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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메리츠, 보장성보험 신계약 '2위'로...김용범식 성과주의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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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화재(000060)가 3개월 연속 '보장성 보험' 신계약 점유율에서 업계 2위를 기록했다. 김용범식(式) 성과주의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는 최근 2년간 공격적 구조조정 이후 절감한 판매관리비를 과감히 프로모션에 활용했다. 수십년간 고착화된 손보업계 경쟁구도에 근본적 변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선비즈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의 보장성 인보험 신계약 점유율이 8~10월 3개월 연속 2위로 뛰어올랐다. 만년 5위 수준이던 메리츠화재가 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을 뛰어넘어 2위를 기록한 것은 김용범 사장 취임 후 처음이다.

메리츠화재의 8월 보장성 인보험 신계약 점유율은 15.8%로 1위 삼성화재(21.5%)의 뒤를 이었다. DB손보(14.9%), 현대해상(14.7%)보다 1%포인트가량 앞선 결과다.

9월(16.1%)과 10월(16.8%)에는 점유율이 더 확대, 삼성화재(19.8%)와 격차를 좁혔다. DB손보(15.9%), 현대(15.5%), KB손보(13%)와는 격차를 넓혔다.

손보업계는 수십년간 시장점유율에 큰 변화가 없었다. 탄탄한 영업조직과 브랜드·상품전략을 통해 삼성·현대해상·DB손해보험(옛 동부화재)가 견고한 ‘빅3’를 유지해 왔고 LIG손해보험이 KB금융지주에 인수되면서 KB손해보험이 4위를 꿰찼다.

이런 상황에서 메리츠화재의 보장성 인보험 성장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장성 인보험은 질병·상해·통합보험 등 저축성보험을 제외한 보험을 총칭하는데,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결정짓는 핵심지표다. 전체 매출의 80%가 장기보험에서 나오고, 장기보험의 90%를 보장성 인보험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2021년 전면 도입되는 새 회계기준(IFRS17)에선 보장성 보험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저축성 보험은 파는만큼 부채로 잡히는 반면 보장성 보험은 수익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김용범 대표의 성과주의 전략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15년 3월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에서 메리츠화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파격적인 '변화와 혁신' 실험에 업계가 주목했다.

김 대표는 메리츠종금증권에서 성공한 지점 통폐합·인원감축·파격 보상이라는 구조조정 DNA를 보험사에 도입했다. 업계선 장기상품을 다루고 안정성을 선호하는 보험업의 특성상 김용범식 성과주의가 실패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했다.

메리츠화재는 두차례 희망퇴직을 실시, 700여명을 감원했고, 200여개에 달하는 점포를 절반으로 통폐합했다. 절감한 인건비로는 전속설계사의 수수료를 높이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줬다. 전속설계사 수수료를 월납 보험료의 1000% 수준으로 인상하면서 GA와 갈등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대표는 GA에도 성과급을 주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이를 두고 손보업계의 GA 수수료 논쟁이 불거지기도 했다.

또 정규직 지점장을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택해 실적이 좋은 지점장에게 파격적인 상여금을 주는 등 실적 중심의 전략을 짰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강력한 법인보험대리점(GA)채널 지배력과 다이렉트 등 신판매채널에서의 영향력 확대가 주효했다”며 “과감한 프로모션을 통해 GA와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했고 이로 인한 선점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파격적인 수수료를 통한 시장지배력 확대가 결국엔 수익성 악화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 3위 자리를 빼앗긴 현대해상, DB손보가 공격적으로 GA 수수료를 올릴 경우 제 살깎기식 과당경쟁이 재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관건은 메리츠화재가 장기보험 신계약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느냐다. 보험계약 유지율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 요소다. 2015년 70%대였던 장기보험 유지율은 지난해와 올해 80%대로 올랐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채널 전략 뿐만 아니라, 유병자보험·어린이보험 등 차별화된 상품 출시, 보험계약 유지율을 높이기 위한 내부 필터링 등 세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유윤정 생활경제부장(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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