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의 '검찰 인식' 보니…
- 盧때 '검사와의 대화'가 시발점
"검사들 태도 '목불인견'이었다"
- 2003년 대선자금 수사때 失期
"국민들의 검찰 신뢰 높아져 개혁 시기 놓쳤다, 아쉬운 대목"
- 2009년 '盧 수사'로 불신 절정
"언론에 중계하듯 피의사실 흘려… 검찰이 대한민국을 지배한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가 검찰 개혁 시기를 놓친 직접적 계기가 된 사건으로 2003~2004년 진행된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를 들었다. 대검 중앙수사부가 수사했던 사건이다. 이 수사가 여론의 지지를 받으면서 안대희 당시 중수부장은 '국민 검사'로 불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2011년 펴낸 책 '운명'과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대선자금에 대한) 성공적 수사로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가 유례없이 높아져 검찰 개혁의 동력이 약화됐다"며 "(개혁) 시기를 놓치니 다음 계기를 잡지 못했다. 아쉬운 대목"이라고 했다. 이런 경험이 정권 초반 문 대통령이 다시 검찰 개혁 카드를 꺼낸 배경이란 관측이다.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에 열린 ‘검사와의 대화’. TV로 생중계된 이 행사에선 한 검사가 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검찰에 청탁 전화를 건 사실을 폭로하자 노 대통령이 “이쯤 되면 막 하자는 거죠”라고 받는 등 아슬아슬한 장면이 연출됐다. 문재인(오른쪽에서 셋째)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이 일을 옆에서 다 지켜봤다. 이런 악연이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 구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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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책 곳곳엔 검찰과의 뿌리 깊은 악연이 언급돼 있다. 그 시발점은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에 있었던 '검사와의 대화'이다. TV로 생중계된 이 자리에선 한 검사가 "대통령님께선 후보 시절 (검찰에) 청탁 전화를 한 적이 있지 않으냐"고 하자 노 전 대통령이 "이쯤 되면 막 하자는 거죠"라고 받아치는 등 아슬아슬한 장면이 연출됐다.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은 '운명'에서 "(검사들의 태도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고 했다.
'검찰은 개혁 대상'이라는 문 대통령의 인식은 2009년 검찰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언급하는 부분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문 대통령은 책에서 "검찰은 중계방송 하듯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렸다. 검찰 관계자라는 이름의 속칭 '빨대'가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보탰다"며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가) 뇌물로 받은 1억원짜리 시계를 논두렁에 갖다 버렸다는 '논두렁 시계' 소설이 그 단적인 예"라고 했다. 그는 또 "검찰은 수사와 재판 전체를 지배하고, 피의사실 공표 등 비제도적 권한까지 갖고 있다. 세계에 유사 사례가 없는 권한의 초집중 현상"이라고 했다. "검찰이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런 문 대통령의 '검찰의 추억'이 검찰 개혁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법조계 인사들은 말한다. 정권 차원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에 적극 나서기 시작한 것에도 그런 배경이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 취지를 "검찰의 정치 중립을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검찰은 정권의 목적에 의해 구사되고 사용되는 그런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현 정부는 적폐 청산을 국정과제 1호로 내세우고 있다. 각 부처별로 '적폐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전(前) 정부 비리 의혹을 무더기로 검찰로 넘기고 있다. 그 수사를 한다고 검찰은 총력전을 펴고 있다. 검찰의 정치 중립을 보장하겠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검찰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율배반적이란 말이 검찰에서 나온다.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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