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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북한도 저출산·고령화… 당장 통일돼도 17년뒤 인구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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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저소득 국가론 드물게 출산율 2명 내외 낮고 고령화

선진의료 보급땐 수명 늘어나 "노인 복지 부담 더 커질듯"

지금 당장 통일하더라도 2034년부터는 우리 인구 감소와 북한의 저출산·고령화 등 여파로 '통일 한국'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통일이 되면 북한의 젊은 인구가 우리의 저출산 문제를 풀어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최준욱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최근 출간된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통일의 인구·보건·복지 통합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北도 2038년부터 초고령 사회"

조선일보

통일 한국의 인구 감소가 일찍 나타나는 까닭은 북한도 이미 저출산·고령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 북한의 합계 출산율은 1.94명(유엔 집계)~2.02명(통계청)으로 추정된다. 북한처럼 저개발국에 속하는 나라들의 평균 출산율(4.74명)에 훨씬 못 미친다. 보고서는 "보통 1인당 GDP가 낮을수록 합계 출산율이 높은데, 북한은 추세에서 벗어난 특이치"라고 했다. 그 원인으로는 ▲남성의 장기간 군 복무 때문에 초혼(初婚) 연령이 늦고 ▲여성이 장마당·밀무역 등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정도가 높은 점 등을 지적했다. 북한 체제의 특수성 때문에 소득 수준에 비해 출산율이 일찍 낮아졌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이나 중국 등은 고도 성장기에 젊은 인구가 늘면서 경제 규모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북한에는 그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반면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북한의 평균 수명은 70.6세로 소득 수준에 비해 높은 편이다. 세계 평균(71.4세)과도 큰 차이가 없다. 아이는 적게 낳는 반면 수명이 길어 북한은 이미 2001년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7% 이상)로 접어든 상태다. 2027년 고령 사회(노인 비율 14% 이상), 2038년 초고령 사회(노인 비율 20% 이상)가 될 것으로 예상돼 한국(2017년 고령 사회, 2026년 초고령 사회)과 10년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보고서는 "이 정도로 소득이 낮은 나라에서 고령화가 이만큼 진전된 경우는 인류 역사상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2034년엔 통일 한국 인구 감소할 듯

남북이 통일하면 북한의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지금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과거 동독은 통일(1990년) 직전인 1989년 출산율이 약 1.5명이었는데, 통일 직후인 1993년엔 0.7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이후 꾸준히 높아졌으나 최근까지도 통일 직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체코(1989년 1.87명→2000년 1.15명), 에스토니아(2.22명→1.36명), 슬로바키아(2.07명→1.3명) 등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전환한 나라에서도 체제 전환 이후 출산율이 뚝 떨어졌다. 반면 한국의 선진 의료 서비스 보급 등으로 북한 주민들의 평균 수명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지금보다 아이는 덜 낳고 평균 수명은 더 연장된다는 것이다.

만약 지금 당장 통일한다면 올해 2501만명으로 추정되는 북한 인구는 2036년(2639만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주로 평균 수명 증가 등에 따라 고령 인구가 불어나면서 나타나는 효과다. 그러나 통일 한국의 인구는 2032년부터 우리 인구가 감소하고, 북한 인구 증가율 정체 등에 의해 2033년(7925만명) 정점을 찍고 2034년부터 감소 추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통일에도 인구 감소 시점은 2032→2034년으로 2년밖에 차이 나지 않는 것이다. 통일 한국 인구는 꾸준히 줄어 2061년에는 7000만명 이하(6967만명)로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됐다.

최준욱 선임 연구위원은 "통일이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거라는 장밋빛 전망을 가져선 안 된다"면서 "오히려 통일 이후 (남북한) 노인에 대한 복지 지출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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