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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검찰 개혁 못한게 恨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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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의 '검찰 인식' 보니…

- 盧때 '검사와의 대화'가 시발점

"검사들 태도 '목불인견'이었다"

- 2003년 대선자금 수사때 失期

"국민들의 검찰 신뢰 높아져 개혁 시기 놓쳤다, 아쉬운 대목"

- 2009년 '盧 수사'로 불신 절정

"언론에 중계하듯 피의사실 흘려… 검찰이 대한민국을 지배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에서 검찰을 관장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을 두 차례 지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검찰 개혁을 이루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는 말을 공개석상에서 여러 번 했다. 올 1월 국회에서 대선 공약을 발표할 때도 "참여정부 시절 정권이 바뀌더라도 (검찰이)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확실하게 제도화하지 못한 것이 한(恨)으로 남고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노무현 정부가 검찰 개혁 의지는 있었지만 시기를 놓치면서 검찰 개혁에 실패했고, 이것이 결국엔 노 전 대통령 죽음으로 이어졌다는 게 문 대통령의 기본 생각이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가 검찰 개혁 시기를 놓친 직접적 계기가 된 사건으로 2003~2004년 진행된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를 들었다. 대검 중앙수사부가 수사했던 사건이다. 이 수사가 여론의 지지를 받으면서 안대희 당시 중수부장은 '국민 검사'로 불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2011년 펴낸 책 '운명'과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대선자금에 대한) 성공적 수사로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가 유례없이 높아져 검찰 개혁의 동력이 약화됐다"며 "(개혁) 시기를 놓치니 다음 계기를 잡지 못했다. 아쉬운 대목"이라고 했다. 이런 경험이 정권 초반 문 대통령이 다시 검찰 개혁 카드를 꺼낸 배경이란 관측이다.

조선일보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에 열린 ‘검사와의 대화’. TV로 생중계된 이 행사에선 한 검사가 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검찰에 청탁 전화를 건 사실을 폭로하자 노 대통령이 “이쯤 되면 막 하자는 거죠”라고 받는 등 아슬아슬한 장면이 연출됐다. 문재인(오른쪽에서 셋째)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이 일을 옆에서 다 지켜봤다. 이런 악연이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 구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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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책 곳곳엔 검찰과의 뿌리 깊은 악연이 언급돼 있다. 그 시발점은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에 있었던 '검사와의 대화'이다. TV로 생중계된 이 자리에선 한 검사가 "대통령님께선 후보 시절 (검찰에) 청탁 전화를 한 적이 있지 않으냐"고 하자 노 전 대통령이 "이쯤 되면 막 하자는 거죠"라고 받아치는 등 아슬아슬한 장면이 연출됐다.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은 '운명'에서 "(검사들의 태도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고 했다.

'검찰은 개혁 대상'이라는 문 대통령의 인식은 2009년 검찰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언급하는 부분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문 대통령은 책에서 "검찰은 중계방송 하듯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렸다. 검찰 관계자라는 이름의 속칭 '빨대'가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보탰다"며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가) 뇌물로 받은 1억원짜리 시계를 논두렁에 갖다 버렸다는 '논두렁 시계' 소설이 그 단적인 예"라고 했다. 그는 또 "검찰은 수사와 재판 전체를 지배하고, 피의사실 공표 등 비제도적 권한까지 갖고 있다. 세계에 유사 사례가 없는 권한의 초집중 현상"이라고 했다. "검찰이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런 문 대통령의 '검찰의 추억'이 검찰 개혁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법조계 인사들은 말한다. 정권 차원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에 적극 나서기 시작한 것에도 그런 배경이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 취지를 "검찰의 정치 중립을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검찰은 정권의 목적에 의해 구사되고 사용되는 그런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현 정부는 적폐 청산을 국정과제 1호로 내세우고 있다. 각 부처별로 '적폐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전(前) 정부 비리 의혹을 무더기로 검찰로 넘기고 있다. 그 수사를 한다고 검찰은 총력전을 펴고 있다. 검찰의 정치 중립을 보장하겠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검찰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율배반적이란 말이 검찰에서 나온다.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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