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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성장'에 목매는 '디지털산업경제'를 넘어 '디지털분산경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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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러스 러쉬코프 '구글버스에 돌을 던지다' 출간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주민들이 구글의 통근버스를 가로막고 항의시위를 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했다. 일부 주민들은 구글 버스에 돌을 던져 유리창을 깨기도 했다.

언론에서는 이 사건을 지역의 빈부갈등이 심해지면서 나온 문제로 분석했다. 그러나 미국의 미디어학자인 더글러스 러쉬코프 뉴욕시립대 퀸스 칼리지 교수는 '성장'을 우선시하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경제체제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신간 '구글버스에 돌을 던지다'(사일런스북 펴냄)에서 과거 산업사회에서 디지털기술은 발전했지만 경제의 근본체제는 변하지 않은 채 여전히 '성장'에 목을 매고 있는 데서 모든 문제가 생겨났다고 본다.

강력한 소셜미디어가 된 트위터는 만들어내거나 유지하는데 특별히 큰 비용이 드는 시스템이 아닌 만큼 지속해서 작동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의 현금이 필요하지는 않다. 그런데도 트위터는 엄청난 돈을 투자받으면서 '성장'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주주들은 게시물에 광고를 넣거나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모아 마케팅 기관에 팔든지 간에 사용자들의 트윗에서 더 많은 돈을 벌 방법을 요구했다. 트위터는 소셜미디어로서 성공했지만 많은 돈을 쏟아붓고 그 이상을 회수해야 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지금의 트위터가 성에 차지 않는다.

저자는 지금까지의 경제를 장인 경제 시대(1000∼1300년)와 산업경제 시대(1300∼1990년)를 지나 디지털기술이 등장하기 시작한 디지털 산업경제시대(1990∼2015년)로 분류한다. 산업시대와 디지털 산업경제 시대에는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성장이 목적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디지털산업경제는 단순한 성장이 아닌 '기하급수적' 성장을 목표로 한다.

저자는 여전히 성장에 매몰된 디지털 산업경제시대의 여러 문제를 지적한다. 노동의 자동화, 인간 가치의 절하, 독점 플랫폼의 구축, 투기적 엑시트(Exit. 투자금액 회수) 등이다.

우버와 아마존 같은 디지털산업경제 플랫폼에서 이같은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저자에 따르면 고도로 중앙집중화된 이들 플랫폼은 독점적 성향을 지니며 자본의 힘으로 인간 가치를 파괴한다.

우버의 가격정책은 디지털의 마술 때문이 아니라 영업허가에 드는 비용 면제와 엄청난 규모의 벤처 투자금에서 오는 것이다. 택시 기사를 대체한 우버 기사들은 이제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면 다시 밀려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연합뉴스

더글러스 러쉬코프
[출처: 러쉬코프 홈페이지 ⓒ Johannes Kroemer]



저자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산업경제를 넘어 디지털분산경제의 시대를 열자고 주장한다.

디지털 분산경제의 목적은 성장이 아닌 지속 가능한 번영이다. 플랫폼은 어느 한 기업이 협동조합의 형태로 공유한다. 인간에게서 가치를 추출하는 게 아니라 가치를 창출한다. 자금은 더 많은 수익을 노리고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대신 크라우드 펀딩 형태로 조달할 수 있다. 세계적 규모를 목표로 했던 디지털산업경제 시대의 기업과는 달리 디지털분산경제에서는 기업의 규모를 전략적으로 제한한다. 기존의 화폐 대신 비트코인이나 지역화폐 같은 새로운 개념의 화폐가 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 이런 형태로 움직이는 기업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저자는 "지금 당장은 한 디지털 경제에서 다른 디지털 경제로 이행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어려운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성장은 이자를 머금은 화폐와 벤처캐피털의 필수조건이지만 비즈니스와 통상의 필수조건은 아니다"라면서 성장 위주의 사고방식을 버리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점이라고 강조한다. 김병년·박홍경 옮김. 400쪽. 1만7천원.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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