삭제하거나, 세월호에서 기름이 유출돼 피해를 본 어민 사연을 더 강조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는 식이었다.

신동호 아나운서국장 대신 <시선집중> 진행을 맡은 변창립 아나운서는 이날 오프닝에서 “길고 복잡한 이야기로 핑계 대거나 변명하지 않겠다. 공영방송 엠비시를 지키지 못하고 파행을 거듭한 가장 큰 책임은 저희 엠비시 구성원 모두에게 있음을 통감하고 있다. (…) 앞으로 좋은 방송으로 보답하겠다. 돈과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방송, 강자보다는 약자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방송,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방송으로 갚아나가겠다. 짧게는 두 달여, 길게는 수년간 불편함을 참고 인내해주신 청취자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 전한다. 조금 더디더라도 바른 방향으로 다시 달리겠다”고 말했다.

한겨레

6. 박정희 시대의 구호는 세월호 리본으로 덮었다

‘음수사원 굴정지인(飮水思源 掘井之人)’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수장학회에 내린 휘호로, ‘물을 마실 때는 그 물의 근원을 생각하고, 우물을 판 사람을 생각하며 감사하라’는 뜻이다. 지난 2014년 문화방송이 여의도에서 상암동으로 사옥을 이전할 때, 안광한 당시 사장은 이 휘호를 쓴 현판을 사옥 1층 로비에 내걸고 기념촬영까지 했다. 노조는 지난 21일 이 휘호를 다른 현수막으로 덮어 가렸다. 노조가 준비한 현수막에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문구와 세월호 리본이 담겼다. 노조는 “정권이 아닌 시청자만 생각하며 문화방송 정상화에 매진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겨레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7. 새 사장을 뽑고 있다

문화방송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로서 사장 임면권을 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지난 20일 누리집에 문화방송 사장 공모 일정을 게시했다. 방문진은 새 사장 선정 기준으로 △공영방송에 대한 이해와 방송철학 △엠비시 재건을 위한 청사진(해고자 복직, 적폐 청산, 분열된 조직의 화합 및 결속) △정치적 중립과 방송 독립(정치적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보도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 △엠비시의 미래 비전(뉴미디어 환경에서의 엠비시 발전방안) △엠비시 지역 계열사 및 자회사와의 상생 방안 △건강한 방송생태계 조성(비정규직에 대한 처우 및 외주제작 시스템의 합리화) △도덕성과 청렴성을 제시했다.

방문진은 오는 27일 오후 5시까지 서류 접수를 마친 뒤, 30일 서류 심사를 통해 최종 후보자 3명을 압축한다. 최종 후보자 3명은 다음 달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 사옥에서 열리는 정책설명회에서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하며, 이날 설명회는 인터넷에 생중계된다. 생중계 뒤에도 동영상을 방문진 누리집 등에 게시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할 예정이다. 정책설명회가 끝난 뒤, 다음 달 1~5일에는 방문진 누리집 등을 통해 국민과 엠비시 구성원들의 질의 및 의견을 수렴한다. 이 질문들은 다음 달 7일 열리는 면접에서 방문진 이사들이 대신해서 물어보게 된다. 이날 최종 사장 내정자 1명이 결정된다. 22일 기준으로 최승호 해직 피디, 이우호 전 문화방송 논설위원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사람과 동물을 잇다 : 애니멀피플] [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